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의 풍속과 축제들

5월 5일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소파 방정환 선생이 만든 어린이날이다.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중요한 날이지만 음력 5월 5일을 떠올리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나이 지긋한 이들이라면 음력 5월 5일이 무슨 날인지 쉽게 정답을 말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이날은 한때 설날,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명절로 손꼽히던 단오다.

일 년 중 가장 또렷한 해가 하늘의 한가운데 온다고 하여 ‘천중절’, 순우리말로 ‘고귀하다’, ‘높다’는 뜻의 ‘수리’에서 유래했다 하여 수릿날(수리취떡을 만들어 먹은 날이라 하여 수릿날이라는 설도 있음), 5가 두 번 겹친다 하여 중오절로도 불렸던 단오는 양수 5가 두 번 겹쳐 일 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로 손꼽힌다.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

 

단오의 세시풍속

보통 단오의 세시풍속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일이다.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윤기가 흐르고 잘 빠지지도 않는다 하여 특히 여성들에게 사랑받은 풍습이었다. 또한, 단오는 여성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집 밖으로 나들이를 할 수 있는 특별한 날이기도 했는데 마을 입구나 공터에 그네를 매고 서로 번갈아 뛰며 하루를 즐기고 겨루기를 하기도 했다. 이몽룡이 광나루에서 그네를 뛰던 춘향이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날이 바로 단오였다는 사실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단오가 되면 온 마을 남자들은 씨름으로 힘을 겨루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씨름은 가장 대표적인 단오의 놀이었다. 고구려 시대부터 ‘각저’라는 이름으로 전승되어 온 씨름은 파종을 끝낸 노고를 술과 음식으로 치하하는 동시에 힘든 여름철 농번기를 앞두고 힘을 기르고 체력을 단련하기 좋은 운동이기도 했다.

과거의 세시풍속이 농경 사회와 밀접한 관계였던 것만큼 풍작을 비는 의미로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많은 열매가 열리기를 기원하기도 했는데 특히 단오 무렵에는 대추나무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므로 이를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는 단오가 되면 임금이 직접 신하들에게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라는 의미로 부채를 하사하는 일도 있었다. 이를 ‘단오선’이라고 불렀는데 후에 일반 서민들 사이에도 단오에 부채를 주고받는 풍습이 널리 퍼지기도 했다.

 

명절이면 무엇보다 먹거리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단오의 음식으로 제일 먼저 손꼽히는 것이 수리취떡이다. 수리취떡은 수리취나 쑥을 멥쌀가루와 반죽하고 쪄서 둥글납작하게 빚고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문양을 찍어 만드는 떡이다. 더위와 갈증을 해소하는 보양식인 동시에 전통청량음료인 제호탕, 생선 가운데 가장 맛이 좋다 하여 ‘진어(眞魚)’라고도 불리는 준치로 만든 준치만두, 그리고 여러 과실 중에 가장 먼저 익는 앵두로 만든 앵두편과 앵두화채도 단오에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단오에 먹는 음식들은 공통적으로 무더운 여름을 대비하여 먹는 음식들이라는 사실이다. 수리취는 초여름 감기와 두드러기에, 제호탕은 더운 날 갈증에, 준치는 초여름 보양식으로, 앵두는 무더운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2013년의 단오

현대인에게 단오는 더 이상 예전만큼 중요한 날은 아니다. 하지만 단오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소중히 여겨 해마다 단오가 되면 전국 각처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강릉에서 열리는 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13호,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다. 강릉단오제는 해마다 음력 4월 5일, 단오제에 쓰일 술을 빚는 일을 시작으로, 대관령에서 신성시하는 나무를 모셨다가 단오 다음날인 음력 5월 6일에 그 나무를 태우고 서낭신을 대관령으로 다시 모시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강릉단오제의 제례 모습
   

 

긴 시간 동안 각종 제례와 굿, 행차 등이 연이어 계속되는 큰 행사인 강릉단오제는 그저 전통 신앙 의례에서 그치지 않고 민속놀이와 공연 등을 총망라한 종합 축제의 성격을 띠어가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행사가 집중되는 동안에는 그네뛰기, 씨름, 창포 머리 감기, 수리취떡 먹기 등의 전통적인 행사 이외에도 각종 공연과 체험 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6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 동안 강릉단오제의 주요 행사들이 열려 절정을 이룰 계획이다.

오는 6월 12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법성포단오제는 용왕제, 산신제, 수륙대제, 당산제 등을 통해 풍어와 뱃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행사다. 법성포는 조선 시대부터 상권이 발달한 지역으로 난장이 크게 서면서 자연스럽게 단오제가 활성화된 곳이다. 특히 지난해 국가중요무형문화재(123호)로 지정된 만큼 올해는 보다 내실을 기하여 남도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예술축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법성포단오제의 제례 모습

서울의 북서울 꿈의 숲 공원에서도 6월 15일과 16일 양일간 “놀기참좋다”라는 이름의 단오난전이 펼쳐진다. 축제 기간 동안 밤마다 국악, 성악, 밴드 등으로 구성된 음악회가 열리고 시민이 주축이 된 각종 거리 공연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외에도 단오의 각종 전통문화 체험이 준비되어있으니 주말 나들이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겠다.

한때 설날과 추석에 버금가는 국가의 큰 행사였던 단오는 이제 대부분의 사람에게 잊혀진 날이 되었다. 하지만 올해, 단오인 6월 13일에는 시장에서 앵두를 한 봉지 사다가 화채 한 그릇을 나누고 가까운 이들에게 부채를 선물해보는 것이 어떨까. 새삼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글_서미순 (월간탁구 2013년 6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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