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 개인단식 4강 진출 '기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진행 중인 제68회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는 국내 대회 처음으로 플라스틱 볼이 공인구로 사용되면서 이전과는 또 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명 ‘폴리볼’로 불리는 플라스틱 볼은 이전의 셀룰로이드 볼에 비해 적은 회전과 낮은 반발력으로 실전에서 작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대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현재 폴리볼은 경기 전체 판도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강이 가려진 남녀단식은 김민석(KGC인삼공사), 정영식(KDB대우증권), 정상은(삼성생명), 양하은(대한항공),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서효원(렛츠런) 등 기존의 강자들이 그대로 살아남았다. 최근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한 한국탁구 간판들이다.

용구의 변화가 기술력의 완성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 가운데,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4강까지 살아남아 주목 받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남자부 조승민(대전동산고), 여자부 이혜린(대한항공)이다. 기존 4강 판도에 균열을 내며 참신한 자극을 선사한 두 선수는 플라스틱 볼의 특징을 실전에서 제대로 녹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여수=안성호 기자) '고등학생' 조승민이 실업강자들의 숲을 뚫고 4강에 올랐다.

남자단식 4강에 진입한 조승민은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현수(삼성생명, 4대 2), 박승용(KGC인삼공사, 4대 1), 천민혁(KDB대우증권, 4대 1), 임종훈(KGC인삼공사, 4대 2)을 차례로 꺾었다. 조승민이 종합대회에서 실업선수를 이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학생 신분으로 출전했던 작년 대회에서도 당시 삼성생명의 이승엽을 눌러 화제를 모았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몇 단계나 뛰어올라 준결승전까지 진출하면서 한국탁구 차세대 에이스감으로 꼽혀온 존재감을 더욱 높였다.

조승민은 4강에 오른 뒤 “본래 수비보다는 공격 위주의 플레이를 했었다. 이전까지는 상대적으로 디펜스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폴리볼로 바뀌면서 공이 조금 느리게 오고 있기 때문에 디펜스가 편해진 것이 사실이다. 공에 원하는 만큼의 힘이 실리지 않으니까 형들도 공격에서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수비에서도 득점이 나오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여수=안성호 기자) ‘복식 스페셜리스트’였던 이혜린이 단식에서도 강자로 탈바꿈했다.

여자단식 4강에 처음 진입한 이혜린은 올해 실업 7년차의 중견 선수다. 그동안 복식에서는 2011년 종합대회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을 만큼 강한 면모를 보여 왔지만 단식에서는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동안 강했던 복식에서 여전히 선전하며 파트너 이은혜와 함께 4강에 올랐고, 단식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대회 마지막 날까지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시은(KDB대우증권, 4대 1), 이예람(단양군청, 4대 3), 이현주(렛츠런, 4대 2), 조유진(삼성생명, 4대 1) 등 까다로운 실업라이벌들을 차례로 제압했다.

4강 진출 이후 이혜린은 “훈련 때는 그저 그랬는데 실전이 시작되면서 공이 약해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공이 길게 나오지 않아 의식적으로 가까이 붙어서 플레이하고 있다. 본래 회전보다 상대 힘을 이용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내 공격에서 폴리볼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테이블 가까이에서 이전보다 회전이 덜해진 상대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승인이 되고 있는 것 같다. 4강은 처음이라 좀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여수=안성호 기자)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한 이혜린. 준결승전도 자신 있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민과 이혜린은 폴리볼시대의 ‘수혜자’로 떠올랐지만 이들의 선전이 단순히 공인구의 변화 때문만은 물론 아니다. 용구의 변화가 기술력의 완성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경기결과에서 이미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이번 대회에 대한 대비를 누구보다 철저히 하고 나왔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먼저 설명해야 한다. 플라스틱 볼의 특징을 빠르게 캐치해내 자신의 플레이에 녹여낼 수 있었던 것도 당연히 그 같은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한국탁구 대표선수들이 모두 나와 챔피언을 가리는 종합선수권대회 4강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 (여수=안성호 기자) 조승민의 파이팅! 최강자 김민석과의 대결에서도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다.

개인단식 4강전에서 조승민은 국내최강자 김민석을 만난다. 이혜린은 세계적 수비수 서효원을 만난다. 둘 다 지금까지의 이름값만 보자면 넘어서기 힘든 상대들이다. 하지만 거듭된 선전으로 자신감이 오른 두 선수는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다. 조승민은 “미리부터 두려워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혜린도 “본래 수비수에게 약한 편이었지만 (플레이가 잘 되고 있는 만큼) 자신감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폴리볼시대의 수혜자로 떠오른 조승민과 이혜린, 이 새로운 강자들은 어디까지 전진할 수 있을까? 이번 대회 개인단식 준결승전은 마지막 날인 21일 오전 열한 시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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