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왕추친, 하리모토 토모카즈 무명선수에게 패배, 한국은 4명 32강

기량 차가 랠리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탁구는 웬만해서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종목으로 통한다. 하지만 탁구공도 둥글다. 모두의 예상을 깨는 뜻밖의 결과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며, 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더 큰 화제가 된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우승후보 하리모토 토모카즈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우승후보 하리모토 토모카즈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강원특별자치도 평창돔에서 열리고 있는 2023 ITTF-ATTU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연이어 이변이 발생했다. 단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팬들이 예상하던 결과가 반복됐지만, 개인전이 시작되면서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강자들이 예정보다 일찍 일정을 접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승리한 이란의 노루지 아프신이 포효하고 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승리한 이란의 노루지 아프신이 포효하고 있다.

7일 저녁 치러진 남자단식 64강전이 대표적이다. 저녁 8시 경기에서 일본 에이스 하리모토 토모카즈(세계랭킹 4)가 세계랭킹도 없는 이란 선수 노루지 아프신에게 13(4-11, 11-7, 4-11, 9-11)으로 패했다. 이어서 9시에 시작된 또 다른 경기에서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 중 한 명이었던 중국의 왕추친(세계랭킹 2)이 일본의 타나카 유타(세계랭킹 73)에게 23(11-6, 12-14, 11-3, 5-11, 7-11)으로 역전패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성숙해진 하리모토? 웃으면서 승자를 축하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성숙해진 하리모토? 웃으면서 승자를 축하했다.

일본 남자탁구의 부흥을 이끌어온 하리모토 토모카즈는 이란의 왼손 공격수 노루지 아프신의 변칙 플레이에 말려 특유의 근성을 발휘해볼 틈도 없이 무너졌다. 노루지 아프신은 최근 국제무대에는 거의 나오지 않아 랭킹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무명이지만, 1985년 생으로 38세라는 나이가 보여주듯이 선수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노장이다. 하리모토의 스피드에 휩쓸리지 않고, 경기 내내 분위기를 주도하더니 끝내 승리를 가져갔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왕추친도 뜻밖의 결과에 울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왕추친도 뜻밖의 결과에 울었다.

같은 테이블에서 이어진 경기에서는 일본의 비주전타나카 유타가 일을 냈다. 파괴력 있는 공격을 퍼부으며 이번 대회 2번 시드 왕추친을 당황시켰다. 좋을 때의 하리모토를 연상시키는 파이팅도 돋보였다. 3게임까지 왕추친이 앞섰던 경기는 4게임에서 추격에 성공한 타나카 유타 쪽으로 기울더니, 결국 아무도 예상 못한 결과가 만들어졌다. 타나카 유타는 이번 대회 일본대표팀 중에서도 랭킹이 가장 낮은 선수다. 앞선 경기에서 에이스가 무너진 일본은 이어진 경기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멤버가 승리하면서 울다 웃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타나카 유타가 빠른 공격으로 왕추친을 괴롭혔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타나카 유타가 빠른 공격으로 왕추친을 괴롭혔다.

반면 중국의 왕추친은 경기 후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히 전 종목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같은 날 앞서 치러진 혼합복식 4강전에서도 두 조가 모두 승리하고 자기들끼리의 결승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강한 중국은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균열도 극도로 경계한다. 차세대 에이스로 집중 관리해온 왕추친의 패배는 최상의 흐름을 유지해온 이번 대회 중국대표팀에게 작지 않은 상처가 됐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결국 승리한 타나카 유타가 감격하고 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결국 승리한 타나카 유타가 감격하고 있다.

사실 이변 없는 스포츠는 스포츠라고 할 수 없다. 뻔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선수들은 끊임없이 단련한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기쁨이지만, 이변이 만들어내는 감동은 팬들을 열광시킨다.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 이번 대회 개인전도 시작부터 뻔하지 않은 결과가 이어지면서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으게 됐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왕추친과 중국탁구에는 작지 않은 상처가 됐을 경기였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왕추친과 중국탁구에는 작지 않은 상처가 됐을 경기였다.

한편 같은 시간에 이어진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64강전에서는 장우진, 임종훈(한국거래소), 안재현(한국거래소), 오준성(미래에셋증권)이 승리하고 박강현(한국수자원공사)만 패했다. 박강현은 중국의 리빙 레전드마롱을 만나 또 하나의 이변을 꿈꿨지만 아쉽게 졌다.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감독의 아들 오준성은 아빠가 벤치를 지키는 현장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 데뷔전을 치렀다. 다음은 한국남자대표팀 64강전 결과, 32강전은 8일 현재 속개됐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한국의 박강현도 또 하나의 이변을 꿈꿨으나 잘 싸우고 졌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한국의 박강현도 또 하나의 이변을 꿈꿨으나 잘 싸우고 졌다.

한국남자대표팀 개인단식 64강전 결과
장우진(27, 세계9) 3(11-7, 11-5, 11-7)0 YANG Tzu-Yi (대만)
임종훈(한국거래소26, 세계17) 3(11-3, 11-2, 11-0)0 AL BALUSHI Muhannad (오만)
안재현(한국거래소23, 세계40) 3(11-8, 12-10, 11-9)0 WONG Qi Shen (말레이시아)
오준성(미래에셋증권17, 세계91) 3(11-8, 11-5, 11-6)0 KHAN Muhammad Shah (파키스탄)
박강현(한국수자원공사28, 세계178) 0(9-11, 9-11, 10-12)3 MA Long (중국)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대표팀 막내 오준성이 아빠가 벤치를 지키는 현장에서 아시아선수권 데뷔전을 치렀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대표팀 막내 오준성이 아빠가 벤치를 지키는 현장에서 아시아선수권 데뷔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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