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것처럼 간절하게. 행여 놓칠까 주먹을 꽉 움켜쥐면, 꿈은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갔다. 이제 그만 꿈을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 하늘에선 거짓말처럼 동앗줄이 내려왔다. 때로 운명은 잔혹하다. 파란불만 켜지던 길이 예고없이 가로막힌다. 그리고 길이 끝난 곳에서 다시 길은 시작된다. 인천에서 생애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 도전하는, 서른 살 이정우의 ‘파란만장’ 탁구인생도 그랬다. ► ‘낀 세대’ 포기는 없다인천아시안게임이 펼쳐지는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맹훈련중인 이정우를 만났다.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될 줄 몰랐다”며 싱긋 웃었다
‘아테네 영웅’ 유승민이 남자대표팀 코칭스태프에 전격 합류했다. 부진에 빠진 한국탁구를 구하기 위한 대탁의 ‘특단의 조치’였다. 이로써 남자대표팀은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남규 감독과 함께 ‘금메달 코칭스태프’가 이끌고 있다. 선수를 은퇴하자마자 ‘신선한 모험’에 흔쾌히 몸을 던진 유승민은 과연 한국탁구의 소방수가 될 수 있을까. 태릉선수촌 승리관에서 선수가 아닌 코치로 땀 흘리고 있는 ‘유 코치’는 할 수 있다며 굳은 주먹을 쥐어 보였다. “올림픽 금메달 두 개를 딴 코칭스태프가 아시안게임
지난달의 코리아오픈은 한국탁구에 빛과 그늘을 동시에 드리웠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는 대표선수들이 부진했던 반면 미래를 담보하는 청소년 선수들이 선전했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톱-랭커 니와 코키를 꺾은 조승민은 단연 돋보인 주인공이었다. 마침 전진훈련 중이던 삼성생명 체육관에서 이 ‘차세대 에이스’를 만났다.돌아온 탁구천재 장충초등학교 시절, 조승민은 까불까불하고 말도 많던 친구였다. 누가 무슨 말을 건네도 무서운 것 하나 없이 또박또박 대꾸하던 당돌한 꼬마였다. 하긴, 출전하는 대회마다 밥 먹듯이 우승했고, 6학년 때는 국내를 넘
별 3개가 꽉 채워져야 레벨이 올라가는 이 게임에서 본인의 현 상황은 ‘별 2개’라고 진단했다. “완성되지 않았어. 완벽하게 해야 해. 레벨이 올라가는 것보다 별 3개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해.” 탁구선수로서 가져야할 기술은 이미 다 연마했지만, 완성도를 높이는 게 향후 과제다. 어른동화 ‘어린왕자’처럼 완벽한 비유였다. 순간 ‘이 아이, 정말 천재 아닐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왜 나를? 내가 그 정도가 돼?”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MBC)의 출연요청을 받았다는 아빠의 말에 ‘열 살 탁구소녀’ 신유빈(군포 화산초)의 첫 반
오상은은 명실상부한 ‘현역 레전드’다. 전국종합선수권 최다우승(6회) 기록 보유자다. 1990년대부터 2014년까지 세계탁구의 중심을 관통했고, 지난 27년간 대한민국 대표팀의 톱랭커로 활약했다. 네 번의 올림픽, 일곱 번의 세계선수권,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울었지만 스스로 ‘최고의 조연’이라 불러달라는 쿨한 사나이, 세대교체 흐름 속에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옹고집’ 레전드, 오상은을 위한 오마주다. ‘빙상영웅’ 이규혁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였다. 한때 세계신기록을 보유했던 사나이, 6회 연속 올림픽에 참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소년은 테이블 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관중의 호응을 유도했다. 패기만만한 탁구 신성의 세리머니에 세계 탁구 팬들이 뜨겁게 환호했다. 6년 만에 한국에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소식을 전한 장우진(성수고)이다. ITTF와의 또박또박한 영어 인터뷰도 화제가 됐다. 전영지 기자가 그를 만나 ‘우승 뒤풀이’를 했다. “경고 받을까봐 사실 속으론 걱정했어요.” 18세 탁구 챔피언 장우진(성수고)이 싱긋 웃는다. 테이블 위로 껑충 뛰어올라간 우승 세리머니는 짜릿하고도 아찔했다. 지난 8일 모로코 라바트
서효원이 지난달 열린 폴란드오픈에서 생애 두 번째 국제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4월 코리아오픈 우승 이후 7개월 만에 또 다시 여자단식 정상에 섰다. 한 대회에서 만리장성을 세 번이나 넘었다.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들을 모조리 꺾었다. 16강에서 장치앙을 4대 1, 4강에서 웬지아를 4대 3, 결승에서 셩단단을 4대 2로 돌려세웠다. "솔직히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11월 22일 안양 농심체육관에서 만난 말간 얼굴의 서효원이 생긋 웃었다. '탁구얼짱’ 서효원, ‘실력 짱’ 되다 지난 2011년 코리아오픈
스포츠조선에서 탁구 취재를 담당하는 정영지 기자는 누구보다 많은 기사를 풀어내기로 유명하다. 재기 넘치는 그녀의 기사에 많은 탁구인들이 때로는 포복절도하고 때로는 깊은 감동을 받아왔다. 그런 그녀가 본격적으로 탁구인들을 만난다. 이름하여 '인물탐구'다. 종합 스포츠지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탁구인의 모습은 참신한 자극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그 첫 주자는 그리고, 김민석이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2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전영지 기자도 실은 김민석의 열렬한 팬이다. ‘에이스의
정상은(삼성생명)이 지난 달 여수에서 치러진 2013 한국실업탁구대회 남자단식에서 우승했다.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그에게는 '재도전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우승이었다. 내년 '제2의 고향'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심기일전, 각오를 다지고 있는 그를 만났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생명 탁구체육관에서였다. 부활의 계절 200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단체전 에이스로 중국 격파 한국 우승 견인, 2007년 세계주니어선수권 중국선수들 모두 꺾고 단식 우승, 2007
조언래-이은희 탁구계 공인 커플이 마침내 결혼한다. 인생 최고 중대사를 앞두고 설레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 이 예비부부를 만나 그간의 사랑이야기를 들었다. 남녀 국가대표 선수 사이의 연애로 공공연한 화제를 모았던 두 사람은 생각보다 오래된, 그래서 지고지순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1986년생인 두 사람은 생년은 같지만 1월생인 이은희가 학교를 먼저 다닌 선배다. 풋사랑의 기억 “누나, 학교 어디예요?” 2003년이었다. 당시 아시아 청소년대회 대표로 선발됐던 은희는 출국 비행기 안에서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언래의 모습을 또렷이 기
박영숙은 최근의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연속으로 메달을 수확하며 흔들리는 여자탁구를 지탱해주고 있는 존재다. 내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탁구인들의 기대치도 매우 높아졌다. 그녀를 따로 만났다. 부산에서 펼친 '사부곡' 세리머니로 어딘지 무거운 이미지로 각인됐지만 '알고 보면' 매우 활달하고 유쾌한 선수다. 알고 보면 지난 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박영숙(KRA한국마사회)은 말 그대로 한국탁구의 ‘히어로’였다. 혼합복식에서 이상수(삼성생명)와 함께 금메달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가 모두 끝났습니다. 대표팀 선수들로서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어간 셈이 될 겁니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라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됐기에 더욱 그랬죠.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선수단 모두 차분히 돌아보고 다시 앞을 향해 전진하기를 바랍니다. 사실 본지도 마찬가지로 정신없는 한 달을 보내고 다시 출발점에 서있는 기분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제 아시아선수권을 접고 분위기를 일신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거기 꼭 어울리는 포스팅!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었지만 이번 대회는 관중석에 앉아있어야 했었던 박성
“짜요! 짜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열리더라도 탁구경기장에서는 반드시 듣게 되는 응원구호다. 먼 나라까지 원정해서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중국 탁구팬들의 열정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나 관중을 짜증나게 할 때도 있지만 들리지 않으면 어딘지 허전하기까지 할 만큼 국제대회에서는 당연한 풍경이 됐다. 또한 그 같은 응원의 힘을 배경으로 중국 선수들이 언제나 마지막까지 남아서 경기를 벌이는 것도 마찬가지로 당연한 풍경이 됐다. 지난 6월 30일부터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어김없이 “짜요(힘내라)”
“분위기가 활기차고 도전하려는 정신이 보여서 좋았습니다(오). 선배들에게 기대려 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여 뿌듯했습니다(유).” 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 사직체육관에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국가대표선수들 외에도 관중의 시선을 잡아끈 또 다른 의미에서의 ‘대표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오상은(KDB대우증권, 37)과 유승민(삼성생명/옥센하우젠 임대, 32)이다. 두 선수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탁구스타들이다. 오상은은 고교시절이던 1994년부터 런던올림픽이 열렸던 지난해까지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출전한 올가 킴은 3일 하루 동안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다. 팀 동료 조키드 켄자예프와 함께 짝을 이뤄 출전한 혼합복식 32강전에서 한국의 서현덕-석하정 조를 이겼다. 세계 정상급 강호들을 상대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야무진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수비전형 올가의 커트를 세계랭킹만으로도 500위 가까운 차이가 나는 한국 선수들이 제대로 대응해내지 못했다. 비록 이어진 16강전에서는 태국의 차이탯-콤웡 조에 아깝게 패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을
파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한국탁구가 세대교체 후 첫 출전한 메이저대회였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대회였다. 이상수-박영숙 조가 획득한 은메달은 그런 부분에서의 숱한 우려들을 해소시켜줬다는 점에서도 소중한 성과였다. 대회 일정을 마친 뒤 파리 현지에서 귀국을 준비하고 있던 은메달 주인공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11포인트로 정리해본다.1. 우선 축하한다.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던 대회에서 메달을 땄다. 소감을 먼저!박 :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 처음에는 정말 기뻤다. 하지만 조금 지나고 보니 그만큼 더 많은 기대를 받게 됐
지난 코리아오픈에서 우승한 서효원은 현 여자대표팀의 유일한 수비수다. 수비수들이 큰 역할을 해왔던 여자탁구로서는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커트 위주의 정통 개념을 넘어서는 공격형 수비수라는 점에서 서효원은 코칭스태프의 남다른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코리아오픈 우승의 흥분을 접고 세계대회 대비 훈련에 한창이던 지난달, 태릉에서 서효원을 따로 만났다. 공격하는 수비수 서효원 김경아도 박미영도 이십대 중반을 지나 태극마크를 달았다. 참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한국탁구를 각인시켰다. 둘 다 수비수
최근 할리우드에서 떠오르고 있는 한국계 스타 이수연 씨는 탁구선수 출신이다. 그것도 한국형 수비수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유망주였다. 주니어대표로도 활약했고, 전국체전을 비롯 수많은 대회 우승전적을 쌓았었던 그녀의 ‘깜짝 변신’ 앞에서 탁구인들도 한동안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할리우드로 날아간 탁구선수 이수연!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촬영차 한국을 방문했던 그녀를 만났다.그녀가 달라졌다 얌전한 선수였다. 유독 큰 키 때문에 멀리서부터도 눈에 띄었지만 늘 선배들 뒤에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그맨 박성호를 안다. 그리고 탁구인이라면 누구나 다 그가 꽤 열정적인 탁구인이라는 것을 안다. 이미 여러 차례 TV 속에서 훌륭한 탁구 솜씨를 선보여온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예인 박성호로서 큰 탁구대회의 이벤트성 경기를 펼치기도 하지만, 선수 박성호로서 지역대회에 참가하여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연예인과의 짧은 인터뷰를 위해 많은 시간을 써본 적이 있다. 얼굴을 맞대고 오랜 시간 대화를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 30분의 만남과 몇 컷의 사진, 때로는 서면을 통한 인
탁구경기에서 심판의 역할은 단순히 스코어를 넘기는 데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탁구는 강인한 체력 못지않게 단단한 정신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스포츠죠. 숨 막히는 랠리 동안에도 물론이지만 그 사이사이 닥치는 정적인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받쳐줘야 자기 뜻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피지컬게임인 동시에 멘탈게임인 탁구는 정확하고도 원활한 심판의 판결이 따라줘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경기가 전개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종목보다도 탁구경기에서의 심판은 ‘없는 듯 있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숨 막히는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