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 아쉬움 속 폐막 앞둬

강원도 인제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가 파행으로 흘렀다. 남자기업부 4개 팀이 대회 도중 보이콧을 선언하고 경기장에서 철수한 것이다.

표면적인 발단은 지난해 11월 창단한 기업 신생팀 한국거래소의 선수 영입과정에 따른 불만에서 비롯됐다. 유남규 실업탁구연맹 실무부회장이 감독으로 있는 한국거래소는 창단시점을 전후하여 안재현(24), 김동현(29)을 영입하고, 지난 4월에는 임종훈(26)마저 스카우트하면서 가히 국가대표급전력을 꾸렸다. 6월 말 미래에셋증권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국가대표 에이스 장우진(27)마저 한국거래소를 향할 거라는 풍문도 들린다.

문제는 영입 선수들 대부분이 이전 소속팀과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던 상황에서 위약금까지 지불하면서 팀을 옮겼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미래에셋증권, KGC인삼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각 팀들은 모 기업의 물량지원에 따른 막무가내식 선수 영입은 실업탁구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심각한 차질을 부르는 저해행위라는 명분을 들어 공정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회 현장에서 구체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가 남자기업부의 파행으로 아쉬움 속에 진행되고 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가 남자기업부의 파행으로 아쉬움 속에 진행되고 있다.

해당 팀들은 6일 오후 남자 기업부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을 전면 철수시키면서 유남규 감독의 연맹 부회장 사퇴, 임종훈의 올 시즌 잔여 경기 출전 정지를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차후 연맹전에도 계속해서 불참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이콧에 동참한 모팀 감독은 연맹에는 아직까지 이적 관련 규정이 없다. 이런 허점을 악용해서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를 사전 접촉해 빼가는 것은 분명 연맹 산하 팀들의 공생을 방해하는 처사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유남규 감독은 김동현, 안재현, 임종훈 세 선수 모두 원 소속팀과 합의를 끝내고 우리 팀으로 왔다. 결과적으로 우리 팀 소속이 됐지만 결코 사전에 접촉해서 영입을 시도한 적은 없다. 거꾸로 말해서 선수가 팀에서 나오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유 감독은 우리 팀이 상대적으로 강한 전력이 된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결과만 보면 도의적 책임도 느껴 일선 감독들에게 양해도 구했다. 관련해서 그동안 정비되지 못했던 선수 이적에 대한 규정도 합의에 이르고 있었다. 이번 대회 기간에 이사회를 열어 합의한 내용을 통과시키기로 했는데, 갑작스럽게 보이콧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가 남자기업부의 파행으로 아쉬움 속에 진행되고 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가 남자기업부의 파행으로 아쉬움 속에 진행되고 있다.

결국 이번 대회 남자 기업부는 폐막 이틀을 앞두고 모든 종목이 파행 운영으로 종료를 앞두고 있다. 단체전은 8강전에서 국군체육부대를 누른 미래에셋증권이 KGC인삼공사를 꺾은 한국거래소와의 4강전을 앞두고 보이콧하면서 경기가 무산됐다. 임종훈의 단체전 출전이 결국 스모킹건이 됐고, 맞은편 대진도 역시 출전팀들이 철수하면서 4강전이 무산됐다. 철수 팀들의 무단기권으로 처리되면서 남아있는 한국거래소의 우승이 자동으로 확정된 상황이다. 개인전 역시 한국거래소와 국군체육부대 선수들만 남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일부 팀들이 7일 오전 다시 경기장에 나왔으나 규정상 기권 번복이 허용되지 않아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실업대회 현장에서의 파행이 더 안타까운 것은 지난달 더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의 선전으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데도 있다. 남자 기업부의 경우 개인복식 메달을 합작했던 주역들이 사태의 한 가운데에 선 모양새가 됐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지난달 취임한 이병배 실업탁구연맹 신임 회장의 취임 후 첫 대회다.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힘들게 만들어온 발판 위에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갈등은 아무래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그래도 대회는 계속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신유빈의 대한항공을 결승에서 꺾고 여자코리아단체전을 3연패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그래도 대회는 계속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신유빈의 대한항공을 결승에서 꺾고 여자코리아단체전을 3연패했다.

사태를 지켜보는 탁구인들은 보이콧을 선언할 거라면 차라리 대회 개막 전에 했어야 했다. 시합 도중 행동이 오히려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겉으로는 선수영입 때문일지 모르지만 결국은 소통 부재가 원인이다. 프로리그 등을 치르면서 원활하지 못했던 연맹 운영이 곪은 상처를 키웠다는 확대해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경기를 뛰고 싶은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만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잦은 선수 이동으로 혼란스러운 현재 실업탁구계의 상황을 안정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두 번의 프로 시즌을 치렀지만 아직 탁구는 확실한 프로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한 채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명확한 기준선을 제시하는 이적규정조차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태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모팀 감독은 타이틀을 프로로 내걸고 있으나 솔직히 탁구는 아직 프로종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 않나. 좀 더 신중하게 탁구인들 스스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강원도 인제군 다목적경기장에서 지난 4일 개막한 2023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는 애초 내셔널리그 소속 시·군부만의 대회였으나 재작년 기업부 팀들이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벌인 이후 매년 동시에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변경, 확정됐다. 같은 장소에서 경기하지만 코리아리그(기업부)와 내셔널리그(·군부)는 따로 분리돼 경기를 치른다. 내셔널부는 기업부에는 없는 혼합복식도 치른다. 전달 폐막한 프로리그와 더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열기를 이어받았던 세 번째 동시 대회는 남자기업부의 파행으로 맥이 빠진 채 진행되고 있다.

직접 당사자이기도 한 유남규 부회장은 일단 모든 사태는 룰과 규정에 따라 진행하라는 새 회장님의 의지가 확고하다. 감독들의 의중을 따라 부회장직 사퇴를 고민하고 보고도 했으나 이 또한 아직까지는 완고한 상황이다.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번에 무산된 이적관련 합의안을 통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단은 남아있는 경기들이 있으니 대회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혼합복식은 내셔널부만 치르는 종목이다. 김예능-정유미 조가 우승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혼합복식은 내셔널부만 치르는 종목이다. 김예능-정유미 조가 우승했다.

2023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는 8일까지 열린다. 7일 오후 현재까지 여자 코리아단체전과 남자내셔널 단체전, 그리고 각부 개인복식 경기가 모두 끝났다. 여자코리아단체전과 남자내셔널단체전은 두 부 모두 지난 프로리그 통합우승팀들이 정상에 올랐다. 여자코리아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신유빈이 출전한 대한항공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했으며, 남자내셔널은 산청군청이 신생팀 화성시청을 꺾고 우승했다.

이밖에 각부 개인복식에서는 남자내셔널 김문수-서현우(부천시청), 여자내셔널 이다솜-홍순수(금천구청), 여자코리아 양하은-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 조가 우승했다. 많은 선수들이 기권으로 빠진 남자코리아부는 국군체육부대의 김민혁-곽유빈 조가 한국거래소의 임종훈-안재현 조를 꺾고 우승했다. 오전에 먼저 끝난 내셔널부 혼합복식은 김예능(서울시청)-정유미(금천구청) 조가 우승했다. 여자 내셔널부 단체 결승전과 각부 개인단식 결승전은 마지막 날인 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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