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단식 시드현황(2)

('시드현황(1)에서 계속)

2천 년대 이후 우리나라 선수들 중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단식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주인공은 바로 주세혁이다. 주세혁은 벌써 12년 전인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마린(중국)과 칼리니코스 크레앙가(그리스)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에서는 유럽의 마지막 챔피언인 베르너 쉴라거(오스트리아)에게 2대 4(9-11, 6-11, 11-6, 10-12, 11-8, 10-12)로 패했지만 당대 최고 선수들을 상대로 눈부신 선전을 펼쳤다. 주세혁의 뒤를 이어서는 2005년 상하이 대회와 2007년 자그레브 대회에서 오상은과 유승민이 3위에 오른 것이 남자부에서 둘째 가는 성적이다.

여자부에서는 2천 년대 들어서는 단 한명도 개인단식 입상을 못했다. 오랜 기간 한국 여자탁구를 이끈 김경아는 2007년 자그레브 대회에서 본선5라운드 8강에 오른 것이 최고였고, 함께 활약했던 박미영도 2009년 요코하마 대회에서 기록한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2005년 상하이 대회에서 왕난을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던 문현정도 결국 16강에서 탈락했으며, 1990년대 후반에서 2천 년대로 넘어오는 기간 동안 여자탁구를 이끌던 이은실과 석은미도 16강 이상은 오르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표팀 중 누구라도 8강 이상만 오르면 2천 년대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한국 최고 성적을 달성하는 셈이다.
 

▲ 이번 대회 한국 여자선수들 중에서는 서효원이 가장 높은 시드를 받았다. 파리 대회 때의 모습이다. 월간탁구DB(ⓒ안성호).

오는 26일부터 5월 3일까지 8일간 중국 쑤저우에서 치러지는 2015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전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여자대표 선수들은 모두 5명이다. 세계랭킹으로 자동선발된 서효원(렛츠런)과 양하은(대한항공), 선발전을 통해 뽑힌 박영숙(렛츠런)과 이시온, 황지나(이상 KDB대우증권)다. 이들 중 서효원(9번)과 양하은(17번), 박영숙(44번)은 시드를 받아 본선 1라운드에 직행하지만 이시온과 황지나는 예선부터 경기를 치러야 한다. 서효원의 경우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8강 시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 잠시 주춤하는 사이 일본의 후쿠하라 아이가 치고 올라오면서 아쉽게 16강 시드로 밀리고 말았다.

시드만 놓고 보자면 이번 대회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역대급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8강 시드에서 아깝게 밀린 서효원과 16강 시드에서 아깝게 밀린 양하은의 선전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냉정하게 볼 때 입상권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자단식 상위권 시드를 살펴보자.
 

▲ 여자단식 1번 시드의 주인공 딩닝. 2011년에 이미 세계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월간탁구DB(ⓒ안성호).

이번 대회 여자단식 최고 시드는 2011년 로테르담 대회 우승자인 딩닝이 받았다. 그 뒤를 이어 류스원과 리샤오샤가 차례로 2, 3번 시드권자다. 리샤오샤는 2년 전 파리 대회 챔피언이다. 4강 시드를 중국이 독점했던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는 싱가포르의 펑티안웨이가 4번 시드를 받아 ‘탁구장성’에 약간의 균열을 냈다. 그러나 6번과 7번 시드를 주위링과 우양이 받은 여자부는 8강 시드 중 다섯 명을 중국 선수들로 채워 남자보다 오히려 차이니즈 선수들의 강세가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중국 내 대표선발전을 통과해 자력으로 단식 출전권을 따낸 무쯔가 시드 없이 예선부터 경기를 치르게 되면서 다른 나라 상위랭커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개최국 어드밴티지로 총 6명이 출전하는 중국은 애초 첸멍과 무쯔가 자력으로 선발전을 통과했지만, 첸멍이 부상을 당하면서 우양이 출전기회를 잡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밖에 여자 8강 시드 안에 든 넌차이니즈 선수는 일본의 이시카와 카스미와 후쿠하라 아이가 있다. 각각 5번과 8번을 받았다. 앞서 적은 대로 서효원은 후쿠하라 아이에 밀려 9번을 받았다. 유럽 토종 선수들 중에는 헝가리의 게오르기나 포타가 15번으로 가장 높은 시드를 받았고, 그 뒤를 이어 엘리자베타 사마라(루마니아)가 16번 시드에 위치한다. 사마라에게 약한 면모를 보이는 양하은은 그 바로 뒤인 17번을 받았다. 16강전에서 사마라와 만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 여자부 역시 복식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2년 전 8강에 올랐던 박영숙-양하은 조. 월간탁구DB(ⓒ안성호).

한국대표팀은 여자부 역시 단식보다는 복식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남자부 서현덕처럼 여자부도 왼손 셰이크핸더 박영숙이 선발되면서 복식조 구성에 짜임새를 더했는데, 2년 전 파리 대회에서 8강에 올랐던 박영숙-양하은 조가 재도전할 수 있게 됐다. 세계대회에 첫 도전하는 이시온-황지나 조는 같은 실업팀 소속으로 팀-워크에 기대를 건다. 이시온은 남녀대표팀 중 유일한 10대 선수로 이른 나이에 큰 대회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특기할 점이다.

시드는 시드일 뿐이다. 낮은 시드 선수가 높은 시드 선수를 이기고 파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게 스포츠다. 이변이 없다면 스포츠가 아니다. 이번 대회 우리나라 여자대표팀은 사실상 역대 최약체로 꼽히지만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2천 년대 이후 여자단식 한국 최고 성적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고, 그렇게 된다면 메달 획득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레전드’로 기록될 것이다. 2015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각 종목 예선부터 경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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