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T 스타 컨텐더 류블랴나 2023

국제무대에서 한국탁구는 한동안 남자선수들이 여자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해왔다. 2천 년대 이후 각종 국제대회 성적들이 지표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같은 흐름이 조금씩 역전되는 분위기다.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지만 지난 몇 주간 WTT 컨텐더 시리즈만 보면 그렇다.
 

▲ 조승민이 본선 32강에 진출했다. 남자는 안재현까지 둘만 남았다. 사진 국제탁구연맹_WTT.
▲ 조승민이 본선 32강에 진출했다. 남자는 안재현까지 둘만 남았다. 사진 국제탁구연맹_WTT.

현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리고 있는 2023 WTT 스타 컨텐더 류블랴나 대회만 해도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 본선 첫 날 경기가 마무리된 5, 남자단식은 조승민(삼성생명·25, 세계39)과 안재현(한국거래소·23, 세계56) 둘만 32강에 살아남았다. 조승민은 독일의 강자 두다 베네딕트(29, 34)와 풀-게임접전 끝에 승리했고, 안재현은 알제리 선수 메흐디 보울로우싸(28, 세계60)30으로 꺾었다. 함께 본선에 올랐던 이상수(삼성생명·32, 26)는 일본의 토가미 슌스케(21, 51)에게 졌다. 장우진(미래에셋증권·27, 8), 임종훈(한국거래소·26, 15) 등 에이스들이 컨텐더 출전 규정에 따라 선택적으로 단식에 출전하지 못했다고는 해도 현재까지는 어쨌든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반면 여자단식은 본선에 진출한 일곱 명의 선수가 전원 32강에 올랐다. 상위 랭커인 신유빈(대한항공·19, 세계9)과 주천희(삼성생명·21, 24)는 부전승, 64강전 실전을 벌인 서효원(한국마사회·36, 61), 전지희(미래에셋증권·30, 34), 양하은(포스코인터내셔널·29, 71), 이시온(삼성생명·27, 45), 최효주(한국마사회·25, 38)는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특히 노장 서효원은 중국의 1.5군 류웨이샨(23, 43)을 꺾는 기염을 토했고, 전지희와 양하은은 나란히 홈그라운드 슬로베니아 선수들을 꺾었다. 이시온은 일본의 복병 아수카 사사오(23, 120)를 풀-게임 끝에 돌려 세웠으며, 최효주는 슬로바키아 에이스 바보라 발라조바(31, 66)를 꺾었다.
 

▲ 여자부는 일곱 명이 올라갔다. 예선부터 뛰고 있는 양하은의 경기모습. 사진 국제탁구연맹_WTT.
▲ 여자부는 일곱 명이 올라갔다. 예선부터 뛰고 있는 양하은의 경기모습. 사진 국제탁구연맹_WTT.

그런데 본선 중간 단계에 대거 진출한 여자선수들도 더 높은 단계로의 진출에는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문제다. 중국은 둘째 치고 일본탁구를 만나 승리하는 경우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 꽤 오래 전부터 각종 대회에서 한국탁구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진출하는 숫자보다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이 오랜 기간 정체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행히 한국 여자탁구 에이스로 자리를 굳힌 신유빈이 최근 컨텐더 시리즈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세계랭킹을 9위까지 끌어올렸으나, 상위 랭커들이 많이 나오는 스타 컨텐더 이상 레벨에서는 좀 더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2023 WTT 스타 컨텐더 류블랴나는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회도 한국선수들의 32강 상대는 대부분 중국 아니면 일본이다. 서효원은 최강자 순잉샤(22, 1)를 만나고, 이시온은 중국이 차세대 주전감으로 육성 중인 쿠아이만(19, 33)과 싸운다. 전지희와 양하은, 최효주는 일본의 숙적 미와 하리모토(15, 16), 하야타 히나(22, 8), 이토 미마(22, 7)를 각각 상대해야 한다. 64강전을 치르지 않고 32강으로 간 신유빈은 일본의 주니어 선수 하루나 오지오(17, 69)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주천희만 중국 본토나 일본 국적이 아닌 저우쳉즈(홍콩·26, 60)를 만난다. 강자들과 싸우는 우리 선수들이 어느 정도 승률을 올리게 될까. 32강을 넘어 16, 8, 그 이상까지도 도전을 이어갈 수 있기 바란다.

남자단식 조승민과 안재현도 헌난한 승부가 기다리기는 마찬가지다. 32강전에서 조승민은 브라질 에이스 휴고 칼데라노(27, 세계5), 안재현은 중국의 차세대 주전 시앙펑(20, 32)과 싸운다. 이번 대회 남자단식에는 왕추친, 판젠동, 마롱(이상 중국), 하리모토 토모카즈(일본), 휴고 칼데라노(브라질) 등 세계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출전해 뜨거운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남아있는 대전동산동문들의 고군분투가 필요한 상황이다.
 

▲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전지희-신유빈 조가 일단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사진은 자그레브 컨텐더 우승 직후의 모습. 사진 국제탁구연맹_WTT.
▲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전지희-신유빈 조가 일단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사진은 자그레브 컨텐더 우승 직후의 모습. 사진 국제탁구연맹_WTT.

한편 최근 컨텐더 시리즈에서 호조를 이어온 복식에서 한국의 조합들은 일단 무난한 출발을 했다. 남자복식 임종훈-안재현 조, 여자복식 전지희-신유빈 조, 혼합복식 임종훈-신유빈 조가 일단 8강에 진출했다. 특히 여자복식 전지희-신유빈 조는 6월 라고스 컨텐더 우승, 튀니스 컨텐더 3, 7월 초 자그레브 컨텐더를 우승하면서 이번 대회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남자복식에 함께 출전했던 이상수-조대성 조는 중국의 마롱-위안리첸 조에 석패했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지난 3일 개막한 ‘WTT 스타 컨텐더 류블랴나 2023’은 이전 3주 동안 이어진 컨텐더보다 한 단계 상위 레벨의 대회다. 세계랭킹 20위 이내 강자들도 컨텐더 대회(3명 제한)의 두 배 이상 나올 수 있으며, 단식 우승 기준 10,000달러의 상금과 600점의 랭킹 포인트가 걸려있다. 혼합복식이 8, 남녀단식과 복식은 9일 결승전을 치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