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뒤셀도르프 제54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2017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개막한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의 메세뒤셀도르프 경기장은 수백 명의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경기장 한편에 마련된 50여 대의 탁구대에서 독일 학생들은 라켓을 휘두르며 연신 구슬땀을 흘렸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장애인을 위한 전용 탁구대도 따로 마련됐다. 그 옆엔 가상현실(VR) 탁구 게임을 즐기려는 아이들이 줄을 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따로 마련된 탁구대에서 탁구를 즐기는 독일 학생들.

개막 당일은 평일(월요일) 오전이었고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들의 예선전만 치러졌지만, 경기장을 찾는 독일 국민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국제탁구연맹(ITTF) 관계자는 “개막일에만 5000명 정도가 이곳을 찾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관중은 늘어났고, 하루 평균 3만 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방문한다.

독일은 세계적인 탁구 강국이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탁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 등 총 7개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중국(53개), 한국(18개)에 이어 3번째이며 유럽에서는 가장 많은 메달 보유국. 특히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단체 3, 4위 결정전에선 한국을 꺾고 동메달을 가져갔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장애인을 위한 전용 탁구대도 따로 마련돼 있다.

독일 탁구의 힘은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나온다. 우선 독일은 중국 슈퍼리그와 함께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프로탁구리그를 보유하고 있다. 분데스리가라 불리는 1부리그를 비롯해 10여 개의 하부리그로 구성된다. 보통 5부리그까지를 프로, 그 이하를 아마추어로 분류한다. 마을마다 시에서 운영하는 탁구 클럽이 있고, 가입신청을 하면 하부리그 선수 자격을 얻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뒤셀도르프에서 만난 독일 출신의 ITTF 칼럼니스트 이안 마샬은 “정확한 클럽 수와 탁구 인구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다”며 “어림잡아 클럽은 900∼1000개, 회원은 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초중고교에서도 대부분 방과 후 언제든지 탁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가상현실(VR) 탁구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특히 1부리그인 분데스리가는 1933년 창설돼 8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9개 팀으로 구성돼있으며 유승민, 오상은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도 분데스리가를 거쳤다. 세계선수권을 찾은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고의 탁구를 경험할 수 있는 리그이며 나의 탁구도 독일에서 크게 성장했다”며 “분데스리가는 독일 탁구 발전의 원동력이자 뿌리”라고 설명했다.

세계선수권이 열리고 있는 뒤셀도르프는 ‘독일 탁구의 메카’라 불릴 정도로 탁구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곳이다. 이곳을 연고로 두고 있는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구단인 보루시아 뒤셀도르프 때문. 보루시아 뒤셀도르프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분데스리가 정상에 오르는 등 최다 우승(28회)팀이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티모 볼은 독일 탁구의 영웅이다. 등장할 때마다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

특히 보루시아 뒤셀도르프엔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과 2012 런던, 지난해 리우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독일 탁구 영웅 티모 볼이 소속돼있어 ‘전국구’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볼이 코트에 등장할 때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뒤셀도르프 시민들은 열띤 환호와 우렁찬 박수로 응원전을 펼친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 독일 팬은 “볼은 독일과 뒤셀도르프의 자존심”이라며 “볼이 출전하는 모든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선수위원은 “한국 탁구가 성장하기 위해선 독일과 같은 인프라 구축과 유소년 및 생활체육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 탁구가 국민의 사랑을 되찾고 부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선수권 합동취재단)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독일탁구의 힘은 탄탄한 인프라에 있다. 어릴 때부터 친근하게 다가단다. 한국도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