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ITTF) 2019 부다페스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한국남자탁구 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두 선수의 맞대결은 후배의 승리로 끝났다. 27일 새벽(한국시간) 부다페스트 헝엑스포에서 치러진 국제탁구연맹(ITTF) 2019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안재현(삼성생명·20, 세계157위)이 대표팀 선배 장우진(미래에셋대우·24, 세계랭킹10위)을 이기고 4강으로 갔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안재현이 4강에 올랐다. 동메달을 확보했다.

탁구계 최고 국제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메달을 다툰 역사적인 8강전이었다. 한 명은 국제무대에서도 주목받는 스타로 떠오른 ‘신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이번 대회에서 거센 바람을 일으킨 ‘돌풍의 주인공’이었다. 한국의 두 ‘영건’이 가장 큰 무대에서 펼친 ‘선의의 대결’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긴장되는 플레이볼 직전, 악수를 나눈 두 선수는 한국탁구의 현재, 그리고 미래 들이다.

국내 실업무대에서 상대로 싸웠고, 대표팀에서도 함께 훈련해왔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두 선수의 대결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의 대접전으로 이어졌다. 초반 두 게임부터 연속으로 듀스접전을 펼쳤으며, 최후의 마침표도 듀스 끝에 찍었다. 4대 3(12-10, 10-12, 7-11, 11-3, 11-5, 8-11, 12-10)의 극적인 승부였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여전히 거침없이 자기 플레이를 마음껏 펼쳤다.

결과적으로 승부는 백대백 랠리에서 갈렸다. 미들에서도 백에서도 안재현은 절묘한 손목 놀림으로 코스에 변화를 주면서 장우진의 힘을 빼놓았다. 반면 대회 기간 내내 백핸드에서의 밸런스 조절에 어려움을 겪던 장우진은 마지막 순간까지 완전한 박자를 찾아내는데 실패한 모습이었다. 장기인 포어핸드마저도 안재현의 페이스에 말리며 자주 범실을 내는 상황이 반복됐다. 초반 듀스게임을 주고받은 뒤 장우진이 먼저 앞서갔지만, 경기 분위기를 안재현이 내내 주도한 이유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안재현이 4강에 올랐다. 동메달을 확보했다.

물론 장우진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굵직한 관록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6게임을 다시 잡아냈고, 마지막 7게임에서도 매치 포인트를 먼저 잡았다. 하지만 승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듀스가 이어졌다. 다시 장우진의 백핸드가 흔들리며 안재현이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최후의 운명은 승부의 키를 쥐고 있던 백핸드 대신 포어핸드가 갈랐다. 안재현의 드라이브가 장우진의 코스를 뚫었다. 장우진의 라켓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안재현이 펄쩍 뛰어 올랐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장우진도 최선을 다해 싸웠다. 하지만 좋지 못한 컨디션이 발목을 잡았다.

그야말로 ‘막내온탑’이다. 한국대표팀 막내 안재현이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약관의 나이, 실업 2년차에 접어든 안재현의 메달은 한국탁구 사상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최연소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김택수 남자 대표팀 감독이 21살 때인 1991년 지바 대회 때 따낸 동메달이 최연소 기록이었다. 여자 선수 중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식 금메달리스트 양영자가 1983년 도쿄대회 당시 19살로 따낸 은메달이 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안재현이 4강에 올랐다. 동메달을 확보했다.

안재현은 또한 동메달을 확보하면서 직전 개인전 대회였던 2017년 뒤셀도르프 대회 이상수에 이어 한국탁구에 남자단식 연속 메달을 안겼다. 역대 남자단식에서는 2003년 파리대회 주세혁(한국마사회)의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고, 김택수 감독의 동메달을 비롯해 오상은 미래에셋대우 코치가 2005년 상하이,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2007년 자그레브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만일 안재현이 4강을 넘어 결승에 갈 수 있다면 주세혁 이후 16년 만의 기록이 된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안재현이 4강에 올랐다. 동메달을 확보했다.

안재현은 세계대회에 처음 출전한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매 경기마다 여유 있는 모습으로 임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자신의 기량을 십분발휘하고 코트를 빠져 나왔다. 1회전부터 세계14위 웡춘팅(홍콩)을 완파했고, 또래 라이벌 모어가드 트룰스(스웨덴)와의 64강전, 세계29위 다니엘 하베손(오스트리아)과의 32강전, 그리고 일본의 천재 하리모토 토모카즈(세계4위)와의 16강전이 그랬다. 선배와 맞붙은 8강전도 다르지 않았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역사다. 지금의 기세대로라면 결승에 가지 못할 것도 없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승리 확정의 순간! 하늘로 날아오른 안재현이다.

게다가 4강전을 앞두고도 안재현의 자신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수많은 외신들과의 인터뷰도 거침없었다. “솔직히 4강과 8강은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기 전에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최대한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했고, 결국 준결승까지 왔다. 4강과 결승도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시합의 하나일 뿐이다. 세계대회 오기 전부터 내 목표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자는 거였다. 이제 두 경기 남았다!”
 

 

안재현은 이제 세계랭킹 16위 팔크 마티아스(스웨덴)와 4강전에서 결승행을 놓고 격돌한다. 8강전에서 프랑스 에이스 시몽 고지를 완파하고 4강에 온 팔크 매티아스는 16강전에서 한국의 이상수를 이겼었던 선수다. 연속 메달의 꿈이 좌절된 선배의 대리 설욕전도 안재현의 몫이 됐다. 안재현은 아직 팔크 마티아스와 싸워본 적이 없다. 하긴, 이번 대회가 국가대표로 처음 나온 대회다. 안재현은 “자신 있게 부딪치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안재현의 4강전은 한국시간으로 28일 새벽 1시부터 시작된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수고했다. 재현아! 고맙습니다. 더 잘하겠습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선의의 경쟁이었다. 경기 뒤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선 두 선수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탁구선수 출신 할리우드 배우 이수연 씨가 ITTF 초청으로 현지에 와서 홍보대사로 활약 중이다. 안재현의 인터뷰도 맡았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카메라에 사인하는 안재현.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4강 갔습니다! 더 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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