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인단식 시드현황(1)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이하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월드컵 등과 비교할 때 국가별 출전 선수가 가장 많은 대회다. 올해 대회는 출전 엔트리가 전 대회에 비해 줄었음에도 국가별 최대 10명(남 5명, 여 5명)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넌차이니즈(비 중국) 선수들이 개인단식을 우승하기가 가장 힘든 대회라는 말과도 다르지 않다. 세계 탁구 상위권을 독점하는 중국 선수들 역시 다른 어떤 메이저대회보다 많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월드투어 결과만 보더라도 넌차이니즈 선수들이 차이니즈 선수들을 두세 명 연달아 물리치고 우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 시대다. 당사자인 중국 선수들 역시 자국 동료들과의 경쟁이 어느 대회보다도 치열하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말 그대로 진정한 세계탁구 챔피언을 가리는 무대인 것이다.
 

▲ 아직 세계선수권을 갖지 못한 마롱이 이번 대회 1번 시드다. 챔피언이 될 수 있을까? 월간탁구DB(ⓒ안성호).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가 오는 26일부터 5월 3일까지 8일간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엄청난 경쟁을 동반하는 세계선수권대회이니 만큼 입상을 위해서는 높은 본선시드를 받는 것이 선결과제. 이번 대회 남녀 개인단식 시드를 살펴보자. 각 선수들이 서게 될 위치를 보면 세계선수권대회의 결과를 짐작해볼 수 있다. 우선 남자부.

쑤저우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최고 시드는 현 세계1위 마롱(중국)이 받았다. 그 뒤를 이어 역시 중국의 쉬신, 장지커, 판젠동이 차례로 2, 3, 4번 시드다. 넌차이니즈 선수들 중에서는 일본의 미즈타니 준이 가장 높은 5번을 받았고, 유럽 선수들 중에서는 독일의 드미트리 옵챠로프가 가장 높은 6번을 받았다. 옵챠로프를 이어 티모 볼(독일), 마르코스 프레이타스(포르투갈), 블라디미르 삼소노프(벨로루시)가 차례로 7, 8, 9번에 위치한다. 8강 시드 선수들 중 상위 4명은 중국, 나머지 4명이 비 중국 선수들이다.
 

▲ 우리나라 선수들 중에서는 주세혁이 15번으로 유일한 16강 시드를 받았다. 월간탁구DB(ⓒ안성호).

중국은 이번 대회에 개최국 어드벤티지로 다른 나라보다 한 명이 더 많은 6명이 단식에 나오는데, 위 네 명과 함께 팡보(세계14위)와 유망주 량징쿤(세계41위)이 출전기회를 잡았다. 세계랭킹으로는 옌안(11위)과 저우위(16위)도 선발권이었지만 단식 출전자 명단에서는 빠졌다. 최근 각종 월드투어 성적과 유망주 육성을 고려한 중국탁구계의 선택으로 보인다. 옌안은 여자수비수 우양과 혼합복식에 출전하고, 저우위는 판젠동을 파트너로 남자복식에만 나선다. 그런데 옌안과 저우위가 단식에서 빠진 것은 우리나라의 주세혁(삼성생명)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 상황이다. 세계랭킹으로는 17번 시드를 받아야 했던 주세혁(17위)이 자신보다 상위랭커들이 빠지면서 16강 시드인 15번을 받게 됐다. 16강 시드와 32강 시드는 차원이 다르다. 적어도 16강까지는 객관적 평가에서 자신보다 약체인 선수를 만나게 되는 주세혁의 입상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남자선수들은 주세혁의 뒤를 이어 정영식(KDB대우증권), 김민석(KGC인삼공사), 이상수(삼성생명)가 차례로 21번, 27번, 36번 시드를 받았다. 최근 계속된 랭킹 하락으로 본선시드를 받지 못한 서현덕은 64강 밖에서 예선을 치러야 한다. 한국 남자탁구의 시드는 김민석이 26번으로 최고였던 2년 전과는 큰 차이가 없지만, 주세혁과 오상은, 유승민이 차례로 10번, 11번, 13번을 받았던 4년 전 로테르담대회와 비교하면 그 위상이 크게 하락했다. 단순히 시드만 놓고 본다면 입상가능성 역시 4년 새 무척 낮아진 상황임에 틀림이 없다.
 

▲ 이상수-박영숙 조가 ‘와신상담’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파리대회 때의 모습. 월간탁구DB(ⓒ안성호).

그 때문인지 대표팀 역시 이번 대회는 단식보다 개인복식과 혼합복식에 전략적으로 치중하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남녀복식과 혼합복식에는 각 두 조씩 총 6개 조가 출전하는데, 남자복식은 정영식-김민석, 이상수-서현덕 조합으로 구성됐다. 왼손셰이크핸더 서현덕의 가세로 복식조 구성에 짜임새를 더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남자대표 선수들 중에는 이상수가 개인단식을 포함 복식과 혼합복식까지 모두 출전함으로써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하게 됐다. 이상수의 혼복 파트너는 바로 박영숙(렛츠런)이다. 2년 전 파리에서 결승에 올라 남북대결을 벌였던 이상수-박영숙 조의 이번 대회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또 하나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다른 나라 선수와 짝을 이뤄 복식 출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양하은(대한항공)이 현 세계2위인 중국 남자선수 쉬신과 함께 혼합복식에 도전한다. 최강 공격력을 갖춘 쉬신과 부드러운 연결력의 소유자 양하은의 조합은 우승후보로도 손색없다. 아직은 희망사항이지만 이번 대회 혼합복식 결승전에서는 우리나라 선수 세 명이 뛰는 진풍경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시드현황(2)’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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