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탁구 팬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짜요! 짜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열리더라도 탁구경기장에서는 반드시 듣게 되는 응원구호다.

  먼 나라까지 원정해서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중국 탁구팬들의 열정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나 관중을 짜증나게 할 때도 있지만 들리지 않으면 어딘지 허전하기까지 할 만큼 국제대회에서는 당연한 풍경이 됐다. 또한 그 같은 응원의 힘을 배경으로 중국 선수들이 언제나 마지막까지 남아서 경기를 벌이는 것도 마찬가지로 당연한 풍경이 됐다.

  지난 6월 30일부터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어김없이 “짜요(힘내라)”가 들린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한국에서 열리고 있으니 관광 온 중국인들이 일부러 시간을 맞춰 체육관을 찾는 모양이다. 처음부터 응원을 목적으로 부산을 방문한 중국팬들도 물론 적지 않다.

▲ (부산=안성호 기자) 다롄에서 온 뤼징유 씨. 22세의 대학생이다. 정영식이 표지를 장식한 월간탁구 7월호를 들고!

  다롄에서 온 뤼징유(22) 씨도 오로지 탁구를 보기 위해 부산까지 날아온 열혈팬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젊은 아가씨의 시선은 자국 선수들 경기보다는 한국 정영식(KDB대우증권)의 플레이를 주로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서 열렸던 ITTF 월드컵 때 정영식의 경기모습을 보고 반했다는 뤼징유 씨는 급기야 부산에서 아시아선수권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을 방문했다. 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정영식에게 소중하게 준비해온 선물까지 주면서 팬심을 전했다.

  “잘 생기고 핸섬한 데다 경기에 들어가면 야생마처럼 돌변하는 모습에 반했어요.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는 얀안을 이겼고, 개인전에서는 저우위에게 아깝게 졌지만 이길 수도 있는 경기를 펼쳤어요. 앞으로도 더욱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선수들 입장에서야 타국 선수를 더 응원하는 뤼징유 씨가 야속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국의 한국탁구팬(정확하게는 정영식 팬) 뤼징유 씨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세계 최강의 실력을 든든하게 떠받치는 중국의 탁구저변을 실감하게 한다. 언제나 정상을 지키는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중국팬들은 성적보다는 탁구 그 자체를 즐기는 경우가 더 많다. 어릴 때부터 일상적으로 탁구를 접해온 중국인들에게 탁구는 이미 하나의 문화. 뤼징유 씨도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탁구경기장을 자주 찾으며 팬이 됐다고 한다. 개막 일주일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좀 썰렁한 사직체육관의 관중석은 그런 시각에서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쯤에서 하나 덧붙이자면 뤼징유 씨 같은 중국팬들 입장에서는 잘 이해하기 힘들다는 한국의 국제대회 풍경 하나.

  “훌륭한 선수들의 경기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그런데도 보러 오시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또 놀라웠고요.”

  그러면서도 자신 같은 팬들의 주머니 사정을 부담 없게 해준 것은 고맙다고 웃어보인 뤼징유 씨는 한국과 중국의 탁구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아무래도 몰입도와 정신력 부분에서 중국이 좀 앞서 있는 것 같다. 한국도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곧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역시 탁구 초강대국에서 온 팬다운 여유가 느껴졌다. 뤼징유 씨는 또한 “그 중에서도 정영식 선수가 꼭 월드챔피언이 되면 좋겠다. 정영식 짜요!”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 (부산=안성호 기자) 같이 온 친구와 함께 정영식 선수와 기념촬영을 하는 추억을 만들었다.

  중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멀리까지 원정 온 자국 팬들의 기대에 맞게 ‘탁구장성’의 위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폐막을 하루 앞둔 이번 대회에서 이미 종료된 남녀단체전을 동반 석권했고, 6일 치르는 여자단식과 남자복식 결승전도 자기들끼리 금은다툼을 벌인다. 마지막 날 끝나는 남자단식과 여자복식도 ‘차이나 잔치’로 만들 공산이 크다. 다른 나라 선수들로서는 한국의 이상수-박영숙 조가 혼합복식에서 우승하며 전 종목 석권을 막았다는 것 하나로 위안을 삼게 될지 모른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중국 탁구의 위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자국 프로리그, 체계적인 훈련시스템 등등 갖가지 이유들이 많겠지만 자연스러운 탁구문화에서 비롯되는 두터운 저변, 언제 어디서든 “짜요”를 외쳐주는 응원의 힘도 중요한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