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뒤셀도르프 제54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2020 도쿄올림픽을 향한 일본탁구의 진격이 시작됐다.

일본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5일 오전(한국시간)까지 금메달 1, 은 1, 동 3개 등 총 5개 메달을 확보했다. 동 2개를 확보한 한국과 대조적. 혼합복식에서 요시무라 마하루-이시카와 카스미가 금을 거머쥐었고, 남자복식은 은 1, 동 1개를 챙겼다. 여자복식에선 하야타 히나-이토 미마가 준결승에 올라 동메달을 예약했다.

중국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남녀단식에서의 활약은 더욱 놀랍다. 8강에 남녀 2명씩 진출했다. 특히 17세 히라노 미우는 동메달을 획득해 일본 선수론 1969년 독일 뮌헨 대회 토시코 코와다(금메달) 이후 48년 만에 여자단식 메달 주인공이 됐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48년 만에 자국에 세계선수권 메달을 안긴 히라노 미우.

남자단식의 하리모토 토모카즈는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 2003년생으로 올해 14세인 하리모토는 세계선수권 사상 최연소 8강에 오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리모토는 국제탁구연맹(ITTF)과의 인터뷰에서 “탁구에서 나이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며 “역사를 새로 썼다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냈다는 것이 더 기쁘다”고 말하는 등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일본탁구는 1930∼1950년대 전성기를 누렸지만, 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2000년대까지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탁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 서울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20년간 노메달 수모. 하지만 2009년 요코하마 세계선수권을 유치한 것을 계기로 협회와 언론, 용품사들이 합심해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고,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까지 더해져 중흥기를 맞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 여자단체전 은메달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단체전 은, 여자단체전 동은 투자의 산물.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하리모토 토모카즈는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다.

우선 일본탁구협회 한 해 예산은 100억∼150억 원 정도. 그중 20억 원은 유소년 양성에 투자된다. 뒤셀도르프에서 만난 일본 탁구전문 월간지 탁구왕국 편집자 곤노 노비 씨는 “세계선수권에 주니어 선수 4∼5명을 선발해 성인대표와 동행하게끔 한다”며 “이런 큰 대회를 직접 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성인·주니어대표뿐 아니라 초‧중‧고교와 생활체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곤노 씨에 따르면 일본은 100여 개의 클럽과 200만 명의 탁구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언론도 일본 탁구 발전에 한 축이다. 도쿄TV는 2009년 세계선수권을 시작으로 굵직한 국제대회 중계를 담당하고 있고, 이번 대회를 위해 ITTF에 20억 이상의 중계권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도통신 등 10여 개 매체에서 200명이 넘는 인력이 이번 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뒤셀도르프를 찾았다.

버터플라이, 니탓쿠 등 일본 용품업체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유망주들과 계약을 맺고 1년에 10억 원 정도를 후원한다. 또 개인 코치, 트레이너까지 영입해 유망주를 위한 팀을 구성한다. 이번 대회에서 활약하는 20대 초‧중반의 일본 선수 대부분이 이런 시스템 하에서 자라났다. 용품업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ITTF 주관 대회에서 탁구공 등 자신들의 용품을 사용하게끔 유도한다. 일본 선수들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엔 익숙한 용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대표팀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이상수(27·상무)가 남자단식 4강에 오르며 동메달을 확보했고, 이상수-정영식(25·미래에셋대우) 조가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내는 데 만족했다. 안재형 여자대표팀 감독은 “예산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그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부, 협회, 탁구인, 언론 등 모두가 한국탁구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세계탁구선수권 합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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