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싸우는 가장 강한 팀, 상위 시드국들 초반 만남에 울상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2023 제26회 ITTF-ATTU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가 시작됐다. 경기장인 평창돔.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2023 제26회 ITTF-ATTU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가 시작됐다. 경기장인 평창돔.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은 직전 대회 6위까지의 팀들(챔피언스 디비전)8강 토너먼트에 직행하고, ‘1부 디비전으로 묶인 나머지 팀들이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예선리그를 벌이는 순서로 진행된다. 예선 각 그룹 1위가 순위전을 벌여 최상위 두 팀이 합류한 뒤 챔피언스 디비전팀들과 8강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2021년 도하 대회에서 금메달(남자)과 은메달(여자)을 획득한 한국대표팀은 당연히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해있다. 대회 첫날인 3일 열리고 있는 그룹예선에서는 한국의 경기가 없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중국이 예선전부터 출전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남자단체전 그룹 예선 첫 주자가 무려 마롱(3위)이다. 상대 선수는 사우디의 알리 알카다위(183위). 세계랭킹 차이는 무려 180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중국이 예선전부터 출전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남자단체전 그룹 예선 첫 주자가 무려 마롱(3위)이다. 상대 선수는 사우디의 알리 알카다위(183위). 세계랭킹 차이는 무려 180위.

그런데 평창돔에서 실전이 시작된 2023 26회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첫날부터 낯선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의심할 수 없는 세계탁구 초강대국 중국이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 경기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남자 예선 3그룹 사우디 카타르 중국 파키스탄, 여자 예선 1그룹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ITTF 랭킹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중국의 톱-랭커들이 상대적인 약체 선수들과 대전하는 모습은 플레이 자체보다 경기 외적으로 흥미를 높여주는 요소가 되고 있을 정도다. 경기장을 짜요로 채우는 중국 팬들의 외침도 벌써부터 울려 퍼지고 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중국 팬들의 ‘짜요’도 벌써부터 경기장을 메우고 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중국 팬들의 ‘짜요’도 벌써부터 경기장을 메우고 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국이 예선리그부터 출전한 이유는 현재의 팀 랭킹과 상관없이 직전 대회 성적만으로 챔피언스 디비전을 한정하는 ATTU 규정 때문이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한복판에 열린 2021년 대회에 불참하면서 예선을 면제받을 수 있는 베네핏을 스스로 포기했다. 중국이 없는 대회에서 한국은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고, 팬들은 평창에서 중국탁구 슈퍼스타들의 모습을 처음부터 그것도 매우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중국의 전설들을 초반부터 만날 수 있다. 왕하오 코치의 여유!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중국의 전설들을 초반부터 만날 수 있다. 왕하오 코치의 여유!

문제는 중국의 1부 리그행이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톱시드 중국을 일단 빼고 대회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오히려 상위 시드 국들이 1부 리그 팀들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체전 8강 대진은 전 대회 1, 2위 팀을 1, 2번 시드로 대진표 맨 위와 맨 아래에 두고, 3, 4위 팀의 중간 위치를 추첨한 뒤, 5, 6번 시드와 1부 리그 두 팀이 무작위 추첨으로 남은 네 자리를 채우는 방식이다. 남자 1번 시드, 여자 2번 시드인 한국은 어느 위치로 오게 될지 모르는 중국으로 인해 높은 시드를 받고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전날 진행된 단체전 1차 추첨 모습.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전날 진행된 단체전 1차 추첨 모습.

그리고 우려했던 일은 현실로 벌어졌다. 본격 개막 이전인 2일 오후 진행된 단체전 1차 대진 추첨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은 1번 시드를 받고도 8강 첫 경기에서 중국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5, 6번 시드인 이란과 싱가포르가 2, 3번 시드인 대만과 인도 쪽으로 가고, 한국과 일본이 위치한 쪽으로 1부 디비전 두 팀이 모두 들어오는 추첨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팀은 이르면 8, 늦어도 4강에서 중국을 만나는 것이 확정적이다. 자칫 본선 한 경기만 치르고 단체전을 끝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홈그라운드에서 중국을 상대하게 될 우리 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그룹 예선 추첨에 우승후보 중국이 참여한 것부터 이채로웠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그룹 예선 추첨에 우승후보 중국이 참여한 것부터 이채로웠다.

여자부의 경우는 1부 디비전 팀들이 8강 토너먼트 양쪽으로 갈렸다. 2번 시드인 한국 여자팀은 그나마 안정적인 대진을 받아들었다. 8강전에서 전 대회 6위 팀 태국을 상대하게 됐다. 4강으로 갈 경우 홍콩과 아직 어느 팀이 될지 모르는 1부 리그 통과 팀의 8강전 승자와 싸우게 된다. 그룹 예선 이후 추첨으로 결정될 2차 추첨에서 중국이 1번 시드 일본이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최상의 대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부는 사실 예선 그룹 배정을 위한 조 추첨부터 파란이 일었다. 탁구강국 중 하나인 대만이 중국과 한 그룹에 속했다. 전 대회 7위로 부진했던 대만은 1부 리그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남자는 이르면 8강, 늦어도 4강에서 중국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남자는 이르면 8강, 늦어도 4강에서 중국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보다 나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중국은 반드시 넘지 않으면 안 될 상대다. 그러나 이왕이면 보다 높은 단계에서 만나기를 누구나 바란다. 정해진 대진을 되돌릴 수 없으니 현재로서 최선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남자대표팀 주세혁 감독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되리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도 이기는 승부를 목표로 싸우겠다. 개인전도 이어지므로 단체전에서 분위기를 다잡고 가야 한다는 각오를 전했다. 가장 강한 팀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단계를 밟기 시작한, 평창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의 첫 날 지형도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여자대표팀 첫 경기 상대는 태국이다. 신유빈-전지희 조의 훈련 모습이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여자대표팀 첫 경기 상대는 태국이다. 신유빈-전지희 조의 훈련 모습이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마롱(세계랭킹 3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마롱(세계랭킹 3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왕추친(세계랭킹 2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왕추친(세계랭킹 2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리앙징쿤(세계랭킹 6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리앙징쿤(세계랭킹 6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그리고 중국 벤치.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그리고 중국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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