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뒤셀도르프 제54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한국탁구 여자대표팀이 개인단식에서 일단 좋은 출발을 보였다. 엔트리 다섯 명 중 네 명이 32강에 올랐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막 3일째였던 31일 경기에서 여자단식에 출전한 선수들이 호조를 보였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영건’ 이시온이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32강 전망도 나쁘지 않다.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른 이시온(미래에셋대우, 세계88위)은 예선을 거쳐 올라온 세르비아의 루풀레스쿠(세계200위)를 4대 3(11-4, 11-7, 8-11, 12-10, 9-11, 8-11, 11-7)으로 힘겹게 꺾은 뒤 상위랭커인 빌렌코 테티야나(우크라이나, 세계56위)도 4대 2(12-10, 4-11, 11-4, 10-12, 11-9, 11-2)로 제압하고 32강까지 전진했다.

노장 수비수 김경아도 두 경기를 가볍게 승리했다. 우쿠라이나의 브라테이코(세계234위)를 4대 0(11-4, 11-7, 11-9, 11-6)으로, 인도의 복병 나니가 바트라(세계103위)를 4대 1(3-11, 11-5, 11-6, 11-6, 11-8)로 이겼다. 국제무대에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은 김경아의 세계랭킹은 현재 46위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노장 수비수 김경아도 무난히 32강전으로 갔다.

또 한 명의 수비수 서효원(렛츠런파크, 세계29위) 역시 이란의 아스타리와 프랑스의 스테파니 루이레트 등 약자들을 상대로 가볍게 연승하며 32강에 올랐다. 하지만 서효원과 같은 시간대에 경기를 치른 포스코에너지의 유은총(세계108위)은 첫 경기에서 브라질의 타카하시를 4대 0(11-1, 11-9, 11-3)으로 이겼으나 다음 경기인 64강전에서 폴란드의 중국계 수비수 리치안(세계37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서효원이 몸 풀 듯 32강에 올랐다.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

여자단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에이스 양하은(대한항공, 세계24위)이다. 한국 선수들 중 가장 높은 16번 시드를 받은 양하은은 첫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 선수인 구프라노바(325위)를 가볍게 요리한 뒤 북한의 복병 리미경을 만났다. 리미경의 랭킹은 77위였지만 국제대회 출전이 잦지 않은 북한 선수들은 늘 요주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양하은은 경쾌한 몸놀림을 보이며 어렵지 않게 승리했다. 시종 리드를 놓치지 않은 끝에 4대 1(11-5, 11-9, 11-9, 3-11, 11-9)로 이겼다. 양하은은 "상대가 북한 선수라는 점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며 "그냥 내가 지금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펼치자고 다짐했고, 그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양하은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부담스런 남북경기도 이겨냈다.

이로써 한국 여자대표팀은 단식에 출전한 다섯 명 중 네 명이 32강에 진출했다. 선수들이 모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은 경기도 희망적이다. 하지만 32강전부터는 상대하는 선수들이 차원이 다르다. 실질적인 도전은 이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비수 김경아와 서효원은 둘 다 중국의 최강자들을 만난다. 김경아는 주위링(세계3위), 서효원은 류스원(세계2위)이다. 양하은은 일본의 복병 가토 미유(세계32위)가 32강 상대다. 오히려 상대의 이름값만으로는 독일의 크리스틴 질버아이즌(세계62위)을 만나는 이시온이 그나마 쉬워 보일 정도다. 하지만 질버아이즌 역시 지난해 단체전 선수권에서 한국을 이겼던 독일의 주전이었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독일에서 열리고 있다. 적지에서 만난 파워 있는 유럽형 공격수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강자들을 만나는 한국의 여걸들이 다음 경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된다. 여자단식 32강전은 한국 시간으로 6월 1일 밤 8시 15분경부터 시작된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유은총은 선전했지만 중국계 리치안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편 여자복식에서 기대를 모았던 노장 수비듀오 김경아-서효원 조는 일본의 하야타 히나-이토 미마 조에 2대 4(11-5, 4-11, 4-11, 12-10, 9-11, 9-11)로 패하고 32강전에서 탈락했다. 남자선수들과 함께 출전하는 혼합복식 외에 여자부에서 남은 경기는 개인단식이 전부다.
 

▲ (뒤셀도르프=안성호 기자) 안재형 여자대표팀 감독의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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