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프로탁구리그 데이터 톺아보기

기획연재 (4)

2022 한국프로탁구리그 데이터 톺아보기
매의 눈과 빠른 판단력을 가진 자, 심판

프로탁구 원년, 픽셀스코프(PIXELSCOPE)AI 무인 중계 플랫폼 픽셀캐스트(PIXELCAST)’를 통해 전체 231 경기, 1,002매치의 모든 중계 화면을 직접 제작, 송출했다. 픽셀캐스트는 경기 영상은 물론 다양한 데이터들까지 곁들이며 탁구중계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해당 기록들은 향후 시스템 고도화 및 선수들 경기력 향상에도 좋은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경모 픽셀스코프 연구소장이 그 풍성한 기록들을 풀어놓는다.

본 기사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와 정보는 픽셀스코프 자산으로 무단 도용 및 복제를 금지합니다.
 

▲ 경기 전 라켓컨트롤 모습(김미지 심판). 매 경기 전 라켓 상태 검사는 필수다.
▲ 경기 전 라켓컨트롤 모습(김미지 심판). 매 경기 전 라켓 상태 검사는 필수다.

Umpire, Referee and Judge

우리말로는 모두 심판으로 해석되는 이 세 단어 각각에
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Umpire는 크게 다양한 종류의 스포츠 경기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심판의 역할을 서비스하는 스포츠 관계자들을 통칭하는 개념이고 Referee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의 모든 규칙과 규정이 정확하게 지켜지도록 보장하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사실상 같은 말이지만 Umpire는 개인 성향이 강한 종목, Referee는 팀 스포츠에서 심판을 지칭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반면 Judge는 점수를 매기는, 혹은 점수를 매기기 위한 문제에 관해 결정하는 사람으로 럭비나 테니스 등의 종목에서 선심을 Lineman 또는 Line Judge라고 부르고 있다.

법률용어에서도 그 의미는 미묘하게 갈리는데 Umpire는 어떤 판단을 만장일치로 할 수 없을 때 캐스팅보트를 가진 중재자를 의미하고 Referee는 이 과정에서 분쟁 해결을 위해 참조(reference)할 수 있는 의견 또는 참조자 정도로 이해된다.

탁구 심판, Umpire

탁구에서는 심판을 Umpire라고 부른다. 아무래도 탁구라는 종목에서의 심판은 경기 전 오더 배정부터 라켓컨트롤(라켓 편평도, 라켓 커버링의 두께와 편평도, 라켓 층의 균일한 두께, 유해성 휘발 물질의 사용 여부 등이 포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들을 이미 경기장 바깥에서부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기장 안에서도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수시로 네트의 높이를 확인하고, 공의 원활한 공급을 지원한다.

서비스 시에는 손바닥을 잘 펴서 공을 올려 두는지, 공이 최소 16cm 이상 뜨는지 관찰하고, 랠리가 시작되면 선수가 테이블을 건드리지는 않는지 공이 아웃 될 때 에지에 닿지는 않는지 눈과 귀를 집중하여 경기를 지켜본다. 점수를 채점하고 서브권 여부를 알려주는 등의 알림도, 불필요하거나 규정에 어긋난 행동에 대해서는 경고도 한다.

2022213일 열린 한국수자원공사 김민혁과 KGC인삼공사 김장원의 매치. 3경기 10:10의 상황에서 김장원 선수에게 경고가 주어졌다. 정해진 상황(두 선수 점수 합이 6의 배수)이 아니면 수건을 들고 땀을 닦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2236일 열린 서울시청 김민호와 안산시청 조지훈의 매치. 2경기 6:1의 상황에서 조지훈 선수의 서브에 대해 렛이 선언 되었다. 조지훈의 서브시 공이 너무 몸쪽(수직으로 던진 공이 몸쪽으로 30도 이상 넘어오면 렛을 선언)으로 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심판 판정을 돕는 보조 시스템, VAR

이렇게 많은 내용에 대해 살피다 보면 엄청나게 경기에 집중을 함에도 불구하고 놓치는 부분들이 생긴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많은 수의 스포츠에서는 심판의 판정을 돕는 VAR(Video Assistant Referee, 비디오 심판 판정 보조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용 중에 있다. 말 그대로 보조 시스템이어서 판독이 필요한 경우 심판의 요청에 의해 특정 각도에서의 리플레이 화면을 느린 속도로 보여준다거나 추적된 공의 궤적 정보를 3D 그래픽으로 재구성하여 제공하는 식이다. 이는 컴퓨터 시스템이 심판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뜻이 아니라 심판의 신뢰 또는 합의를 전제로 카메라가 보는 시선, 컴퓨터의 판단을 참조한다는 뜻이다.

특히, 테니스의 경우 선심이 하는 In-out 판독의 역할을 Hawkeye라는 시스템이 맡고 있으며 선수의 판독 요청 시 Hawkeye의 시스템이 내어놓는 판독 결과를 전적으로 따르도록 규칙으로 정하고 있다. 예의와 품위를 우선시하고 심판의 권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종목에서 이런 시도가 일찌감치 먼저 적용되었음은 그만큼 그 판정에 대한 시비가 해당 종목 또는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컸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  Hawkeye의 테니스 인아웃판독 시스템(출처 : Hawkeye 홍보영상 캡쳐).
▲ Hawkeye의 테니스 인아웃판독 시스템(출처 : Hawkeye 홍보영상 캡쳐).

이러한 VAR은 축구의 오프사이드, 골라인 판독, 배구의 인아웃 판독, 크리켓, 야구 등 구기종목뿐 아니라 육상, 사이클, 쇼트트랙 등 기록경기, 최근에는 권투나 태권도 같은 격투기 종목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  Hawkeye의 GLT(Goal Line Technology). 골이 들어가면 손목의 시계로 알림이 간다(출처: Hawkeye 인스타그램 캡쳐).
▲ Hawkeye의 GLT(Goal Line Technology). 골이 들어가면 손목의 시계로 알림이 간다(출처: Hawkeye 인스타그램 캡쳐).

탁구에서의 VAR

픽셀캐스트는 경기장에 설치된 10대의 분석용 고속카메라를 이용하여 공과 선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3차원 좌표계 상의 궤적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추가적인 정보들을 추출하는데, 대표적으로 서브 여부와 서브 위치, 공의 속도, 공격 위치, 그리고 점수 채점 등이다. 이 과정에서 공이 에지에 맞았는지 여부도 함께 알 수 있으며 3D 콘텐츠로 리플레이영상을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 픽셀캐스트의 에지 판독 시스템.
▲ 픽셀캐스트의 에지 판독 시스템.

프로리그에서는 한 번도 선보인 적 없는 화면인데 그도 그럴 것이, 탁구에서의 에지는 소리에 의해 구분이 되기도 하고 심판보다도 선수들이 먼저 알고 서로 손을 들며 매너를 지킨다.
 

2022228일 열린 미래에셋증권 유은총과 한국마사회 서효원의 매치, 2경기 0:0의 상황. 유은총의 3구 드라이브가 테이블 밖으로 나간 것으로 보였으나 서효원 선수가 손을 들어 에지로 판정. 점수를 정정한 바 있다. “착한언니

그러나 발소리나 다른 외부의 소리로 인해 착각할 만한 요소가 있거나, 공의 이동이 테이블 위가 아닌 사이드 쪽에서 이루어질 때 선수도 심판도 애매한 때가 있고, 그런 이유로 가끔은 경기 중에 선수나 팀에서 에지임을 어필하여 경기가 중단될 때도 있었다.
 

▲  서효원 선수가 손을 들어 에지임을 어필하고 있다(출처 : 픽셀캐스트 중계 화면 캡쳐).
▲ 서효원 선수가 손을 들어 에지임을 어필하고 있다(출처 : 픽셀캐스트 중계 화면 캡쳐).

213일에 있었던 한국수자원공사 김민혁과 KGC인삼공사 임종훈의 매치. 2게임 0:2 상황. 임종훈은 에지로 판단하고 매너 손을 들었지만 장선홍 주심과 김민혁 선수 모두 에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실제 수집된 공의 좌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살펴보면 두 선수 랠리의 궤적은 다음과 같이 그려진다. 파란색 점이 공의 시작(서브 인지 시점)이고 랠리의 마지막은 노란색 실선으로 표시했다. 우측으로 나가는 공의 끝에 테이블에 닿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 흔적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탁구대 높이를 지나가기 전-8개 프레임에서의 공 궤적 변화를 보면 궤적의 큰 변화 없이 공이 지나가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27일에 열린 한국마사회 최해은과 미래에셋증권 유은총의 매치에는 유독 에지 관련 이슈가 많았다. 2경기 2:1 상황에서 유은총의 5구가 좌측 사이드쪽 에지를 맞았다.

, 9:10 상황에서 최해은의 4구가 유은총의 우측으로 날아갔다. 최해은은 소리를 듣고 에지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공의 궤적을 확인해 본 결과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공은 움직였다. 데이터로 본 심판의 판단은 옳았다.
 

▲ 유은총 선수가 손을 들어 에지로 이긴 걸 미안해하고 있다(출처 : 픽셀캐스트 중계 화면 캡쳐).
▲ 유은총 선수가 손을 들어 에지로 이긴 걸 미안해하고 있다(출처 : 픽셀캐스트 중계 화면 캡쳐).

이 글에서 살펴볼 마지막 경기는 522일 열린 산청군청 천민혁과 제천시청 윤주현의 매치다. 2게임 10:8 상황, 윤주현 선수의 3구가 우측 사이드를 맞고 튕겨 나갔다. 공의 궤적은 에지를 맞은 듯 했고 윤주현 선수는 에지를 확신했다. 천민혁 선수는 사이드에 맞은 것을 알았던 것 같고 에지판정에 동의할 수 없었으며 이광선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항의했다. 심판의 판정은 에지. 그리고 윤주현의 점수가 1점 더해졌다.

그러나 데이터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공의 궤적은 사이드로 날아가 에지가 아닌 테이블 측면을 맞고 굴절되었다. 시즌 중반 이후 설치된 버드뷰 카메라를 통한 리플레이 영상에서도 우측 사이드를 맞고 나가는 공의 궤적이 포착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날 이 내용이 중계 영상으로는 송출 되었으나 경기장 안에까지 전달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VAR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남았다.

실제 기술의 적용 여부는 앞으로도 많은 고민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에지 판정뿐만 아니라 서브 폴트나 복식경기에서 첫 바운스의 위치 등 공의 빠른 속도나 선수의 위치에 따른 가림 현상 등으로 심판이 직접 육안으로 판정하기 애매한 것들에 대해서 픽셀캐스트에서 수집한 객관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심판의 판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을 것이라 본다.
 

▲ 화면을 프레임 단위로 누적하면 공의 궤적 확인도 가능하다(출처 : 픽셀캐스트 중계 화면 캡쳐).
▲ 화면을 프레임 단위로 누적하면 공의 궤적 확인도 가능하다(출처 : 픽셀캐스트 중계 화면 캡쳐).

이번 호에서는 심판 고유의 영역. 심판의 판정을 돕는 VAR 기술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이 기술을 포함하여, 다가오는 2023 한국프로탁구리그 중계에서 달라지는 PIXELCAST의 모습들에 대해 정리해 볼 예정이다. (월간탁구 2022년 11월호 수록원고).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