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다페스트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남자복식

이상수(삼성생명)와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은 직전 개인전선수권대회였던 2017년 뒤셀도르프 대회 때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냈던 ‘파트너’다. 정영식은 그보다 한참 앞선 2011년 로테르담 대회 때 김민석(KGC인삼공사)과 짝을 이뤄 동메달을 땄었고, 이상수는 2015년 쑤저우 대회 때 서현덕(보람할렐루야)과 호흡을 맞춰 동메달을 따냈었다. 둘 다 이미 두 개씩의 복식 동메달을 보유한 상태로 이번 대회에서 세 번째 메달에 도전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이상수-정영식 조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중국 조에 아쉽게 패했다.

연속 메달의 길은 험난했다. 국제탁구연맹(ITTF) 2019 부다페스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만난 상대가 하필 중국 선수들이었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 마롱이 자국 유망주 왕추친을 파트너 삼아 나왔고, 한국 주전 복식조의 앞을 막아섰다. 외견상 중국이 강해 보인 것이 사실이었지만, 벌써 몇 년째 합을 맞춰온 이상수와 정영식의 호흡도 무시할 수 없었다.

25일 저녁(현지 시간) 부다페스트 헝엑스포에서 진행된 복식 8강전은 예상대로 박빙으로 흘렀다. 중국이 마롱의 노련함과 왕추친의 패기를 버무려 압박해왔지만, 한국 역시 이상수의 날카로운 공격과 정영식의 안정된 디펜스를 바탕으로 대항했다. 첫 게임을 먼저 잡았고, 2, 3게임을 내리 내준 뒤 다시 4게임을 잡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 내내 탁구경기장 특유의 “짜요”가 울려 퍼졌지만, 이상수-정영식 조의 기세도 쉽게 꺾이지 않았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이상수-정영식 조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중국 조에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중국 조는 역시 강했다. 마롱의 드라이브에는 갈수록 힘이 실렸고, 왕추친은 어린 선수답지 않게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리시브를 자주 띄웠고, 드라이브는 엔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중국은 5게임을 ‘6’으로 가져간 뒤 6게임에서도 기세를 늦추지 않고 결국 승리했다. 한국 선수들은 6게임에서 9대 9까지 따라붙으며 최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이상수의 마지막 드라이브가 멀찌감치 엔드를 벗어나면서 패하고 말았다. 2대 4(11-7, 6-11, 5-11, 11-8, 6-11, 9-11) 한국의 석패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로써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의 두 ‘고참’ 이상수와 정영식의 부다페스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도 모두 끝났다. 둘은 오전에 열린 남자단식 16강전에서 각각 스웨덴의 팔크 마티아스와 중국의 린가오위엔에게 패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복식에서 마지막 힘을 냈으나, 최강 중국 선수들의 위력을 끝까지 배겨내지 못했다. 단식과 복식에서 연속 메달에 도전했던 꿈도 접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이상수-정영식 조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중국 조에 아쉽게 패했다.

물론 이번 대회 경기일정이 끝났다고 해서 탁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단식과 복식 모두 상위권에 근접하며 경쟁력을 증명한 두 선수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경기를 마친 뒤 굳게 잡은 두 손에는 강한 의지가 실려 있었다.

경기 뒤 기자들과 만난 둘은 서로에게 미안함과 아쉬움을 먼저 전했다. 이상수는 “영식이가 잘해줬는데 내가 받쳐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쉽다”고 했고, 정영식은 “상수형이 공격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내가 편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이십대의 대부분을 대표팀에서 함께 보낸 두 선수는 대회 끝의 소회를 표현하는 방법도 그렇게 닮아있었다. 대회 이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지 않았다. 두 선수는 똑같이 “이게 우리의 현재 위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부족한 부분 보완하고 다듬어서 다음 대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내년 올림픽을 향해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 (부다페스트=안성호 기자) 이상수-정영식 조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중국 조에 아쉽게 패했다.

목표로 했던 단식에서 자신들을 대신해 8강에 진입한 후배들, 8강전에서 맞대결하게 된 장우진과 안재현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쉽게 끝냈지만, 동생들이 메달권에 진입해 감사하고 한편으로 기특하다. 우리에게도 좋은 자극이 된다. 누가 이기든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이왕이면 결승까지, 우승까지 해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19년 부다페스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막바지를 향하고 있고, 예상보다 일찍 경기를 마감한 이상수와 정영식은 출발선에 다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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