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이 까다로운 상대 타이완을 꺾고 겨우 체면을 유지했다.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계속된 제21회 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대표팀은 2일 오전 치러진 5-6위 결정전에서 서효원(KRA한국마사회), 양하은, 석하정(이상 대한항공)이 차례로 나와 쳉아이칭, 첸츠유, 뤼싱인이 나선 타이완을 3대 0으로 완파하고 이번 대회 여자단체전 5위를 기록했다.

  비록 5-6위전이었지만 경기에 임하는 한국 대표팀의 자세는 신중했다. 4강권 이하 순위전으로 밀릴 경우 종종 2진급 선수를 기용하는 전례도 있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최강 전력을 그대로 내보냈다.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 뜻밖의 8강전 패배로 4강권에서 탈락한 한국 여자대표팀으로서는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이완은 절대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타이완 주전 쳉아이칭과 황위화 등은 세계랭킹을 30위권대로 유지해온 난적들이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경기도 쉽지만은 않은 양상으로 펼쳐졌다. 전체 스코어는 3대 0이었지만 경기마다 풀게임 접전이 펼쳐지며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 (부산=안성호 기자) 서효원이 첫 번째 단식에서 쳉아이칭에 신승을 거뒀다.

  1번 단식 주자 서효원(세계16위)이 쳉아이칭(세계31위)과 벌인 에이스대결부터 치열한 싸움이 전개됐다. 서효원은 쳉아이칭의 묵직한 드라이브에 고전하며 두 번이나 듀스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서효원은 장기인 질긴 커트와 역습으로 결국 승리(12,-9,2,-12,4)하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나온 양하은(세계20위)도 복병 첸츠위(세계64위)와 맞선 2번 단식에서 예상외의 고전 끝에 3대 2(-10,5,-12,7,7)의 신승을 거뒀다. 게임스코어 1대 2까지 뒤지던 경기를 뒤집은 역전승이었다.
 

▲ (부산=안성호 기자) 양하은도 첸츠위와 풀게임 접전 끝에 겨우 승리.

  3번 단식 주자로 나선 석하정(세계18위)도 마지막까지 게임을 끌고 갔다. 1, 2번 단식을 모두 내주고 전의를 상실한 타이완은 주전 황위화(세계41위) 대신 세계259위의 무명 뤼싱인을 내보냈지만 이번 대회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석하정은 쉽게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컨디션 회복을 위해 긴 랠리전을 유도한 게 경기를 꼬이게 만든 원인이었다. 뤼싱인의 패기에 2, 4게임을 내주고 흔들렸던 석하정은 마지막 게임에 들어서야 본래의 기량을 펼쳐 보이며 완승을 거뒀다. 최종 스코어 3대 2(8,-9,9,-2,5) 석하정 승. 이로써 3대 0으로 승리한 한국 여자팀은 다음 대회 시드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순위인 5위를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 단체전을 마감했다.
 

▲ (부산=안성호 기자) 경기를 마무리한 석하정. 개인전에서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시드를 받은 6강이 8강전 첫 경기부터 바로 맞붙는 아시아선수권은 한 순간의 실수로 4강권에서 밀릴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세계적인 강호들이 몰려있는 아시아의 6강팀들은 어느 팀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양저우에서 열렸던 2007년 대회에서 한국은 남녀 모두 5위를 기록한 적이 있고, 2009년 인도 대회 때는 남자팀이 5위에 머문 전례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를 이긴 홍콩은 이어진 준결승전에서 세계4위 펑티안웨이가 버티는 강호 싱가포르까지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을 만큼 선전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의 패배가 아쉽지만 지나치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여자부 경기는 아직도 세 종목(개인단식, 개인복식, 혼합복식)이나 남아있다. 난적 타이완을 꺾고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한국 여자대표팀의 남은 경기 선전을 기원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