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중국과 추격자 일본, 한국여자대표팀 홈에서 극적 반전 노려

오는 216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치러지는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의 강력한 우승후보는 물론 중국이다. 순잉샤(세계1), 왕이디(2), 첸멍(3), 왕만위(4), 치엔티엔이(7)로 구성된 멤버들은 빈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직 예선전도 치르기 전이지만, 중국 팬들은 이미 24일 열릴 결승전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 화려한 대관식을 치를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중국 여자대표팀 에이스 순잉샤(세계1위).
▲ 중국 여자대표팀 에이스 순잉샤(세계1위).

중국의 결승 상대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팀은 바로 일본이다. ITTF 팀랭킹 2위에 랭크돼있는 일본은 자국에서 열렸던 2014년 도쿄 대회부터, 가장 최근 단체전 대회로 중국에서 열린 2022년 청두 대회까지 4회 연속 결승에서 중국과 대적했던 강호다. 일본의 중흥을 주도하던 후쿠하라 아이, 이시카와 카스미 등은 코트를 떠났지만, 뒤를 이은 이토 미마, 히라노 미우, 하야타 히나 등이 더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세계 2의 위력을 유지해왔다.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부산 대회에서도 일본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5위까지 상승하며 중국 최강자들 틈바구니를 파고 든 하야타 히나와 함께 동갑내기 라이벌로 3총사를 이루는 이토 미마(10), 히라노 미우(18)가 건재하다. 게다가 하리모토 토모카즈의 동생이자 오빠 못지않은 천재성으로 주목받는 하리모토 미와(16), 범실 없는 탁구를 구사하는 키하라 미유우(25)가 가세해 중국도 무시할 수 없는 스쿼드를 구축했다.
 

▲ 일본 여자대표팀 에이스 하야타 히나(세계5위).
▲ 일본 여자대표팀 에이스 하야타 히나(세계5위).

실제로 일본 주전들은 심심찮게 중국탁구를 넘어서곤 했다. 히라노 미우는 중국에서 열린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8, 4, 결승에서 딩닝, 주위링, 첸멍을 모두 꺾고 우승한 적이 있다. 2020 도쿄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이토 미마는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 첫 매치에서 당시 최강자 중 하나였던 류스원을 꺾는 파란을 연출했었다. 에이스 하야타 히나는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식 4강전에서 이번 대회에도 중국 주전으로 뛰는 왕이디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최종전에서 순잉샤에게 패했지만, 하야타 히나의 결승 진출은 비 중국출신으로는 무려 57년 만의 일이었다. 단체전 승리 경험은 없으나 중국탁구를 마냥 두려워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본 여자대표팀의 최대 강점이다.

오래 전 과거의 일이지만 일본은 1950~60년대 세계탁구 최강국이었다. 당시 작성한 여자단체전 우승 기록만도 8회나 된다. 그리고 일본 여자탁구의 전성기를 끝낸 상대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중국은 1965년 유고 류블랴나 대회에서 당시 5연패를 노리던 일본을 꺾고 세계대회 첫 우승을 달성한 이후 줄곧 세계 정상을 지켜왔다. 지금까지 기록한 단체전 우승 횟수가 무려 22회다. 중국의 최고 전성기에 어쩌면 시대를 잘못타고 난 최근 일본의 황금세대에게 주어진 최고의 목표는 과거의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해냈던 역전이다.
 

▲ 한국 여자대표팀 에이스 신유빈(세계8위).
▲ 한국 여자대표팀 에이스 신유빈(세계8위).

그리고 여자단체전 우승에 관해서라면 한국 여자탁구도 할 말이 있다. 1973년 사라예보에서 당시 가장 강력했던 우승후보 일본을 꺾으면서 한국 구기스포츠 사상 최초 세계제패의 신화를 썼고, 1991년 일본 지바에서는 남북단일팀 코리아가 당시 9연패를 자신했던 최강팀 중국을 꺾으면서 세계를 감동시켰다. 비록 최근 몇 번의 대회에서 부진했지만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라면 반전의 발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지만 한국 여자탁구가 올해 연이어진 국제무대에서 보내온 승전보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희망의 조짐으로 삼을 만하다. 지난해 말 ITTF 혼성월드컵에서 준우승으로 선전한 대표팀은 쌍두마차 신유빈(대한항공, 세계8)과 전지희(미래에셋증권, 23) 올해 카타르 도하와 인도 고아에서 치러진 WTT 컨텐더 시리즈에서 네 차례나 우승트로피를 들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21년 만에 막혀있던 금맥도 뚫어냈다. 세계대회와 경기방식도 규모도 다르지만 승리의 기억을 축적하며 사기가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 여자탁구는 가장 극적인 순간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세계를 제패한 전통이 있다. 최종전에서 한국이 넘었던 상대들이 다름 아닌 일본과 중국이었다. 그리고 홈그라운드에서의 첫 번째 세계탁구선수권대회만큼 극적인 무대도 없다. 한국 여자대표팀이 최근의 높아진 사기를 바탕으로 벡스코에서 또 한 번 극적인 승부를 연출할 수 있다면, 일 세 나라의 삼국지가 전 세계 탁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을 것이다. 부산에서 벌어질 세계 탁구의 빅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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