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졌지만 잘 싸웠다. 한국 남자탁구대표팀이 세계 최강 중국과 맞서 선전을 펼쳤지만 결국 패하고 3위로 만족했다.

  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계속된 제21회 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 준결승전에서 서현덕, 이상수(이상 삼성생명), 정영식(KDB대우증권)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대표팀이 마롱, 쉬신, 얀안의 중국에 1대 3의 패배를 당했다. 승리는 한 경기뿐이었으나 게임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1번 단식주자 서현덕(세계71위)이 마롱(세계1위)과 벌인 승부는 특히 아까웠다. 왼손 셰이크핸더 서현덕은 까다로운 회전서비스에 이은 백드라이브를 무기로 마롱을 벼랑 끝까지 몰았다. 1, 2게임을 먼저 따냈다. 2게임에서는 6대 10까지 뒤지다가 12대 10의 역전승을 거뒀다. 4게임에서는 매치포인트를 먼저 잡기도 했다. 하지만 ‘탁구괴물’로 통하는 마롱의 반격은 매서웠다. 빠른 스윙스피드를 바탕으로 서현덕을 압박했다. 낮게 깔리며 사각을 찔러오는 마롱의 드라이브를 막아내지 못하고 서현덕은 결국 2대 3의 역전패를 당했다. 승리를 코앞에 두고 서두르다 듀스를 허용한 뒤 끝내 역전 당한 4게임 패배는 두고두고 아쉬운 포인트였다(9,10,-4,-10,-9).

▲ (부산=안성호 기자) 서현덕이 다 잡았던 대어를 놓쳤다.
▲ (부산=안성호 기자) 이상수는 2번, 4번 단식에서 선전했지만 끝내 승점을 따내지는 못했다.

  현 세계 2위 쉬신과 맞선 이상수(세계62위)도 2번 단식에서 선전했다. 테이블 가까이에서 구사하는 빠른 박자의 공격이 장기인 이상수는 중진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자주 구사하는 정 반대 스타일의 쉬신과 대등하게 싸웠다. 1, 2게임은 계속해서 리드를 주고받은 시소게임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의 집중력이 아쉬웠다. 두 게임을 모두 9로 내줬다. 다소 일방적인 승부가 된 3게임은 4점만을 따는데 그쳤다. 세 번째 게임은 초반에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쉽게 내주고 말았지만 왼손 이면타법을 구사하는 세계 최강자와 벌인 접전은 박수를 받을만했다(-9,-9,-4).

  일방적으로 흐르는 듯 했던 승부는 3번 단식에서 뜻밖의 반전이 일며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국내 챔피언 정영식(세계53위)이 얀안(세계10위)을 맞아 3대 0의 완승을 거둔 것. 단 한 번의 랠리도 소홀한 법이 없는 성실한 플레이의 대명사 정영식은 특유의 우직함과 근성을 앞세워 얀안을 몰아붙였다. 양 핸드 드라이브에 폭넓게 코트를 커버하는 디펜스 능력까지 겸비, 범실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얀안도 이날은 정영식의 페이스에 말리며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3게임에서는 얀안이 먼저 게임포인트에 도달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정영식은 듀스 접전으로 이어간 끝에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3대 0의 완벽한 승리였다(8,6,12).

▲ (부산=안성호 기자) 정영식이 한국 유일의 승리를 거뒀다. 얀안을 상대로 3대 0의 쾌승!

  3단식부터 일기 시작한 소용돌이는 이상수가 다시 나선 4단식에서는 폭풍이 되는 듯했다. 상대는 마롱. 작년 코리아오픈에서 이미 마롱을 이긴 바 있었던 이상수는 특유의 자신감으로 무장한 채 경기에 나섰다. 테이블 가까이에서 빠른 공격을 펼치는 두 선수의 스타일은 닮아있었다. 힘 대 힘, 스피드 대 스피드! 박진감 있는 랠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승자는 아쉽게도 마롱이었다. 초반 승부처는 2게임이었다. 1게임을 11대 8로 따낸 이상수는 2게임에서 8대 10까지 끌려갔으나 끈질기게 따라붙어 듀스를 만들어냈다. 이상수의 근성에 기가 질린 마롱은 세계최강자답지 않은 실수를 연발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13대 11 이상수 승! 하지만 마롱은 역시 마롱이었다. 첫 경기에서 서현덕에게 그랬던 것처럼 두 게임을 먼저 내주고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으며 뒤늦게 본연의 모습을 찾아갔다. 남은 세 게임은 컨디션을 회복한 마롱의 페이스였다. 또 한 번의 역전패(8,11,-7,-4,-4)!  바람은 그렇게 잦아들었고, 전체 승부도 결국은 그렇게 마감됐다.

▲ (부산=안성호 기자) 너무너무 아쉬웠던 승부. 패했지만 향후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 (부산=안성호 기자) 후배들의 시합을 지켜보고 있는 오상은과 유승민(왼쪽). 이제 조금은 안도해도 될까?

  이로써 한국 남자대표팀은 이번 대회 남자단체전을 3위로 마감했다. 그러나 세대교체의 주역들이 중국의 세계 최강자들과 맞서 기죽지 않는 플레이를 펼친 이번 승부는 단순한 순위를 넘어 향후 희망의 불씨를 지핀 경기였다. 전 대회에 이어 연속 3위에 머물렀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번 대회는 같은 3위라도 현저히 다른 무게를 느끼게 했다는 평가다.

  한편 남자단체전에 앞서 펼쳐졌던 여자단체 5-6위 결정전에서 한국 여자대표팀은 타이완을 3대 0으로 꺾고 5위를 기록했다. 단체전을 모두 마감한 한국 남녀대표팀은 이제 내일(3일) 오전부터 속개될 혼합복식을 시작으로 개인전 경기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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