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분위기가 활기차고 도전하려는 정신이 보여서 좋았습니다(오). 선배들에게 기대려 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여 뿌듯했습니다(유).”

  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 사직체육관에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국가대표선수들 외에도 관중의 시선을 잡아끈 또 다른 의미에서의 ‘대표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오상은(KDB대우증권, 37)과 유승민(삼성생명/옥센하우젠 임대, 32)이다.

  두 선수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탁구스타들이다. 오상은은 고교시절이던 1994년부터 런던올림픽이 열렸던 지난해까지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가대표로 숱한 대회에서 활약했다. 아시아선수권에서는 1996년 13회 대회 단체전과 2007년 18회 대회 혼합복식(곽방방) 등 두 개의 금메달을 비롯 총 열두 개의 메달을 따낸 한국 최다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유승민 역시 중학생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오랫동안 한국 탁구의 간판 역할을 해왔던 선수. 아시아선수권 출전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2004년 아테네에서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한국 탁구에 선사했던 주인공이다. 2002년에는 이번 대회처럼 부산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에서 이철승 현 대표팀 코치와 함께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었다.

▲ (부산=안성호 기자) 유니폼 아닌 사복 차림으로! 오상은과 유승민.

  플로어가 아닌 관중석에서 후배들을 응원하는 둘의 모습이 더 새삼스러웠던 것은 이번 대회가 열리기 바로 전까지도 한국 탁구계의 주된 화두가 ‘세대교체’였기 때문.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후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실력을 보유한 두 사람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대표 후배들에게 전한 이들의 격려가 다른 어떤 응원보다도 무겁고 값진 것은 두 사람 다 아직 현역에서 뛰는 선수들이라는 이유도 있다.

▲ (부산=안성호 기자) 국가대표 후배 정영식을 격려하고 있는 오상은과 유승민.

  실제로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강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가 아깝게 패한 남자단체 준결승전을 지켜본 뒤 두 선수가 전한 소감은 생생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얼마 만에 중국에 점수를 낸 건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예요. 확실히 기술력은 후배들이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의 선전을 계기로 더욱 발전하는 한국 탁구가 되면 좋겠네요. 중국을 목표로 하지만 그 외의 강국들 일본, 타이완 같은 나라들에게는 반드시 지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하고 그 위에서 더 큰 도전을 해나가기 바랍니다.(오)”

  “중국 선수들을 위협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구사하는 후배들이 참 대견하고 멋졌습니다. 하지만 고급 기술일수록 범실도 자주 나온다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양날의 검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좀 더 세밀하게 다듬는다면 차후의 대결에서는 더 나은 승부를 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유)”

▲ (부산=안성호 기자) 힘내라! 후배들아!!

  대회 개막 첫날부터 매일 체육관을 방문해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는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라켓을 들고 코트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뛰고 싶어도 이제는 후배들에게 맡길 때가 됐다는 것이다. 사실 당장의 성적이 어떻든 이왕 현재의 주전들에게 맡긴 한국 탁구라면 선수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기다려줄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다. 한국탁구 세대교체의 마침표는 그때 비로소 찍혀질 것이다. 선배들의 진심을 후배들도 느낀 것일까?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대표 선수들은 선전 끝에 단체전 3위에 올랐고 개인전 각 종목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승부세계의 치열함은 물론 한국 탁구를 이끌어가는 선후배들 사이 깊은 정도 함께 충만해있는 부산 사직체육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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