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간 많게는 56경기, 선수 당 하루 평균 4~5경기씩

하루 평균 네 경기! 단양에서 이어지고 있는 2015년 국가상비군 선발전 얘기다. 조별리그로 치러진 1차선발전(7일~10일)에서 4일간 11경기, 풀-리그로 치러진 2차선발전(12일~15일)에서 4일간 23경기를 치렀다. 남은 최종선발전(20일~24일)에서 또 풀-리그전을 치러야 한다. 13일 동안 선수들은 개인 평균 55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그냥 재미 삼아 주고받는 랠리가 아니다. 자신의 탁구인생을 걸고 치르는 시합에서의 긴장감과 체력소모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연일 이어지는 시합에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에게서는 “일 년 동안 할 시합을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 같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경기장이 있는 단양에서 숙소로 사용하는 모 콘도가 “팀 합숙소처럼 친근하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 (단양=안성호 기자) 하루 평균 4~5경기씩 강행군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사진은 여자부 최종선발전에 진출한 조유진(삼성생명).

이처럼 무리하게 보이는 선발전을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일정에 쫓긴 때문이다. 이전까지 대한탁구협회는 각각의 회차 사이에 넉넉한 간격을 두고 선발전을 치러왔었다. 1차전이나 2차전까지는 새해를 맞기 전에 끝내고, 최종전만 연초에 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사전에 예선 격의 시합을 할 수 있는 시기를 잡지 못했다. 전국체전과 종합선수권 등 또 다른 시합들에 밀렸다.

게다가 상비군 체제에 대한 개혁 요구도 만만찮았다. 유망한 청소년 선수들의 국가대표 진출길이 제도적으로 막혀있었던 문제 때문이었다.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아시안게임 이후 상비1군도 1군이지만 유명무실했던 상비2군을 유망주 육성을 위한 제대로 된 장치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결국 대한탁구협회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구성했던 ‘탁구드림팀’ 해체를 불사하면서까지 선수 육성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논의 중에 선발전을 먼저 치를 수 없었던 것도 올해 상비군 선발전이 미뤄진 이유다.

결국 1, 2차전과 최종전이 한꺼번에 치러지고 있는 금년 국가상비군 선발전은 ‘한국탁구 재도약’을 위한 탁구계의 의지가 반영된 무대인 셈이다. 선수들에게는 가혹할 수밖에 없는 일정이지만 2015년 한국탁구를 제대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더 이상 개최를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한탁구협회는 상비2군을 유망주 육성의 대안으로 삼기로 하고 1, 2차전을 통해 이미 선발을 확정했다. 남자부의 조승민과 안재현(이상 대전동산고)은 최종전에도 올라 상비1군 진출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 (단양=안성호 기자) 최종선발전까지 오르는 선전을 펼친 청소년유망주들. 조승민(위), 안재현(아래, 이상 대전동산고).

이제는 20일부터 24일까지 1, 2차전과 같은 장소인 단양국민체육센터에서 치러지는 최종전만 남았다. 최종선발전에서는 1, 2차전을 통과한 남녀 각 12명의 선수들이 지난해 상비1군과 다시 한 번 풀-리그전을 벌인다. 여기서 선발되는 상비1군이 2015년 국제무대에서 한국탁구의 ‘얼굴’이 된다. 단순한 ‘대표’를 넘어 새 출발의 의지를 담아내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물론 탁구계가 선발전 강행에서 보여준 것처럼 선수들의 투지를 의욕적으로 지원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모든 시합을 끝낸다면 1차전부터 올라온 선수는 많게는 56경기를 치르게 된다. 최종전부터 시작하는 지난해 상비1군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경기감각은 1, 2차전을 거쳐 온 ‘도전자’들이 더 나을 수 있다. 초반 판세가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다. 남은 5일, 힘든 여정을 거쳐 온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분발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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