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ITTF) 2019 부다페스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류스원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처음으로 딩닝을 이겼다.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자를 향한 류스원의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여자단식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류스원은 26일 부다페스트 헝엑스포에서 계속된 대회 여자단식 준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딩닝을 4대 2(6-11, 9-11, 11-5, 11-5, 11-0, 11-2)로 꺾었다. 이로써 류스원은 2015년 쑤저우 대회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결승에 올랐다. 더 이전까지 따지면 세계선수권 결승만 세 번째(2013, 2015, 2019)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3회 연속 우승 및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딩닝은 3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류스원이 또 한 번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류스원은 최종전에서 중국의 첸멍을 상대로 우승을 다툰다. 첸멍은 4강전에서 중국팀 후배 왕만위에게 4대 0(11-5, 11-7, 11-5, 11-8)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왕만위는 8강전에서 더 어린 선수인 쑨잉샤를 4대 2(11-9, 10-12, 21-19, 11-6, 9-11, 11-8)로 이겼지만, 첸멍의 벽에 막혔다. 첸멍은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 류스원에 항상 앞서왔던 선수다. 류스원은 지금까지 첸멍을 상대로 9전 2승 7패를 기록했다. 2승도 6년 전 일이고, 이후로는 무려 6연패를 당하고 있다. ‘챔피언 유전자’를 가진 딩닝을 넘었더니,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상대가 마지막 관문을 막아선 형국이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딩닝의 '챔피언 유전자'가 이번 대회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류스원과 딩닝의 경기에서 먼저 승기를 잡은 쪽은 딩닝었다. 딩닝은 경기가 시작되고 1, 2게임은 연이어 따내며 2대 0으로 앞서 나갔다. 특히 2게임은 뒤지고 있던 게임을 역전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류스원이 2게임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회복했고, 이후 딩닝을 거침없이 몰아붙여 역전에 성공했다. 류스원은 먼저 두 게임을 내줬지만 3, 4, 5, 6게임을 연이어 따내 최종 승리를 거뒀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결승전 상대는 첸멍이다. 류스원이 가장 싫어하는 상대다.

두드러진 것은 5게임에서 나온 11-0의 스코어. 비슷한 수준의 톱-랭커들 간의 경기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점수차였는데, 승리를 향한 류스원의 열망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류스원은 최선의 최선을 다해 단 1점도 허용치 않았다. 다잡았던 경기를 딩닝의 부상 지연 여파로 내주고 말았던 쑤저우 악몽(惡夢)을 류스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다음은 경기 후 인터뷰 내용이다.

류스원 - “내가 게임스코어 0대 2로 뒤졌을 때, 특히 2게임을 내가 앞서가다 딩닝이 역전했을 때, 나는 더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단지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집중했다. 11-0까지 플레이할 수 없다는 특유의 룰이 있다. 딩닝은 매우 강한 선수고, 나는 감히 조금이라도 늦출 수 없었다. 이것 또한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이다.” (ITTF 오피셜 인터뷰)

딩닝 - “류스원은 오늘 자신의 리듬을 빨리 찾지 못했다. 실제로 2게임까지 내가 좀 더 느렸지만, 몇몇 결정적 포인트를 잘 처리해 두 게임을 가져왔다. 하지만 3게임부터 류스원은 공격, 수비를 전환하면서 매우 수준 높은 샷을 날렸다. 그의 스피드 또한 최대로 빨라졌고, 나에게 많은 압박이 됐다. 공격 실마리를 찾기 힘들었다. 나도 스피드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훨씬 더 빠른 볼이 넘어왔다. 그는 갈수록 안정을 찾았고, 경기는 그의 리듬대로 흘러갔다.” (ITTF 오피셜 인터뷰)

이번 4강전은 류스원과 딩닝의 무려 25번째 국제무대 맞대결이었다. 류스원이 승리를 이끌어내며 25전 16승 9패를 기록했다. 상대전적에서 보듯 류스원은 딩닝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두 번 맞붙어 두 번 다 패했다. 2011년 로테르담대회 4강전에서 2대 4(13-11, 9-11, 11-8, 6-11, 8-11, 6-11)로 패했고, 2015년 쑤저우 대회 결승에서 3대 4(11-7, 13-15, 7-11, 9-11, 11-9, 11-4, 8-11)로 패했다. 류스원으로서는 이번 승리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딩닝을 처음으로 이긴 것이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4강에 올랐던 왕만위, 첸멍에게 지고 동메달로 만족했다.

혼합복식에서 쉬신과 함께 이미 금메달을 따낸 류스원이 과연 세계선수권 단식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류스원이 약세를 보이는 최강의 상대를 만난다는 점에서 27일 밤 여덟시(한국시간)에 열리는 결승전은 더욱 더 흥미진진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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