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프로탁구리그 데이터 톺아보기

<기획연재(3)>

2022 한국프로탁구리그 데이터 톺아보기
누가 가장 긴 랠리를 했을까?”

프로탁구 원년, 픽셀스코프(PIXELSCOPE)AI 무인중계 플랫폼 픽셀캐스트(PIXELCAST)’를 통해 전체 231경기, 1,002매치의 모든 중계 화면을 직접 제작, 송출했다. 픽셀캐스트는 경기 영상은 물론 다양한 데이터들까지 곁들이며 탁구중계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해당 기록들은 향후 시스템 고도화 및 선수들 경기력 향상에도 좋은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경모 픽셀스코프 연구소장이 그 풍성한 기록들을 풀어놓는다.

본 기사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와 정보는 픽셀스코프 자산으로 무단 도용 및 복제를 금지합니다.

공의, 공에 의한, 공을 위한

픽셀캐스트 중계는 공의움직임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경기 중에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공과 선수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카메라를 움직이거나 화면을 선택하고 콘텐츠(리플레이, 분석데이터 등)를 내보낼 시점을 결정한다.

선수가 경기장 안에 있으면 카메라는 각 선수를 계속 따라다닌다. 선수의 표정과 선수의 호흡을 카메라가 함께 한다. 선수가 랠리를 위해 탁구대 앞에 서면 픽셀캐스트도 서브권을 가진 선수로 카메라를 전환한다. 이것이 랠리의 시작신호다.
 

▲ 랠리 인식의 시작. 픽셀캐스트도 랠리 송출을 준비한다.
▲ 랠리 인식의 시작. 픽셀캐스트도 랠리 송출을 준비한다.

선수별 특징(사용하는 손의 위치)에 맞춰 카메라 화각을 조절하고, 랠리의 연결이 가장 잘 보일 수 있는 각도로 리플레이를 위한 카메라들이 선수를 따라 움직이느라 분주하다.

손 위의 공이 높이 올랐다 테이블에 떨어지고, 다시 네트를 넘어가는 순간 공에 의해픽셀캐스트는 전체 랠리를 보여주기 위한 화면으로 전환한다. 추적하던 공이 네트에 맞아 안 넘어가거나, 테이블에 맞거나, 테이블을 떠나 한참을 돌아오지 않으면 비로소 랠리가 종료되었음을 인식한다.

기존 버전의 픽셀캐스트는 긴 랠리를 선택하여 리플레이를 송출했다. 격렬한 랠리의 끝에는 선수들의 멋진 움직임이 담겨 있을 테니까. 주고받는 공의 멋진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한리플레이!

좋은 랠리란 무엇일까?

생각과는 달리, 실제 경기에서는 많은 랠리가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코리아리그 남자부의 경우 평균 랠리수가 3.31회로 유난히 짧았다. 시청자들은 동영상의 채팅창과 댓글을 통해 리플레이가 조금 더 많이 송출되기를 바랐고, 어느 순간 이후부터는 조금은 기계적으로, 건조하게 대부분의 리플레이 영상을 송출했던 것 . 좋은 플레이에 대한 선정보다는, 리플레이 영상의 각도를 다양하게 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었던 것 같다. 탁구를 함께 즐기는 시청자 입장에서 고민해보자. 시청자들이 리플레이를 통해 다시 보고 싶은 좋은 랠리란 어떤 랠리일까? 그걸 어떻게 선정하고 우린 AI를 학습시켜가야 할까?

가장 긴 랠리

리그별로 인상적이었던 랠리를 랠리 수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코리아리그 남자부 최장 랠리는 227일 열린 국군체육부대와 미래에셋증권의 경기 중 4번째 매치, 장우진과 황민하의 2째 게임 2:4 상황에서 일어난 28번의 랠리다. 황민하의 서브로 시작한 랠리는 톱스핀 대결에 이은 황민하의 공세와 장우진의 수비,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장우진의 톱스핀 전환과 황민하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가 인상적인 랠리였다(해당 랠리는 오른쪽 QR코드를 통해 직접 시청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긴 랠리는 KGC인삼공사 김장원과 삼성생명 안재현이 26, 그 뒤를 보람할렐루야 최인혁이 안재현을 상대로 23회를 기록했다

▲ 남자 코리아리그 최장 랠리의 주인공은 ‘또’ 장우진이다.
▲ 남자 코리아리그 최장 랠리의 주인공은 ‘또’ 장우진이다.

 

코리아리그 여자부도 같은 날 대한항공과 삼성생명의 4번째 매치에서 가장 긴 랠리가 나왔다. 김하영과 변서영의 1게임 5:7상황에서 일어난 71번의 랠리. 쉴 새 없는 공수 전환과 톱스핀-백스핀 대결. 공격이 효율적이었을까? 상대를 범실로 이끄는 수비가 더 효율적이었을까? 다음으로 긴 랠리는 한국마사회 서효원과 미래에셋증권 유은총이 나눈 44번의 랠리, 그 뒤를 대한항공 이은혜가 삼성생명 변서영을 상대로 35번의 랠리를 만들어냈다

▲ 여자 코리아리그 최장 랠리 수 1위는 수비수 변서영이다.
▲ 여자 코리아리그 최장 랠리 수 1위는 수비수 변서영이다.

 

내셔널리그 남자부도 유난히 멋진 랠리가 많았다. 317일 열린 부천시청과 서울시청의 경기 중 첫 번째 매치 양상현과 최원진의 첫 번째 게임 0:1 상황에서 일어난 38번의 랠리도 그렇다. 지칠 줄 모르는 최원진의 톱스핀 공세와 멀리서 여유 있게 받아내며 반격을 노리는 양상현의 수비가 이어지다 순간적으로 공격 전환. 좌로 우로 쉴 틈 없이 뛰며 공을 따라다니는 열정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다. 다음으로 긴 랠리는 안산시청 조지훈이 양상현을 상대로 기록한 29, 안산시청 용수현과 서울시청 김민호의 경기에서 나온 25의 랠리가 그 뒤를 이었다.

▲ 남자 내셔널리그 최장 랠리 수 1위는 양상현이 기록했다.
▲ 남자 내셔널리그 최장 랠리 수 1위는 양상현이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여자부 최장 랠리는 픽셀캐스트가 아니었다면 영상을 몇 번씩이나 돌려보며 바운드 수를 세고 있었을지 상상하게 될 정도로 길었다. 417일 파주시청과 안산시청의 경기 제4치 최예린과 안영은의 두 번째 게임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게임을 내주면 5매치까지 가야 하는 긴박한 위기에서 8:1로 리드하던 안영은이 8:9로 턱밑까지 따라 잡힌 상황. 동점이냐 게임포인트냐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던 무려 162회의 랠리는 이렇게 탄생했다. 길었던 랠리는 심판의 타임소리와 함께 승부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리그 첫 촉진룰 적용 사례. “, , 바운드 수를 세어 주는 감독관의 목소리가 더 큰 긴장감을 주는 가운데 마음이 급해진 두 선수의 경기는 어떻게 마무리됐을까

▲ 여자 내셔널리그 최장 랠리 수 1위 안영은은 경기마다 엄청난 랠리 수를 기록했다.
▲ 여자 내셔널리그 최장 랠리 수 1위 안영은은 경기마다 엄청난 랠리 수를 기록했다.

순위표의 곽수지, 유주화, 김예닮이 모두 안영은과의 대결에서 각각 62, 53, 51번의 랠리를 이어간 바 있다.

이처럼 최장 랠리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보았다. 픽셀캐스트가 측정한 랠수는 리턴의 횟수가 아닌 공이 상대 테이블에 바운드 성공한 횟수를 자동으로 카운트 한 값이며, 선수별평균 랠리 수를 함께 표기하였다. 이를 통해 평소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에 주력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경기 시간

탁구규정선수들의 긴 랠리 자체보다 랠리가 포함된 전체 경기시간에 초점이 맞춰진다.

선수들의 특성(특히 수비수의 역량)에 따라 랠리 자체가 길어지는 때도 있지만, 엎치락뒤치락 듀스에 듀스를 이어가는 점수의 향연도 경기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각 리그 가장 길었던 경기와 가장 짧았던 경기를 찾아보는 일도 재미있다.
 

코리아리그 남자부의 경기 중 가장 길었던 경기는 24일 열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마사회의 2번째 매치, 정영식과 정상은의 경기로 4333초 동안 게임스코어 10-12, 12-10, 12-10을 각각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경기는 130일 국군체육부대 장우진과 한국마사회 정상은의 경기로 4151동안 게임스코어 11-9, 16-18, 11-13을 각각 기록했다. 다음날 장우진은 다시 정영식과 4131초간의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반대로 가장 짧은 매치시간을 기록한 경기는 516일 삼성생명 안재현과 국군체육부대 장우진의 경기. 게임스코어 7-11, 7-11 두 게임에 걸린 시간은 단 1218. 이미 3:0팀의 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 맞이하는 4번째 경기는 선수 개인에게 큰 부담이거나 어쩌면 의욕을 앞세우지 못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경기였다.
 

단일 게임 중 가장 길었던 게임은 49일 열린 KGC인삼공사 정영훈과 국군체육부대 장우진의 마지막 게임. 무려 1959초의 시간 동안 17-19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게임이었다. 반대로 가장 짧았던 게임은 한국수자원공사 박강현과 미래에셋증권 황민하의 게임으로 441초 동안 황민하 선수가 한 점 밖에 얻지 못한 채 마무리 된 게임으로 기록되어 있다.
 

코리아리그 여자부의 경기 중 가장 길었던 경기는 512일 열린 삼성생명과 대한항공의 첫 매치, 변서영과 김하영의 경기로 4724초의 시간 동안 게임스코어 13-11, 8-11, 9-11을 각각 기록했다. 다음으로 오래 진행된 경기는 삼성생명 최효주와 한국마사회 서효원의 경기로 4451초 동안 게임스코어 12-10, 9-11, 14-12의 접전을 치른 바 있다. 수비수인 변서영, 서효원의 경기는 길지만 반전의 재미가 있어 늘 즐겁다. 반대로 가장 짧은 매치시간을 기록한 경기는 57일 열린 포스코에너지와 미래에셋증권의 3매치 복식, 유한나-김나영 조와 유소원-김서윤 조의 경기로 게임스코어 11-4, 11-4 두 게임에 걸린 시간은 단 124. 이 날은 4경기에서도 포스코에너지 양하은이 미에셋증권 윤효빈을 상대로 1353초 동안 게임스코어 11-4, 11-5로 선전하며 210일 있었던 윤효빈과의 게임(이 경기는 단일 게임 기준으로 가장 짧시간을 기록한 게임이다. 시간은 59)에서의 패배를 만회한 바 있다.
 

내셔널리그 남자부 경기 중 가장 길었던 경기는 327일 열린 제천시청과 안산시청의 경기 중 마지막 매치, 구주찬과 용수현의 경기로 4611 동안 게임스코어 15-17, 13-11, 13-11을 각각 기록했다. 리그 첫 경기를 치르는 용수현과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던 구주찬의 의지가 시간으로 드러난 셈이다. 다음으로 오래 진행된 경기는 바로 전날인 326일 제천시청과 부천시청의 경기 3매치 구주찬-황진하 조와 함소리-이정호 조의 복식경기로 4236초가 걸렸다. 전체 리그 통틀어 최장매치 순위목록 상위권에 복식경기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인데, 게임스코어 11-7, 13-15, 11-8로 역전극이 나오는 과정에서의 치열함이 기록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3위 경기도 이야기 안할 수 없는데 스코어 합계만으로는 4게임도 충분했던 뜨거운 경기였음을 숫자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짧은 매치시간 기록은 영도구청 남성빈과 제천시청 황진하가 세웠다. 51일 있었던 첫 번째 매치로 1424 동안 게임스코어 11-4, 11-8로 빠르게 마무리 된 바 있.
 

▲ 변서영과 김하영의 경기 모습. 47분 24초 동안 세 게임을 치렀다.
▲ 변서영과 김하영의 경기 모습. 47분 24초 동안 세 게임을 치렀다.

마지막으로 내셔널리그 여자부 경기 중 가장 길었던 경기는 418일 열린 안산시청과 수원시청의 경기 중 첫 번째 단식 안영은과 곽수지의 매치였다. 게임스코어 7-11, 11-8, 11-9로 스코어만 보면 오래 걸릴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최장 랠리 순위 1위를 자랑하는 안영은과 3위에 랭크된 곽수지의 대결이 쉽게 끝날 거라고 짐작하는 사람은 이제 없지 않을까? 다음으로 오래 진행된 경기는 바로 장수군청 최지인과 안산시청 황지나의 대결. 4115초 동안 게임스코어 14-16, 15-13, 11-6를 기록했다. 최단시간 매치는 327일 있었던 문현정, 정유미의 대결. 449초 동안 11-5, 11-3으로 끝나는 두 번의 게임이 진행됐다. 순위권 내 박채원, 송마음 선수도 상대를 빠른 시간 내에 무너뜨리는 경기를 많이 치른 선수로 기록됐다.

이번 호에서는 픽셀캐스트를 통해 수집된 랠리 정보 중 선수들의 특징을 잘 살필 수 있는 랠리 횟수와 랠리 시간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다음에는 심판 고유의 영역, ‘판정을 돕는 VAR(Video Assistant Referee) 기술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월간탁구 2022년 10월호 수록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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