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의 이상수가 결정적인 순간 가장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상수는 16일 전용경기장 스튜디오T(광교씨름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코리아리그 시즌 최종전에서 단·복식 2점을 따내는 맹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2매치에서 상대 에이스 장우진에게 거둔 역전승이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가 됐다.
 

삼성생명이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 남자 코리아리그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시즌 최종전으로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와 벌인 숙명의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예상 밖의 완승이었다. 안재현이 백호균을 잡은 첫 매치는 예상 가능했던 승부였으나, 2매치에서 우세가 점쳐졌던 상무 에이스 장우진이 삼성의 최고참 이상수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공기가 급격하게 달라졌다. 긴 승부를 예상했던 상무는 조승민을 배치한 5매치 승부수를 써보지도 못하고 패했다.
 

이상수는 첫 게임을 내준 이후 2, 3게임에서 특유의 ‘닥공’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으로 밀어붙여 역전승을 일궈냈다. 버티는 장우진의 코스를 예상하고 1구를 더 버텨내는 노련한 경기운영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 국제무대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이상수의 관록이 고비마다 빛났다. 반면 이번 경기 전까지 무려 31승(3패)을 축적하며 무적의 다승 레이스를 펼쳐온 장우진은 마지막 승부처에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이상수의 승리로 급격하게 기운 승부는 다음 매치인 복식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다시 나온 이상수와 파트너 조대성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첫 매치부터 빠르게 앞서나간 이상수-조대성 조는 상대 조승민-조기정 조가 전열을 정비할 틈을 주지 않고 연달아 두 매치를 가져가며 그대로 전체 승부를 끝내버렸다. 상무 선수들이 2게임 듀스까지 추격하며 안간힘을 썼으나 승패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어진 승부에서 장우진이 안재현을 이기고 위안을 삼았으나, 모든 순위가 확정된 상황에서 치러진 4매치는 승점의 의미보다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로서 더 가치가 부여된 경기가 됐다. 
 

삼성생명은 프로탁구리그 첫 정규시즌을 승점 52점, 14승 4패로 마쳤다. 15승 3패(승점 51점)를 기록한 상무가 승률에서 앞섰지만, 승점을 우선하는 KTTL 규정에 따라 삼성이 최종 1위가 되면서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했다. KTTL은 승부가 결정돼도 반드시 4매치를 추가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의 승점 규정을 적용했다. 4대 0 완승이면 4점, 3대 1이나 3대 2는 3점의 승점을 줬다. 패한 팀도 한 매치라도 가져가면 1점의 ‘덤’을 주도록 했다. 이런 방식 하에서 국가대표 이상수-안재현-조대성 트리오가 활약한 삼성은 승점 ‘4’를 독식한 경기를 6회나 기록한 반면 상무는 3회에 그쳤다. 한 경기를 적게 이기고 한 경기를 더 진 삼성이 상무보다 높은 승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삼성은 3라운드로 치러진 정규리그에서 상무와의 맞대결도 2승 1패로 앞섰다.
 

삼성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끈 이철승 감독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장기시리즈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쉽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어려움들을 모두 극복하고 결국 1위로 정규리그를 끝낸 것에 대해 선수들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종전 승인에 대해서는 “주장 이상수가 장우진을 한 번은 이겨줄 거라고 믿었는데 그게 마지막 경기에서 통했다”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
 

삼성생명은 사실 프로리그를 개막하는 순간부터 ‘어우삼(어차피 우승은 삼성)’으로 통했다. 그만큼 강력한 국가대표 트리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같은 전제는 반대로 큰 부담이 되기도 했다. 이철승 감독은 “어우삼이라고 하지만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어우삼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팀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챔피언결정전이 남았다. 1승을 안고 싸우기 때문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상무도 미래에셋도 좋은 팀이니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잘 준비해서 정말 어우삼이 무엇인지 증명해보이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이로써 남자 코리아리그는 1위 삼성생명, 2위 국군체육부대, 3위 미래에셋증권의 최종 순위가 확정됐다. 상무와 미래에셋의 플레이오프 승자가 삼성과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는 대진이 완성됐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1위를 확정한 삼성 선수들은 축포가 터진 스튜디오T 한복판에서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남자 코리아리그 경쟁 역시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원년 챔피언을 가리는 포스트시즌이 남아있다. 2위 상무와 3위 미래에셋이 대결하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자가 1위 삼성생명과 챔피언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통합우승을 목표하는 삼성생명은 휴식 없이 바로 포스트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아쉽게 2위에 머문 상무도, 절치부심 중인 미래에셋증권도 물론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장 4개월을 이어온 스튜디오T에서의 일상을 어느 팀이 가장 크게 웃으면서 마감할 수 있을까.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남자 코리아리그 포스트시즌은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치러진다. 다음은 16일 남자 코리아리그 수위 결정전 경기 결과.

[16일 KTTL 전적]

□ 남자 코리아리그(18시)
삼성생명(14승 4패) 3대 1 국군체육부대(15승 3패)
1매치 : 안재현 2(11-4, 11-6)0 백호균
2매치 : 이상수 2(7-11, 11-5, 11-5)1 장우진
3매치 : 이상수-조대성 2(11-7, 12-10)0 조승민-조기정
4매치 : 안재현 0(7-11, 7-11)2 장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