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동반 출전

양하은(대한항공)이 오는 4월 중국 쑤저우에서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에서 중국의 쉬신과 파트너를 이루게 됐다.

앞서 남자복식에 마롱(중국)-티모 볼(독일) 조의 출전을 알리며 이번 대회에서 활약할 ‘스페셜복식조’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렸던 국제탁구연맹은 혼합복식에서 쉬신과 호흡을 맞출 한국 여자선수로 양하은을 지목했다.

양하은은 1994년생으로 갓 20대에 올라선 나이지만 고1이던 지난 2009년부터 출전을 시작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만 이번 쑤저우대회가 벌써 네 번째인 ‘어린 베테랑’이다. 한국여자탁구 차세대 주역으로 일찍부터 많은 주목을 받으며 성장했고, 어느덧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여자탁구의 간판이다. 작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단식 동메달 이후 전국체전과 종합선수권을 연속 석권했고, 2월에는 슈퍼시리즈로 치러진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2015 카타르오픈에서 개인단식 4강까지 진출하며 상승세를 과시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도 19위에 오르며 10위권대에 재진입한 상태다. 작년 초 16위까지 끌어올렸다가 20위권으로 밀렸던 랭킹이 올림픽 전해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 여자탁구 에이스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는 양하은이다. 월간탁구DB(ⓒ안성호).

쉬신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 최근 마롱에게 1위를 내줬지만 작년 3월부터 1년간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왼손 펜 홀더 이면타법을 구사하는 희귀전형으로 거의 360도를 방불케 하는 회전반경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파워가 무시무시한 선수다. 셰이크핸드가 대세인 시대지만 펜 홀더의 정석에 충실한 탁구로 세계정상을 고수하고 있다. 양면을 모두 사용하는 중국식 펜 홀더로 백 코스의 약점을 최소화했다. 작년 아시안게임 단식에서 몸 풀 듯 가볍게 금메달을 따냈던 쉬신은 이번 세계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명이다. 바로 그 쉬신이 한국의 양하은과 혼합복식 파트너로 참가하게 되면서 한국 팬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 세계 최강자 쉬신이 한국의 양하은과 혼합복식 파트너로 출전한다. 월간탁구DB(ⓒ안성호).

양하은과 쉬신의 혼합복식 출전이 가능해진 것은 국제탁구연맹(ITTF)이 이번 세계대회에 각기 다른 나라 선수들이 연합하여 구성하는 ‘스페셜 복식조’의 출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메달독식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탁구인기 때문에 고민하던 연맹이 탁구의 재미와 인기를 끌어올리는 흥행요소로 남녀 복식과 혼합복식 운영 방식에 적극적인 변화를 꾀한 것이다.

그에 따라 이미 화제를 모은 남자복식 마롱-티모 볼 조 외에도 여자복식에 엘리자베타 사마라(루마니아)-게오르기나 포타(헝가리), 리샤오단(중국)-콤뭥 난타나(태국) 조 등 다국적 연합조들이 이번 세계대회에 출전한다. 남자선수 쉬신을 양하은과 짝 맞추게 한 중국은 여자선수 첸멍도 프랑스의 엠마누엘 르베송과 함께 조를 꾸려 혼합복식에 출전시킨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중국과 연합해서 출전하는 혼합복식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반반이다. “긴장감이 흘러야 할 세계대회가 깜짝 이벤트의 장으로 변질됐다.” “중국이 마치 기부하는 것처럼 복식의 비중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등 부정적 반응이 있는가 하면 “어차피 정면대결로는 이길 수 없는 실력차이를 인정하고 이런 기회를 통해 배워야 한다.” “연합 조들과 다른 조들과의 시합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등의 긍정적 반응도 많은 편이다.
 

▲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쉬신과 부드러운 연결력을 가진 양하은의 조합은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월간탁구DB(ⓒ안성호).

국가대표팀의 강문수 총감독은 이에 대해 “이미 확정된 국제탁구연맹의 방침을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다. 세계 최강 선수와의 호흡을 통해 양하은이나 한국탁구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당사자인 양하은 역시 “최고 선수와의 호흡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져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쑤저우 현지에서는 그저 좋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혼합복식은 사실 세계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대표팀의 최고 전략종목이다. 201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이상수(삼성생명)-박영숙(렛츠런) 조가 은메달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번 대표팀에 나란히 선발된 이상수와 박영숙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 정상에 재도전할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이쯤 되면 고민도 하나 생긴다.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왼손 쉬신과 끈질긴 연결력의 소유자 양하은의 조합은 우승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한국의 기대주 이상수와 박영숙이 결승에서 쉬신-양하은 조를 만난다면 누구를 응원해야 할까? 한국 팬들이 그처럼 흥미로운 고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물론 오는 4월 26일 쑤저우에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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