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로 부활한 원작 살펴보기

얼마 전 개봉된 영화 ‘레미제라블’은 500만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국내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의 흥행은 빅토르 위고가 쓴 원작 소설의 인기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흔히 어린 시절 ‘장발장’이란 제목으로 접했던 이 이야기가 그저 권선징악을 이야기하는 동화적인 이야기가 아닌 프랑스 혁명이 있던 시기에 부패한 사회적 분위기와 그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들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 사람들도 많았다. 이렇듯 최근에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검증을 받은 원작을 각색하여 재탄생시킨 영화나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원작에 대한 정보가 이 콘텐츠를 즐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지 않을까?

문학 작품 속 텍스트가 살아난다

좌측. 소설 ‘레미제라블’ 초판(1862년)에 실린 에밀 바야르의 삽화.

우측.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한국판 표지.

소설에 달린 주석만 총 1,854개나 된다니 그 방대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요한 배경 사건으로 프랑스 혁명이 등장하는데 이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는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왕정을 몰아낸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의 집권과 실각을 거쳐 다시 왕정이 들어서게 되는데 그런 중에 등장해 왕이 된 루이 필리프의 집권 시기에 일어난 1832년의 소규모 혁명이 소설의 배경이다. ‘6월 혁명’ 또는 ‘파리 폭동’이라고 불리는 이 혁명은 실패한 혁명이었지만 들라크루아의 그림과 ‘레미제라블’을 통해 아직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특히 원작을 접하다 보면 영화보다는 훨씬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와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에 놀라움을 느끼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영화 속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소년병 가르보쉬가 사기꾼이던 여관 주인의 아들이란 사실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얼마 전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영화 ‘남쪽으로 튀어’도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유쾌 통쾌한 이야기를 선사하며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한 오쿠다 히데오는 이 소설에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반사회적인 행동을 선보이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행동에 휘말리는 가족들, 특히 그 속에서 성장하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년 지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로의 변신을 통해 아들 중심의 이야기가 아버지 중심으로 바뀌고 수많은 등장인물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대신 가족들의 캐릭터를 강화하여 밋밋함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1980년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2012년 대한민국의 이야기로 변신한 영화를 통해 통쾌한 힐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화적 상상력에 치밀함을 더한다

만화가 강풀의 작품들은 이미 여러차례 영화화되었다.

만화는 오랫동안 저질 문화, 하급 문화 정도로 취급받곤 했다. 하지만 최근엔 만화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높이 평가받으며 문화의 한 장르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특히 독특한 발상과 상상력으로 태어난 탄탄한 줄거리와 소재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만화 산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미국 만화 잡지 마블 코믹스 속의 영웅인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 그리고 마블 코믹스의 라이벌 회사라고 할 수 있는 DC 코믹스의 슈퍼맨, 배트맨, 플래시맨, 원더우먼 등은 오래전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부활하여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좌측. DC 코믹스의 영웅들.

우측. 마블 코믹스의 영웅들.

국내 작품으로는 지난해 개봉된 영화 ‘26년’이 만화가 강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강풀의 만화는 탄탄한 줄거리와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그려져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 ‘바보’ 등의 작품이 이미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만화에서 모티브만을 가져와서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일도 있는데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야왕’의 경우에는 박인권 원작의 만화에서 복수하려는 남자와 퍼스트 레이디가 되려는 여자라는 설정만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화가 바탕이 된 이야기

드라마 ‘대장금’과 영화 ‘광해’는 실존인물의 이야기지만 많은 부분을 상상력에 의지하여 탄생한 작품.

특별히 원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옮긴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외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장금’도 실존인물을 그린 이야기지만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짧은 글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드라마다. 남존여비, 양반제도와 같은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궁중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다시 조선 최고의 의녀로, 그리고는 마침내 중종의 주치의까지 되어 왕에게 대장금이란 호칭까지 하사받았던 인물 서장금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지만 수많은 등장인물과 사건들은 모두 허구로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광해’의 경우에는 역사 기록이 소실된 15일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가상으로 꾸미고 있는데 연산군과 함께 묘호(왕이 죽은 후 종묘에 신위를 모실 때 붙이는 호)를 받지 못한 왕임에도 근래 들어서는 위대한 업적과 사연이 많았던 왕이라고 재조명을 받고있는 광해군의 이야기였기에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는 영상물을 통해 이야기를 접하는 것은 무척이나 재미있고 쉽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화면과 대사들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원작이 가진 친절함과 세심함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글_서미순(월간탁구 2013년 3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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