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전서 3연패 노리던 왕만위-쑨잉샤에 완승, 한국 남녀복식 동반 결승

그야말로 최고의 경기력이었다. 모든 공을 받아 넘겼고, 모든 공을 결정했다. 근 십수년간 한국탁구가 이 정도 경기력을 보여준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엄청난 호흡을 보여주었다. 어느 쪽이 대회 3연패를 노리던 디펜딩 챔피언이냐! 어느 쪽이 세계랭킹 1, 2위가 뭉친 최강 조합이냐! 어느 쪽이 중국탁구냐!
 

▲ (더반=안성호 기자) 전지희-신유빈 조가 중국의 최강 조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 (더반=안성호 기자) 전지희-신유빈 조가 중국의 최강 조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전지희(미래에셋증권·30)-신유빈(대한항공·18) 조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개인복식 결승에 진출했다. 상대는 누구도 아닌 중국의 세계 최강 조합이었다. 그것도 한 게임도 내주지 않은 퍼펙트 승리였다. 전지희-신유빈 조는 27일 새벽(한국시간) 남아공 더반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ICC 더반)에서 열린 2023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전 파이널스 여자복식 4강전에서 중국의 왕만위-쑨잉샤 조를 30(11-7, 11-9, 11-6)으로 꺾었다.
 

▲ (더반=안성호 기자) 두 선수는 그야말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 (더반=안성호 기자) 두 선수는 그야말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왕만위-쑨잉샤 조는 2019년 부다페스트, 2021년 휴스턴 세계선수권대회를 모두 우승한 조합이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복식 3연패를 노렸던, 의심할 수 없는 세계 최강 페어였다. 객관적으로 전지희-신유빈 조의 승리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런 선수들을 상대로 전지희와 신유빈이 펄펄 날았다. 열세의 평가를 보기 좋고 뒤집으며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완승을 거뒀다.
 

▲ (더반=안성호 기자) 오래 맞춰온 호흡이 제대로 폭발한 경기였다.
▲ (더반=안성호 기자) 오래 맞춰온 호흡이 제대로 폭발한 경기였다.

테이블 가까이에서 신유빈이 강렬한 백푸시로 상대를 몰았고, 찬스마다 어김없이 전지희의 포어핸드 톱스핀이 작렬했다. 특히 테이블 대각을 찌르는 전지희의 왼손 톱스핀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네트를 타고 흐르는 공도 자주 한국의 포인트로 이어졌다. 중국의 최강자들은 한국 선수들의 기세에 눌려 이렇다 할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이 이기고 결승으로 갔다.
 

▲ (더반=안성호 기자) 경기가 끝나는 순간, 진하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 (더반=안성호 기자) 경기가 끝나는 순간, 진하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 (더반=안성호 기자) 경기가 끝나는 순간, 진하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 (더반=안성호 기자) 경기가 끝나는 순간, 진하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전지희와 신유빈은 서로를 끌어안고 활짝 웃었다. 벤치로 달려가 오광헌 감독과도 진한 기쁨을 나눴다. 국제탁구연맹과의 오피셜 인터뷰에서 두 선수는 꿈을 꾸는 것 같다.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다며 감격했다. 내내 열렬한 응원을 보내준 더반 한인회의 교포들도 뜨거운 갈채와 함성으로 두 선수를 축하했다.
 

▲ (더반=안성호 기자) 더반 한인회가 이 날도 내내 뜨거운 응원을 보내줬다.
▲ (더반=안성호 기자) 더반 한인회가 이 날도 내내 뜨거운 응원을 보내줬다.

한국 여자탁구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복식 결승에 오른 것은 무려 36년만의 일이다. ‘환상의 복식조로 유명했던 레전드양영자-현정화 조가 금메달을 획득한 1987년 인도 뉴델리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8강전 승리로 12년 만에 메달을 확보하는 역사를 만들었던 전지희-신유빈 조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36년 만에 결승에 오르는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 (더반=안성호 기자) 오광헌 감독과도 진한 기쁨을 나눴다.
▲ (더반=안성호 기자) 오광헌 감독과도 진한 기쁨을 나눴다.
▲ (더반=안성호 기자) 오광헌 감독과도 진한 기쁨을 나눴다.
▲ (더반=안성호 기자) 오광헌 감독과도 진한 기쁨을 나눴다.

이젠 결승이다. 그리고 상대는 다시 중국이다. 일본의 나가사키 미유-키하라 미유우 조를 4강전에서 꺾고 올라온 첸멍-왕이디 조가 기다리고 있다. 역시 쉽지 않은 강자들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이라면 이기지 못할 것도 없다. 전지희-신유빈 조는 이번 대회에서 지금까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있다. 모든 경기를 30으로 이겼다. 8강전에서는 유럽 챔피언을 꺾었고, 4강전에서는 세계챔피언을 꺾었다. 금메달도 꿈만은 아니다.
 

▲ (더반=안성호 기자) ITTF와의 오피셜 인터뷰 모습이다. 결승에서 이긴다면 춤이라도 추겠다!
▲ (더반=안성호 기자) ITTF와의 오피셜 인터뷰 모습이다. 결승에서 이긴다면 춤이라도 추겠다!
▲ (더반=안성호 기자) ITTF와의 오피셜 인터뷰 모습이다. 결승에서 이긴다면 춤이라도 추겠다!
▲ (더반=안성호 기자) ITTF와의 오피셜 인터뷰 모습이다. 결승에서 이긴다면 춤이라도 추겠다!

이로써 한국탁구는 이번 대회 남녀 개인복식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했다. 남자는 장우진-임종훈 조가 4강전에서 독일의 옵챠로프 디미트리-파트릭 프란치스카 조를 32(11-7, 5-11, 8-11, 11-9, 11-5)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을 이뤄내면서 역시 전례가 없는 기록을 써가고 있다.
 

▲ (더반=안성호 기자) 대한탁구협회 유승민 회장과 안국희 전무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더반=안성호 기자) 대한탁구협회 유승민 회장과 안국희 전무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남자복식 또 하나의 4강전에서는 이상수-조대성 조가 중국의 판젠동-왕추친 조에게 13(11-7, 3-11, 5-11, 12-14)으로 석패했다. 비록 패하긴 했으나 이상수-조대성 조도 8강전에서 스웨덴의 디펜딩 챔피언을 꺾는 등 멋진 경기력으로 동메달을 따내는 훌륭한 성과를 냈다. 이젠 남녀복식 결승전에서 한국의 동료들을 응원할 일이 남았다.
 

▲ (더반=안성호 기자) 이상수-조대성 조는 동메달로 모든 경기를 마무리했다.
▲ (더반=안성호 기자) 이상수-조대성 조는 동메달로 모든 경기를 마무리했다.

남녀 개인복식 결승전은 현지 시간으로 27일 모두 열린다. 우리 시간으로는 28일 새벽까지 이어진다. 장우진-임종훈 조와 판젠동-왕추친 조의 남자복식 결승전이 27일 밤 930분에 시작되고, 전지희-신유빈 조와 첸멍-왕이디 조의 여자복식 결승전은가 28일 새벽 130분에 예정돼있다. 전지희-신유빈 조는 만일 금메달을 딴다면 코트에서 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다. 28일 새벽,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댄스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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