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뒤셀도르프 제54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폐막 직전

이상수(27·국군체육부대, 세계랭킹 20위)의 도전이 아쉽게 세계 4강에서 멈춰 섰다.

이상수는 5일 저녁(한국시각) 독일 뒤셀도르프 메세뒤셀도르프 경기장에서 열린 2017 뒤셀도르프 제54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4강전에서 중국의 판젠동(세계랭킹 2위)에게 게임스코어 0대 4(6-11, 9-11, 6-11, 1-11)로 완패했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이상수의 도전이 아쉽게 4강에서 멈췄다.

판젠동은 세상의 모든 탁구기술을 가장 높은 완성도로 무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멀티플레이어다. 지난 우시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마롱을 꺾은 ‘정상은 돌풍’을 결승에서 잠재웠던 선수다. 특별한 단점이 없는 ‘완성형’의 선수를 상대로 이상수의 속공이 쉽게 통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경기 전부터 있었고, 실제 경기 내용에서도 전망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장지커, 삼소노프, 웡춘팅을 모두 돌려세운 이상수였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승부를 내줬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판젠동과의 승부에서는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했다. 남은 과제!

4강에서 멈춰 섰지만 이상수는 이번 대회에서 경이로운 활약을 선보였다. 32강전에서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인 장지커(세계4위)를 꺾으면서 중국이 독점했던 세계선수권 4강 구도에 일찌감치 균열을 냈다. 이번 대회 남자단식 4강은 마롱, 쉬신, 판젠동, 이상수다. 비(非)중국 선수로는 이상수가 유일했다. 이상수는 16강전에서 ITTF 월드투어 통산 최다우승 기록보유자인 블라디미르 삼소노프(벨로루시, 세계13위), 8강전에서 이면타법의 신흥강호 웡춘팅(홍콩, 세계7위)를 차례차례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 남자탁구가 세계선수권 단식 4강에 오른 것은 2007년 자그레브 대회에서의 유승민(현 IOC 선수위원) 이후로 정확히 10년 만의 일이었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아쉽게 패했지만 이상수의 이번 대회 활약은 경이로웠다.

뿐만 아니라 이상수는 복식에서도 대표팀 동료 정영식(25‧미래에셋대우, 세계12위)과 함께 동메달을 따냈다. 4강전에서 일본의 전략조 모리조노 마사타카-오시마 유야 조에 석패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였다. 이상수는 2년 전 쑤저우대회에서도 서현덕(26‧국군체육부대)과 함께 동메달을 따냈었다. 두 대회 연속 복식 동메달이다. 게다가 한 선수가 한 대회에서 단‧복식 모두 4강에 오른 것은 한국 남자탁구 세계선수권 출전 사상 처음 있는 쾌거였다. 한국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상수의 고군분투는 더욱 돋보였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김택수 감독도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 출신이다. 1991년 대회 때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이상수와 함께 멋진 ‘콤비’로 활약했다.

이상수는 테이블 가까이에 붙어 서서 빠르고 적극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파이터’형의 선수다. 기복이 심한 단점이 있지만 한 번 달아오르면 누구도 쉽게 이길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일세를 풍미하고 있는 중국탁구 3인방 마롱, 쉬신, 장지커를 모두 이긴 경험이 있는 유일한 선수다. 2011년 코리아오픈에서 왼손 세계 최강자 쉬신을 4대 2로,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현역 세계챔피언’ 마롱을 4대1로 돌려세웠다. 이번 대회에서는 장지커까지 4대 1로 격파했다. 아직 이기지 못한 유일한 선수 판젠동은 남은 ‘과제’가 됐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이상수는 빈손으로는 잘 돌아오지 않는다. 복식에서도 정영식과 함께 동메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상수는 빈손으로 돌아오는 법이 없는 ‘국제용’ 선수였다. 2013년 파리대회에서는 박영숙(렛츠런파크)과 혼합복식 은메달을, 2년 전 쑤저우대회에서는 서현덕과 함께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남자단식 64강에선 독일 톱랭커 드미트리히 옵챠로프를 꺾어 파란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단순한 파란을 넘어 단식에서도 메달리스트가 됐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이상수의 활약으로 한국 탁구는 겨우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다.

삼성생명 소속이던 이상수는 올해 초 입대해 현재 육군 일병 신분이다. 강인한 군인정신으로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했다. 게다가 이상수는 이번 대표팀에서 주장으로 활약했다. 작년 리우올림픽까지 함께 뛰었던 주세혁(삼성생명)이 대표팀을 떠난 후 ‘맏형’의 책임감까지 떠안았다. 이상수는 국내에서 독일로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 “성적보다도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눈여겨 봐 달라”는 당부를 남겼었다.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은 ‘하고자 하는 의지’로 고스란히 투영됐다. 리우올림픽에 이어 자칫 노메달에 그칠 수도 있었던 한국탁구는 이상수의 동메달 두 개로 다시 회생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이번 대회는 이제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남자단식 연속우승을 노리는 마롱의 경기모습.

지난달 29일부터 6월 5일까지 8일간의 열전을 이어온 2017 뒤셀도르프 제54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전은 이제 남자단식 결승전과 여자복식 4강, 결승전만을 남기고 있다. 현재는 싱가포르의 펑티안웨이-위멍위 조와 중국의 주위링-첸멍 조가 싸우고 있다. 맞은편 대진은 하야타 히나-이토 미마 조 vs 딩닝-류스원 조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마롱이 이상수를 꺾고 올라간 판젠동과의 시합에서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마롱은 국제무대에서 늘 판젠동의 천적으로 군림했다. 중요한 결승무대에서 패한 적이 없다. 하지만 판젠동은 이번 대회 대비 중국대표선발전에서 마롱을 이겼었다. 국내무대에서 강하고 국제무대에서 약한 ‘상대성’ 징크스를 되풀이할지 궁금하다. 우리 선수들이 없어 조금은 아쉬울 한국 탁구팬들로서는 내년, 또는 후년 더 강해질 한국탁구를 희망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남은 결승전은 남자단식이 먼저 열린다. 한국 시간으로 5일 밤 9시 30분이다. 이어서 여자복식 결승전이 10시 30분에 치러지며, 마지막 경기가 종료되면 각 종목 시상식이 열린다. 남자단식 시상식에는 동메달리스트 이상수도 참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