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ITTF), ‘스페셜 복식조’로 흥미 유도

중국의 ‘탁구괴물’ 마롱과 독일의 ‘매너남’ 티모 볼이 한 팀으로 세계선수권에 도전한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26일, 마롱과 티모 볼이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3일까지 중국 쑤저우에서 열리는 제5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복식에 한 조로 호흡을 맞춰 출전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세계랭킹 2위에 올라있는 마롱은 최강 중국탁구의 간판선수다. ITTF 월드투어에서만 지금까지 18회의 우승기록을 가지고 있다. 막강한 포어핸드 공격력을 자랑하는 마롱은 이번 세계대회 개인단식에서도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한 명이다. 독일의 에이스인 티모 볼은 현존하는 모든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회전을 구사한다는 드라이브의 명수다. 다수의 유럽선수권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세계랭킹은 현재 9위까지 밀렸지만 한 때 중국 선수들을 누르고 1위까지 올랐었던 강자다. 왼손 전형인 티모 볼의 회전력과 오른손 전형인 마롱의 공격력이 만나면서 단숨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 마롱과 티모 볼이 한 조로 개인복식 경기에 출전한다. 단숨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월간탁구DB(ⓒ안성호).

아시아와 유럽의 최강자들이 한 조로 뭉칠 수 있었던 데는 세계대회 규정변경이 계기가 됐다. ITTF는 최근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엔트리를 각국 당 최대 7명에서 최대 5명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그에 따라 상위권 국가의 경우 이전까지 개인복식에 세 조까지도 참가가 가능했지만 자국 선수들끼리는 두 조까지밖에 꾸릴 수 없게 됐다. 참가 엔트리 5명 중 한 명은 복식을 뛸 수 없기 때문이다. ITTF는 대신 각기 다른 나라 선수들이 연합하여 구성하는 ‘스페셜 복식조’의 출전이 가능하도록 여유규정을 뒀다. 같은 나라가 아니더라도 짝을 맞춰 복식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ITTF로서는 대회 규모를 줄이면서도 흥미는 유지할 수 있는 ‘묘수’를 택한 셈이다.

탁구 국제무대에서 스페셜 복식조는 낯선 일이 아니다. ITTF가 주관하는 월드투어에서는 다른 협회 소속의 선수들이 짝을 맞춰 출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특히 중국은 의도적으로 다른 나라 선수들과 복식조를 구성하는 실험을 거듭해왔었다. 한국에서 치러진 2013년 코리아오픈에서도 중국과 한국의 연합조를 내세워 흥미를 더한 바 있다. 당시에는 장지커-서현덕 조가 우승했었다. 이번 세계대회 동반출전에 합의한 마롱과 티모 볼 역시 2013년 중국오픈에서 함께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우려의 시선도 없지는 않다. 탁구 단일이벤트로는 최대 규모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까지 국가 간의 경쟁을 뺀 실험적 구성을 허용하면서 대회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복식과 혼합복식의 비중은 이미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최강 중국이 개인복식과 혼합복식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을 뺀 선수단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ITTF의 이번 선택도 결국은 중국의 지나친 독주에 따라 떨어진 흥미를 조금이라도 되살려보겠다는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번 세계대회 복식에는 마롱-티모 볼 조 외에도 다수의 ‘스페셜 복식조’가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ITTF는 다음 주 중으로 쑤저우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게 될 ‘스페셜 복식조’ 명단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 쉬신은 혼합복식에서 한국의 여자 선수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그의 파트너는 누가 될까? 월간탁구DB(ⓒ안성호).

한편 중국은 남자복식의 마롱 외에 여자복식과 혼합복식도 다른 나라 선수와 짝을 맞춰 출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탁구전문지 [탁구세계]는 여자복식에서 자국대표팀의 리샤오단이 태국 선수와 함께 출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자국에서 치러지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남자단식 쉬신-마롱-장지커-판젠동-팡보-얀안, 여자단식 딩닝-류스원-리샤오샤-주위링-첸멍-무쯔가 출전한다(개최국 추가엔트리 1명 포함). 남자복식은 장지커-쉬신, 판젠동-저우위, 마롱-티모 볼(독일) 세 조가 나온다. 여자복식은 딩닝-리샤오샤, 류스원-주위링, 리샤오단-태국(미 발표)으로 구성했다.

흥미로운 것은 혼합복식에서는 현역 남자 세계1위인 쉬신이 한국의 여자선수와 짝을 맞출 예정이라는 것. 량징쿤-우양, 프랑스의 남자선수와 첸멍, 그리고 쉬신과 한국 선수가 조를 이뤄 출전할 것이라는 보도다. 그에 따라 쉬신과 호흡을 맞출 한국 선수는 누가 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3년 파리에서 치러진 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에서는 한국의 이상수-박영숙 조가 준우승에 올랐었다. 우승은 북한의 김혁봉-김정 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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