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프로탁구리그 데이터 톺아보기

<기획연재(1)>

2022 한국프로탁구리그 데이터 톺아보기
누가 가장 빠른 속도의 공격을 구사했을까?”

프로탁구 원년, 픽셀스코프(PIXELSCOPE)AI 무인중계 플랫폼 픽셀캐스트(PIXELCAST)’를 통해 전체 231경기, 1,002매치의 모든 중계 화면을 직접 제작, 송출했다. 픽셀캐스트는 경기 영상은 물론 다양한 데이터들까지 곁들이며 탁구중계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해당 기록들은 향후 시스템 고도화 및 선수들 경기력 향상에도 좋은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경모 픽셀스코프 연구소장이 그 풍성한 기록들을 풀어놓는다.

본 기사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와 정보는 픽셀스코프 자산으로 무단 도용 및 복제를 금지합니다.
 

▲ 프로리그가 열린 스튜디오T. 경기장 둘레로 10대의 카메라가 설치됐다.
▲ 프로리그가 열린 스튜디오T. 경기장 둘레로 10대의 카메라가 설치됐다.

AI 무인 중계시스템, ‘픽셀캐스트

픽셀캐스트는 6대의 방송 중계 카메라가 AI의 명령을 받아 선수를 자동으로 따라다니는 것은 물론 경기 내용을 이해하고 각 카메라의 장면을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전환하거나, 리플레이 영상이나 자막, 3D 분석화면 같은 부가적인 콘텐츠를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 다시 말해 무인 중계의 근간이 되는 공과 선수의 움직임 데이터는 경기장 내에 설치된, 중계용 카메라와는 또 다른 10대의 카메라를 통해 인식 및 수집된다.

각각의 카메라는 목적에 따라 초당 120장에서 최대 350장의 영상을 획득하는데, 영상 내에 포함된 공과 선수의 위치를 여러 가지 영상처리, 딥러닝 기법들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인식한다. 각각의 카메라에서 공의 위치, 선수의 머리 위치 등을 찾고 나면 서로 다른 카메라에서 찾은 공과 선수의 위치들을 조합하여 3차원 공간상에서 공과 선수의 위치 정보를 계산할 수 있다. 경기장 내 모든 공간에서 움직인 공과 선수의 위치 정보가 최대 0.003초 간격으로 계속해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수집한 공과 선수의 3차원 위치 데이터는 흔히 ‘raw-data’라고 일컫는, 주관이 투영되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데이터이다. 이 단순한 시간대별 공과 선수의 위치 정보에 수학과 물리를 더하고, 경기 정보와 프로그램화된 규칙을 얹어 가공하면 픽셀캐스트가 방송 중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공의 속도, 서브 및 공격 분포, 서브 및 리시브 성공률, 선수들의 이동 거리 등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먼저 공의 속도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탁구공 속도의 측정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탁구공 스매시의 속도는 당시 38세의 폴란드 소방관 아저씨 ŁUKASZ BUDNER2016년에 기네스 공식 기록으로 남긴 116km/h.

속도의 측정은 보통 스피드건이라 부르는 측정기를 이용하며, 이는 흔히 자동차 과속 단속이나 야구공의 속도 측정을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장치에서 발생시킨 레이더파의 도플러효과를 이용하여 다가오는 객체의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소방관 아저씨의 기네스 기록 작성을 위한 스매시 속도 측정에도 스피드건이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메이저리그의 야구 중계도, 자동차 과속 단속도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다. 카메라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획득 가능한 프레임의 수가 많아지면서 카메라를 이용한 측정 방법의 정확도가 레이더 장치의 그것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이용한 속도 측정은, 특정 두 시점에 촬영한 영상에서 각각 공의 3D 공간상에서의 위치를 구한 뒤, 공이 이동한 거리를 두 영상이 촬영된 시차로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피드건의 측정방식이 그러하듯 보통은 순간 최대속도를 공의 속도로 일컫는다. 대부분은 스트로크 직후의 속도가 최대속도가 된다. 공이 이동하는 시간은 눈으로 따라가기에도 바쁜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비행하는 탁구공 속도의 감소폭은 -15~25% 정도로 매우 큰 편이다. 100km/h 속도로 공을 쳐도 상대편 테이블에 바운드되기 전에 이미 80km/h 이하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스트로크 직후, 바운드 직전, 바운드 이후 리시브 시점 등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속도는 다양하게 존재하며, 우리는 카메라를 이용하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속도 측정의 시점이라는 것에 깊게 주목하고 있다.

바운드 전후 변화에 집중하면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공의 관성모멘트와 테이블의 마찰력 때문에 바운드 전후에도 약 10~12% 정도의 속도 감소가 있는데, 장우진 선수의 톱스핀은 바운드 직전과 직후를 비교하면 속도가 오히려 3~5%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서효원 선수가 수비에 집중할 때의 백스핀은 반대로 15~22% 정도로 훨씬 큰 폭으로 속도가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직은 공의 움직임 정보로부터 직접 스핀량을 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스핀값을 궤적과 속도의 변화를 이용해 추정하고, 다른 선수들이 이 두 사람의 공을 받아치기 어려워하는 이유를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속도 기록

2022 한국프로탁구리그 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브 속도 평균을 구해보면 16.86km/h, 서브를 제외한 모든 스트로크의 평균은 29.86km/h이다.

리그별로 살펴보면 삼성생명 호정문(21.77km/h), 포스코에너지 김별님(19.43km/h), 영도구청 신석현(19.64km/h), 그리고 장수군청 류영주(21.05km/h) 선수의 평균 서브 속도가 가장 빨랐으며, 반대로 미래에셋증권의 수비수 강동수(10.42km/h) 선수가 가장 느린 서브를 구사했다. 대한항공 강다연(13.24km/h), 서울시청 김현소(12.59km/h), 그리고 장수군청 박희진(12.44km/h) 선수는 각 리그별로 평균 서브 속도가 가장 느린 선수들이다. 뒤에서 다루게 될 서브 성공률 내용에서 언급하겠지만, 평균 서브 속도가 빠르건 느리건 서브 성공률 또는 승률 사이에 특별한 연관성을 찾을 수는 없었으며, 그것은 서브를 제외한 평균 스트로크 속도를 보아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다양한 서브를, 그리고 스트로크 각각을 종류별로 세분화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조금 다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그것은 또 하나의 목표가 되었다.
 

최고 속도 순위

속도가 빠른 순으로 스트로크 기록을 정렬하고 그 유형을 살펴보면 모든 스트로크가 스매시다. 그만큼 스매시의 속도가 다른 어떤 스트로크에 의한 공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얘기다. 각 리그별로 어떤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최고 속도의 스매시를 보여줬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첫 주인공은 미래에셋증권 정영식 선수다. 129일 한국수자원공사 김민혁 선수와의 매치 두 번째 게임 6-6 상황 마지막 7구의 스매시가 96.04km/h를 찍었는데, 코리아리그 남자부 최고 속도 기록이다. 뒤를 이어 국군체육부대 조승민, 삼성생명 이상수 선수 순이다.
 

▲ 정영식(미래에셋증권)이 남자 코리아리그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 정영식(미래에셋증권)이 남자 코리아리그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표의 순위 항목 내 괄호 안 숫자는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 개인 순위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스매시 속도가 빠른 선수들 그룹이 승률이 높은 것, 10위권 선수들이 무려 7명이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전체 속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인트, 게임, 매치에서 이기는 것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스트로크의 최고 속도라는 부분은 매우 연관성이 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김나영(포스코에너지)이 여자 코리아리그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 김나영(포스코에너지)이 여자 코리아리그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여자부에서는 포스코에너지 김나영 선수가 528일 변서영 선수와의 매치 첫 번째 게임 3-6 상황에서 구사한 6구째 스매시가 87.33km/h로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한국마사회 서효원, 삼성생명 최효주 선수 순이다. 수비전형인 서효원, 변서영 두 선수의 이름이 순위권에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긴 수비 뒤에 오는 기회를 빠른 속도의 스매시로 잡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다른 순위권 선수들의 상대 선수가 대부분 그들 두 사람인 것을 생각하면 한 포인트 한 포인트 이겨내는 과정이 얼마나 고단할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 조재준(산청군청)이 남자 내셔널리그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 조재준(산청군청)이 남자 내셔널리그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남자부 스매시 속도 1위이자 2022년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 전체 최고 속도 스매시의 주인공은 산청군청의 조재준 선수다. 327일 이승준 선수와의 매치 두 번째 게임 9-5 상황 마지막 5구 스매시가 98.67km/h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제천시청 윤주현, 인천시설공단 김경민 선수가 빠른 속도의 스매시를 보여준 바 있다.
 

▲ 김하은(양산시청)이 여자 내셔널리그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 김하은(양산시청)이 여자 내셔널리그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여자부 스매시 속도 1위이자 역시 2022년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 여자부 전체 최고 속도 스매시의 주인공은 양산시청 김하은 선수다. 430일 박채원 선수와의 매치 첫 번째 게임 6-9 상황 마지막 7구의 스매시가 89.83km/h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안산시청 황지나, 금천구청 이정아 선수가 빠른 속도의 스매시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남자부 서울시청의 이승준 선수, 여자부 대전시설관리공단 박채원 선수가 역시 수비로 톡톡히 한몫하고 있음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픽셀캐스트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 중에서 공의 속도에 집중해 이야기해 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중계 중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는 공의 바운드 정보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월간탁구 20228월호 수록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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