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각 종목 본선 경쟁 돌입, 5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전초전
안재현(한국거래소·23, 세계50위)과 이시온(삼성생명·26, 세계70위), 주천희(삼성생명·21, 세계104위)가 싱가포르에서 진행중인 [2023 싱가포르 스매시] 국제탁구대회 남녀 개인단식 예선을 통과했다.
안재현은 예선 최고 시드답게 남자단식 예선라운드에서 3연승을 거뒀다. 홈그라운드 도미닉 송준과 잉글랜드 톰 자비스를 1, 2회전에서 무실게임으로 가볍게 제압한 뒤, 예선 마지막 날이던 9일 대만 국가대표 랴오쳉팅(세계95위)과 벌인 풀-게임접전을 3대 2(11-9, 11-9, 9-11, 10-12, 11-8)로 극복했다.
여자단식 예선 이시온과 주천희도 주어진 세 번의 시험을 무사통과했다. 이시온은 틴틴호(잉글랜드), 지니파 사웨타붓(태국), 사라 드뉘테(룩셈부르크) 등 만만찮은 난적들을 차례로 제압했고, 주천희도 라이칠로(싱가포르), 스레쟈 아쿨라(인도), 애디나 디아코누(루마니아)를 연파했다. 주천희는 특히 세계랭킹에서 앞선 강호 애디나 디아코누(세계72위)와의 접전을 3대 2(11-5, 8-11, 11-4, 7-11, 11-3)로 넘어서며 국제무대에서의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로써 이번 대회에 한국은 남자 5명, 여자 6명의 선수들이 개인단식 본선에 도전하게 됐다. 남자 임종훈(KGC인삼공사·26, 세계16위), 장우진(국군체육부대·27, 세계17위), 이상수(삼성생명·32, 세계26위), 조승민(삼성생명·24, 세계57위), 여자 전지희(미래에셋증권·30, 세계24위), 신유빈(대한항공·18, 세계25위), 최효주(한국마사회·24, 세계43위), 서효원(한국마사회·35, 세계47위)은 세계랭킹에 의거 64강이 겨루는 본선에 직행해 있는 상태다.
지난 7일 개막한 ‘2023 싱가포르 스매시’는 국제탁구연맹(ITTF) 산하 국제대회 전담기구 WTT(World Table Tennis)가 주관하는 메이저 이벤트다. ITTF는 2020년 국제대회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기존 ‘월드투어’와 ‘월드컵’ 등을 ‘(스타)컨텐더 시리즈’와 ‘컵파이널스’ 등 새로운 대회들로 대체했다. 컨텐더시리즈는 국제탁구무대의 ‘프로투어’로 이미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스매시]는 대체 성격이 아닌 새로 창설된 대회다. WTT가 ‘그랜드 스매시’라는 타이틀의 시리즈를 새로 만들고 탁구 국제대회 중 최상급 권위와 비중을 부여했다. 테니스나 골프의 4대 메이저대회와 비슷한 구조다. 실제로 WTT는 탁구 국제대회 중에서도 가장 많은 상금과 랭킹 포인트를 내걸고 연중 네 차례 개최 계획을 밝혀 국제탁구계의 관심을 자극했다. 팬데믹 상황을 지나면서 아직까지는 싱가포르 스매시 한 대회만 열리고 있지만 스매시 시리즈를 탁구의 메이저 이벤트로 키우려는 ITTF와 WTT의 야망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대회를 개최한 싱가포르가 ITTF의 본부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은 그런 면에서 상징적이다. 그랜드 스매시 시리즈 통산 두 번째 대회인 이번 대회는 국제탁구계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더욱 각별한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대회 규모도 최상급이다. 총상금이 2백만 달러에 달한다. 단식 우승에만 10만 달러(한화 약 1억2천만 원)에 달하는 높은 상금이 걸렸다. 세계랭킹 포인트도 2,000점(우승)에 달한다. 64강 본선에만 진출해도 5천 달러(약 6백만 원)와 40점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5월의 더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같은 종목 경기들이 치러지는 메이저 이벤트다. 남자 판젠동(1위), 마롱(2위), 왕추친(3위), 여자 쑨잉샤(1위), 첸멍(2위), 왕만위(3위) 등 세계랭킹 꼭대기를 독점한 중국 선수들은 물론 하리모토 토모카즈(일본) 휴고 칼데라노(브라질), 트룰스 뫼레고드(스웨덴), 이토 미마, 하야타 히나(이상 일본), 두호이켐(홍콩), 한잉(독일) 등등 세계탁구 최강자들이 총출동해 전초전을 치른다. 게다가 최근 국제탁구연맹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소식도 들린다. 세계대회 규모를 그대로 대치할 수 있는 스매시 대회는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선수들 역시 여자단식 주천희 외에 모든 선수들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대표들 그대로다. 남녀 개인복식과 혼합복식도 치러진다. 남자는 장우진-임종훈 조, 여자는 전지희-신유빈 조, 혼복은 임종훈-신유빈 조가 출전하는데, 역시 세계대회 출전 조합들이다. 이번 대회 성적이 5월 더반에서의 성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랭킹에 밀려 출전하지 못한 최효주-이시온 조와 조대성(삼성생명)-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 조에게도 좋은 분석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더반에서는 조대성과 복식 호흡을 맞출 예정인 이상수는 파트너가 나오지 못한 이번 대회에서는 스웨덴 선수 안톤 칼베르그와 복식에 출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최강자들이 대거 나온 만큼 한국 대표선수들은 힘든 가시밭길을 헤쳐가야 한다. 11일부터 시작되는 각 종목 본선에서는 쉬운 상대가 한 명도 없다. 여자단식에서는 전지희와 서효원이 단식 64강 1회전에서 맞붙는 얄궂은 대진까지 만났다. 한국탁구 간판들이 세계의 강호들과 맞서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응원하며 지켜볼 일이다.
전 세계 탁구팬들과 함께 하는 최고 대회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대회 기간도 길다. WTT는 매일의 경기 일정을 최소화해 관전 집중도도 높이고 있다. 7일부터 이어온 예선까지 더하면 거의 2주일간이다. 11일부터 시작되는 본선이 19일까지 이어진다. 가장 먼저 우승자가 결정되는 혼합복식은 16일 결승전을 치른다. 이어 18일 남녀복식 결승전과 남녀단식 4강전, 마지막 날인 19일 남녀 개인단식 챔피언들이 결정된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외치며 손에 땀을 쥘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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