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다페스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정영식(미래에셋대우·27)이 ‘운명의 숙적’을 넘었다. 24일 밤(한국시간) 부다페스트 헝엑스포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2019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32강전에서 일본 간판 미즈타니 준(세계랭킹 13위)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정영식이 미즈타니 준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중요한 길목마다 앞길을 가로막던 숙적과의 승부였다. 끈질긴 디펜스와 역습 능력을 자랑하는 미즈타니 준은 파워보다는 연결력을 주무기로 하는 정영식의 스타일과 상극이어서 맞붙을 때마다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상대다. 이전까지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도 정영식이 2승 3패로 열세였다. 특히 역시 32강전에서 만났었던 2015년 쑤저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영식이 풀-게임접전 끝에 패하고 고개를 떨궜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정영식이 미즈타니 준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4년 만이다. 게다가 다시 한 번 같은 단계에서 만난 정영식과 미즈타니 준은 또 한 번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미즈타니 준은 여전히 중진에서도 전진에서도 끈질기게 받아내며 승부를 끌고 갔고, 정영식 역시 뒤지지 않고 랠리를 이어갔다. 간간히 터져나온 두 선수의 역습과 이어지는 득점이 관중의 환호를 불러모았다. 정영식이 초반 두 게임을 먼저 내줬지만, 내리 세 게임을 가져와 승부를 뒤집었다. 다시 6게임을 내준 뒤 결국은 원점에서 마지막 게임으로 승부를 냈다. 최종 승자는 정영식이었다. 4대 3(7-11, 5-11, 11-9, 11-4, 11-4, 8-11, 11-8)의 극적인 승리였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풀-게임 승부를 이겨낸 정영식이다.

경기 뒤 믹스존에서 만난 정영식은 “미즈타니 준과의 경기는 늘 힘들다.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들어갔다. 초반 두 게임을 다 내줬을 때는 솔직히 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3게임 때 미즈타니 준의 페이스가 잠깐 떨어졌다. 나한테 유리한 게 없었는데 기세가 넘어오더라. 거기서부터 조금 강하게 밀어붙여 세 게임을 가져온 게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이겼다. 김택수 감독의 벤치도 뜨거웠다.

정영식은 2015년 쑤저우 대회에서 미즈타니 준에게 패하고 난 뒤 “다신 같은 패배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무대 같은 단계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정영식은 또한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직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타이틀 하나는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었다. 입상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길목을 일단 통과하면서 목표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선전을 다짐하는 정영식.

정영식의 16강 상대는 중국의 린가오위엔이다. 린가오위엔은 국제무대에서는 정영식이 더 많이 이겨본 상대다. 세 번을 만나 두 번을 이겼다. 하지만 가장 최근 경기가 2014년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린가오위엔은 최근 세계적인 강호로 급성장했다. 세계랭킹도 3위로 22위인 정영식과 많은 차이가 난다.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하지만 정영식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래 전이지만 승리의 기억을 되새겨 다시 이기겠다는 다짐이다. 세계선수권대회 개인단식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정영식의 다짐과 각오가 실현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정영식과 린가오위엔의 16강전은 25일 저녁(한국 시간)으로 예정돼있다.

한편 정영식의 경기 전후로 열린 단식 32강전에서 이상수(삼성생명·29)와 장우진(미래에셋대우·24)도 모두 승리하고 16강에 올랐다. 각각 '강호' 파트릭 프란치스카(독일)와 '복병' 조나단 그로스(덴마크)를 꺾었다. 한국 남자대표팀 선수들이 단식에서 질주 중이다. 막내 안재현(삼성생명)은 잠시 뒤 32강전을 치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