중국 전 종목 석권, 판젠동-순잉샤 남녀 챔피언

▲ (더반=안성호 기자) 이제는 부산이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세계대회 개최국이 번갈아 보관하는 이집트컵을 전달 받았다.
▲ (더반=안성호 기자) 이제는 부산이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세계대회 개최국이 번갈아 보관하는 이집트컵을 전달 받았다.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남아공 ICC 더반에서 치러진 2023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는 결국 중국의 전 종목 석권으로 결판났다. 가장 먼저 금메달을 결정한 혼합복식을 왕추친-순잉샤 조가 우승했고, 한국과 결승 대결을 벌인 남녀복식도 판젠동-왕추친 조와 첸멍-왕이디 조가 차례로 우승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28일 결승을 치른 남녀단식은 중국 선수들끼리 맞대결해 남자 판젠동, 여자 순잉샤가 우승했다.
 

▲ (더반=안성호 기자) 여자단식을 우승한 순잉샤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 (더반=안성호 기자) 여자단식을 우승한 순잉샤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먼저 경기를 벌인 여자단식 결승전에서는 순잉샤가 자국 선배 첸멍을 42(5-11, 11-8, 11-7, 11-7, 7-11, 11-6)로 꺾고 우승했다. 오랫동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순잉샤는 지난 2021년 휴스턴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으나 결승에서 왕만위에 패해 준우승했었다.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대관식을 치렀다. 순잉샤는 혼합복식도 왕추친과 함께 우승하면서 2관왕에 올랐다. 왕만위와 함께 3연패를 노렸던 복식은 4강전에서 한국의 전지희-신유빈 조에 패해 동메달로 만족했다.
 

▲ (더반=안성호 기자) 판젠동이 남자단식을 우승했다. 2021년 휴스턴대회에 이은 2연패다.
▲ (더반=안성호 기자) 판젠동이 남자단식을 우승했다. 2021년 휴스턴대회에 이은 2연패다.

이어서 대회 마지막경기로 치러진 남자단식 결승에서는 판젠동이 자국 후배 왕추친을 42(8-11, 11-9, 11-7, 12-10, 11-13, 11-3)로 이기고 우승했다. 역시 오랫동안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판젠동은 지난 휴스턴대회에서 이미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허점을 찾을 수 없는 완성형의 경기력으로 2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판젠동 역시 2관왕이다. 단식 준우승자 왕추친과 함께 뛴 복식을 우승했다. 결승 상대가 바로 한국의 장우진-임종훈 조였다. 왕추친도 2관왕이다. 혼합복식과 남자복식을 우승했고, 개인단식을 준우승하는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 (더반=안성호 기자) 출전 종목 모두 결승에 올라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하나를 가져간 왕추친이다.
▲ (더반=안성호 기자) 출전 종목 모두 결승에 올라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하나를 가져간 왕추친이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은 중국의 마롱이 2015년 쑤저우, 2017년 뒤셀도르프, 2019년 부다페스트 대회를 3연속 우승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자국 전설 주앙쩌둥의 업적을 54년 만에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대회 때는 중국 대표팀의 세대교체 방침에 따라 출전하지 못했던 마롱은 이번 대회에 복귀해 네 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4강전에서 왕추친에게 패했다. 마롱은 부다페스트에서 3연패를 이룰 당시 29세였다. 이번 대회 챔피언 판젠동은 현재 26세다. 어쩌면 마롱의 연속 우승 기록은 가까운 시일 내에 판젠동에 의해 다시 쓰일 지도 모르겠다. 물론 왕추친과 같이 무섭게 성장하는 후배들을 계속해서 이겨나간다는 전제 하에.
 

▲ (더반=안성호 기자) 마롱이 세계선수권대회 3회 우승 기념 트로피를 받았다.
▲ (더반=안성호 기자) 마롱이 세계선수권대회 3회 우승 기념 트로피를 받았다.

이번 대회의 중국 외 메달리스트는 혼합복식 은메달 하리모토 토모카즈-하야타 히나(일본), 동메달 웡춘팅-두호이켐(홍콩), 남자복식 은메달 장우진-임종훈, 동메달 이상수-조대성(이상 한국), 옵차로프 디미트리-파트릭 프란치스카(독일), 여자복식 은메달 전지희-신유빈(한국), 동메달 나가사키 미유-키하라 미유우(일본), 여자단식 동메달 하야타 히나(일본)가 전부다. 한국과 일본이 각 세 개씩, 홍콩과 독일이 하나씩의 메달을 땄다. 모두 합쳐도 총 열두 개를 가져간 중국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남자단식은 중국이 금은동을 모두 휩쓸었다. 마롱과 함께 리앙징쿤이 4강에 올랐다. 그야말로 극에 달한 중국탁구다. 각국의 에이스들이 도전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어우차(어차피 우승은 차이나)’의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 (더반=안성호 기자) 이번 대회 중국 외 메달리스트는 별로 없다. 여자단식에서 동메달을 딴 일본의 하야타 히나. 왼쪽은 공동 3위 첸싱통.
▲ (더반=안성호 기자) 이번 대회 중국 외 메달리스트는 별로 없다. 여자단식에서 동메달을 딴 일본의 하야타 히나. 왼쪽은 공동 3위 첸싱통.

이로써 더반에서 9일간의 열전을 벌였던 이번 대회는 모든 막을 내렸다. 국제탁구연맹은 남자단식 결승전 이후 시상식과 더불이 이번 대회 폐회식을 진행했다. 남아공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무려 84년 만에 아프리카에서 치러진 세계탁구선수권대회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아프리카는 아시아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탁구 불모지로 여겨져 왔다. 1939년 이집트 카이로 대회가 이번 대회 이전까지 아프리카에서 열린 유일한 세계대회였다. 세계대회 개최국들이 번갈아 보관하는 이집트컵이 바로 그 대회에서 탄생했는데, 파루크 당시 이집트 국왕이 기증한 것이다. 그 후로 이집트컵이 다시 아프리카에 머무르기까지 80여 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 (더반=안성호 기자) 이제는 부산이다. 유승민 회장이 차기 대회 개최국을 대표해서 국제탁구연맹기를 받고 있다.
▲ (더반=안성호 기자) 이제는 부산이다. 유승민 회장이 차기 대회 개최국을 대표해서 국제탁구연맹기를 받고 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아프리카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말하자면, 전 세계에 탁구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국제탁구연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무대이기도 했던 셈이다. 아프리카에서의 두 번째 세계대회는 막을 내렸고, 이제 국내에서는 처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여는 대한민국이 차기 대회 개최국으로서 ITTF가 꿈꾸는 새로운 물결의 선봉에 서게 된다.
 

▲ (더반=안성호 기자) 두 번째 받은 이집트컵, 이번에는 문제없이 치러질 것이다.
▲ (더반=안성호 기자) 두 번째 받은 이집트컵, 이번에는 문제없이 치러질 것이다.

국제탁구연맹(ITTF) 집행위원이기도 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폐회식 현장에서 다시 한 번 이집트컵을 전달받았다. 2019년 부다페스트에서도 받았다가 코로나로 인해 끝내 실전을 치르지 못하고 반납해야 했던 이집트컵은 어느 때보다도 특별한 무게감이 있다. 이제 차기 단체전대회 개최지인 부산으로 전 세계 탁구인들의 시선이 옮겨질 것이다. 2024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20242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