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전, 결승전 귀화 선배들 꺾고 국내대회 개인전 첫 우승 기쁨

강원도 인제군 인제다목적경기장에서 열린 2023 춘계회장기 실업탁구대회 여자 코리아부 개인단식은 결국 각 팀 귀화에이스들이 점령했다. 주천희(삼성생명), 전지희(미래에셋증권), 김하영, 이은혜(이상 대한항공)4강을 이뤘다. 대회 마지막 날인 8일 치러진 4강전과 결승전에서는 주천희와 전지희가 결승에 올라 주천희가 31(11-6, 4-11, 12-10, 13-11)로 이기고 우승했다. 전지희가 노련한 백핸드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추격했으나 주천희의 포어핸드 결정력이 한 발씩 앞서갔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귀화에이스 주천희가 여자코리아 단식을 우승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귀화에이스 주천희가 여자코리아 단식을 우승했다.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 출신인 주천희(21)는 지난달 막 내린 2023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 MVP. 소속팀 우승은 실패했지만 개인 다승랭킹에서 246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올리며 여자탁구 최강자로 거듭났다. 이번 대회에서도 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 최해은(한국마사회), 김서윤(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토종 유망주들을 차례로 꺾은 뒤 4강전에서 이은혜, 결승전에서 전지희 등 국내 무대를 주름잡던 귀화선배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주천희의 강력한 포어핸드가 위력을 발휘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주천희의 강력한 포어핸드가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 2019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주천희는 귀화기간 규정에 따라 아직은 태극마크를 달수 없는 신분이다. 지난해 말 치러진 대표선발전에 나서지 못했고, 올해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항저우아시안게임, 내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리올림픽에도 나갈 수 없다. 그러나 실력으로 이미 국내 최강을 증명했고, WTT의 오픈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면서 세계랭킹도 20위권 초반까지 올라서있다. 20위인 신유빈(대한항공)에 이어 한국 국적 선수들 중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22위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 개인단식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맞대결할 경우 주천희의 승산을 더 높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전지희가 결승에서 끈질기게 추격했으나 주천희의 힘이 더 강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전지희가 결승에서 끈질기게 추격했으나 주천희의 힘이 더 강했다.

주천희는 올 시즌부터 국내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프로리그에서 MVP를 받았지만 공식대회 개인전 우승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어서 뜻 깊다. 주천희는 우승이 확정된 직후 설명하기 어렵지만 좋다고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국가대표로 뛰지 못하지만 이미 국내 최고자리에 올라선 주천희의 각오(혹은 목표)는 단단하다.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두고 있지는 않다.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팀에서 WTT 대회에 자주 보내주는 만큼 당장은 랭킹을 올리고 유지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고 그때를 준비할 것이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이번 대회가 국내무대 첫 개인전 우승이다. 우승 기록은 쌓여갈 것이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이번 대회가 국내무대 첫 개인전 우승이다. 우승 기록은 쌓여갈 것이다.

주천희는 국내무대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증명했다.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WTT 그랜드 스매시대회에서 이시카와 카스미(일본), 두호이켐(홍콩) 등 강자들을 꺾고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는 세계1위 순잉샤(중국)와 풀-게임접전을 벌이다 아깝게 졌다. 4월 방콕에서 열렸던 WTT 스타 컨텐더에서도 결승까지 올라 중국의 강호 첸싱통과 대등한 접전을 펼치고 준우승했다. 당장 대표팀에 합류하지는 못하지만 한국 여자탁구는 곧 세계무대에 파란을 일으킬 비장의 히든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대회 우승도 의욕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여자코리아 개인단식 준우승 전지희.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여자코리아 개인단식 준우승 전지희.

다만 귀화에이스들이 개인전 최상위권을 싹쓸이하면서 조금은 씁쓸한 자성의 소리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시대에 굳이 필요 없는 얘기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국내에서 탁구에 입문해 성장한 선수들을 4강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라면 어린 유망주를 발굴, 육성하는 전체적인 시스템 문제는 들여다볼 수 있다. “귀화선수들의 좋은 성적이 또 다른 귀화선수를 찾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어린 선수들의 진로나 꿈을 위해서라도 국내 육성시스템에도 좀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새삼스럽지 않다. 현상은 이번 대회에서 극에 달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여자코리아 개인단식 공동 3위 김하영(오른쪽)과 이은혜.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여자코리아 개인단식 공동 3위 김하영(오른쪽)과 이은혜.

한편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여자코리아 개인단식 결승을 끝으로 5일간 이어온 2023 춘계회장기 실업탁구대회는 모든 막을 내렸다. 마지막 날 치러진 각 종목 결승에서는 금천구청이 여자내셔널 단체전, 주천희가 여자코리아 개인단식, 이영은(양산시청)이 여자내셔널 개인단식, 오민서(산청군청)가 남자내셔널 개인단식을 각각 우승했다. 많은 선수들이 기권 처리된 남자코리아 개인단식은 안재현(한국거래소)이 같은 팀의 임종훈을 꺾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경기 중반 남자기업부 팀들의 보이콧 사태로 인해 조금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실업탁구연맹은 곧 이사회를 열어 관련 사항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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