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컴백과 영화 재개봉 열풍

언젠가부터 ‘복고’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난해는 8, 90년대라는 이름의 향수를 자극하는 여러 가지 문화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 한 해였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필두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나 ’신사의 품격‘도 그 시기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작품이었다. 생각해보면 8, 90년대는 문화적으로 그 이전 시기와 크게 차별되는 시기다. 본격적으로 문화의 다양화와 자율화, 개방화가 시작되며 대중 문화가 만개했던 것이 바로 이즈음이기 때문이다.

트로트와 포크 일색이던 가요계에 모던 발라드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이승환과 유재하, 토이 등의 가수가 등장했고, 문화 대통령이라 불렸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을 강타했으며, 성냥개비를 입에 문 주윤발에 모두 열광했다. 하지만 그렇게 대중문화에 열광하던 이들은 그 이후 한동안 문화의 소비 계층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들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나 자신을 위한 소비에 인색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중년이라는 이름 뒤에서 문화라는 이름과 동떨어져 과거나 곱씹기에는 너무나 자극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온 오빠, 조용필

조용필

2003년에 내놓았던 앨범 over the rainbow 이후 10년 만에 선을 보인 조용필의 새 앨범 hello의 인기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지난달 앨범 공개에 앞서 선공개한 바운스(Bounce)는 월드 스타 싸이 마저 누르고 빌보드 K팝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곧이어 앨범 전곡이 공개되자 웬만한 아이돌도 하기 어렵다는 음원 차트 줄세우기(음원 사이트에서 앨범 수록곡이 10위권 안에 줄지어 랭크되는 일)까지 기록했다. 서울 시내 대형 서점의 음반 매장에서는 중장년층이 음반을 사기 위해 장시간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언론은 ‘가왕의 귀환’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용필의 팬층이라 할 수 있는 중장년층의 잠겼던 지갑을 연 사건으로 그치지 않고 10대와 20대에게까지 그의 음악이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장년층은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한 갈증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같은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겨우 충족시킬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TV 속에서 과거의 명곡을 현재의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는 모습을 보고 노래를 감상하면서 사람들은 다시 한번 추억을 반추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8, 90년대의 가요를 알지 못했던 젊은 층마저도 과거의 명곡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무르익은 분위기에서 높은 완성도와 현대적 감각으로 탄생한 조용필의 새 음반이 큰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도 모른다.

본조비와 데이비드 보위

80, 90년대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밴드 Bon Jovi

한국에 조용필이 있다면 외국에서는 록 밴드 본조비와 글램 록의 데이비드 보위가 있다. 8, 90년대 팝 메탈의 선두주자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 온 장수밴드 본조비가 지난 4월에 발매한 12번째 정규 앨범 what about now는 4년의 공백기를 깨고 발매된 음반으로 동명의 타이틀곡이 1월에 선 공개 되면서 국내 주간 팝 차트 1위는 물론 전 세계 12개국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다. LP와 CD를 거쳐 MP3 시대까지 공략하고 있는 본조비의 새 음반은 세계 최초로 MQS (Mastering Quality Sound) 버전으로도 공개되면서 더 큰 관심을 끌었는데 이는 현존하는 디지털 음원 중 가장 원음에 가까운 음원으로 MP3 파일의 10배 이상의 음질을 구현하며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나이를 먹어도 David Bowie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 1월에 만 66세를 넘긴 데이비드 보위는 70년대 초반부터 대중 음악계에 크고 작은 충격을 던져주며 변신을 거듭해온 영국의 뮤지션이다. 소위 글램 록의 창시자라고도 불리는 데이비드 보위는 귀로 듣는 음악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패션, 예술,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매우 큰 영향력을 끼쳐온 전설적인 아티스트다. 그리고 최근 10년 만에 발표한 30번째 정규앨범 the next day로 그의 영향력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66세 생일을 맞아 먼저 발표한 앨범 타이틀 곡 the next day가 발표와 동시에 영국 차트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앨범 역시 발매 개시와 동시에 60개국 아이튠스 앨범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영화계에 부는 재개봉의 바람

최근엔 영화계에서도 반가운 뉴스가 들려왔다. 십 수 년 전 개봉과 함께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들이 연달아 영화관에서 재개봉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2월 14일엔 밸런타인 데이를 기념하여 영화 ‘러브레터’가 14년 만에 재개봉되었다. 아날로그 감성을 최고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되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는 국내 개봉 당시, 우리나라가 세계화에 흐름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일본대중문화개방 정책을 시행함과 동시에 국내 극장에 간판이 걸린 최초의 일본 영화이기도 하다. 지난 25일에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4월이야기’까지 재개봉되며 마니아층은 물론 신세대 팬층의 공략에까지 나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1998년 개봉하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레옹’, 최고의 로드 무비로 손꼽히는 독일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나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 같은 영화도 줄줄이 재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있고 특별한 음악, 특별한 영화 하나쯤은 있다. 한동안 나만이 가지고 있던 가슴 뛰는 기억을 잊고 살았다면 오늘은 그 기억을 떠올려보자. 요즘 청소년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오빠’를 외쳤던 나, 감성적인 영화와 음악 한 곡에 눈물을 흘렸던 나를 떠올려보자. 그 기억 어딘가에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나와 재회할 수 있을 것이다.

글_서미순 (월간탁구 2013년 5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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