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남자단식 4강전 관심 집중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김민석은 개인단식을 포함, 개인복식, 혼합복식, 단체전까지 전 종목에 출전하기로 예정된 선수였다. 국가별로 단 2명의 선수만 출전 가능한 개인단식은 주세혁과 함께 출전 기회를 잡았고, 개인복식에서는 이정우, 혼합복식에서는 전지희와 호흡을 맞췄다. 단체전도 주세혁, 이정우 등과 함께 주전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고질적인 발가락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부상이 악화되면서 단체전과 단식은 끝내 출전하지 못했다. 교체가 불가능했던 개인복식과 혼합복식은 매일 진통주사를 맞고 버텼다. 단체전은 정상은이 대신 출전 했고, 단식에는 신예 김동현이 출전 기회를 잡았다.
  김동현으로서는 대회 시작 이틀 전 개최된 미디어데이에서 스타가 되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출전 각오를 밝힌 그대로, 스타가 되기 위한 확실한 무대가 마련된 셈이었다. 김동현은 올해 6월 충남 당진에서 있었던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9승2패, 당당 1위의 성적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과정이야 어쨌든 생애 처음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 신분을 넘어, 국가 별 단 2명의 선수만 출전가능한 개인단식 출전 기회까지 잡게 된 것이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동현은 첫 출전 아시안게임에서 단식 출전 기회까지 잡았다.

  남자단식 본선3라운드 16강경기, 앞선 32강에서 카자흐스탄의 게라시멘코를 상대로 4대 0(13-11, 11-8, 11-7, 11-3) 완승을 거두고 16강에 오른 김동현의 상대는 현재 세계TOP10에 올라있는 대만의 에이스 츄앙츠위엔이었다. 이기기만하면 확실히 스타가 될 수 있는 상대였지만 세계랭킹, 국제경험 어느 것 하나 김동현의 승리를 기대하기엔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츄앙츠위엔의 초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남자단체전 4강에서는 우리나라의 주세혁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쳉아이칭과 함께 출전한 혼합복식에서는 16강, 첸치엔안과 함께 출전한 개인복식에서는 북한의 김혁봉-박신혁 조에 패해 32강에서 탈락했다. 특히 츄앙츠위엔-천치엔안 조는 지난 파리세계대회에서 중국 선수들을 이기고 금메달을 땄던 챔피언 조였기 때문에 탈락의 충격이 컸다. 여러 종목 경기가 순차적으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과 같은 경우 앞 경기 결과가 뒷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역시 과정이 어찌됐든 김동현에게도 기대를 걸어볼만한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동현은 첫 출전 아시안게임에서 단식 출전 기회까지 잡았다.

  그러나 츄앙츠위엔은 김동현이 상대하기엔 확실히 버거운 상대였다. 김동현은 츄앙츠위엔의 파상공세에 밀려 경기가 시작되고 단 12분 만에 두 게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1게임 9-11, 2게임 4-11. 3게임까지 내주면 경기는 거의 츄앙츠위엔 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때부터 김동현이 조금씩 살아났다. 3게임을 듀스접전 끝에 12-10으로 따냈다. 4게임을 6-11로 내줬지만 5게임을 또 다시 듀스 접전 끝에 13-11로 따냈다. 흐름은 끈질긴 추격을 계속한 ‘약자’ 김동현 쪽으로 완전히 넘어온 상황이었다.
  승부의 마지막이 된 6게임. 김동현은 세계톱클래스 선수 중 하나인 츄앙츠위엔을 상대로 또 다시 숨 막히는 듀스접전을 펼쳤지만 최후의 승자가 되지는 못했다. 츄앙츠위엔이 6게임을 17-15로 승리하며 전체 승부도 결국 츄앙츠위엔의 4대 2(11-9, 11-4, 10-12, 11-6, 11-13, 17-15)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김동현 - “90일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자신도 있었는데 경기에서는 단식도 복식도 결국 잘하는 상위랭커에게는 모두 진 것이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대회는 처음이었는데 이기는 방법을 알 만하니까 다 끝났다. 아쉽지만 빨리 추슬러 다음 일정을 준비하겠다.” (더 핑퐁. 2014년 10월 02일자)

  타이완의 츄앙츠위엔은 원래부터 근성이 뛰어나고, 경기 중 감정 표현도 직접적인 선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기 중 파이팅이나 감정표현이 그 정도를 넘어서면 경기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표팀과의 남자단체전 4강에서 츄앙츠위엔은 주세혁을 상대로 냉정함을 찾지 못하고 자멸한 게 패배의 원인 중 하나였다. 츄앙츠위엔이 스스로 무너지면서 팀 전체도 패배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츄앙츠위엔은 김동현이 상대하기엔 확실히 버거운 상대였다.

  김동현과의 마지막 6번째 게임에서 츄앙츠위엔은 무매너의 극치였다. 츄앙츠위엔은 김동현과 듀스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김동현의 서비스에 리시브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귀중한 1점을 잃고 말았다. 실점 후 츄앙츠위엔은 김동현이 공에 물이 묻은 채로 서비스를 넣었다고 심판에 어필했다. 하지만 어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이후 츄앙츠위엔은 마음이 상했는지 자신이 득점을 해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가관은 마지막 순간이었다. 승부가 결정 나는 순간 패배에 아쉬워하는 김동현을 향해 걸어와서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보란 듯이, 아주 큰 소리로, 악을 쓰며 연속적으로 괴성을 질러댔다.
 

▲ (수원=안성호 기자) 매너없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츄앙츠위엔이다.

  츄앙츠위엔의 과한 감정 표현은 패배에 아쉬워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그 경기를 지켜보던 홈 팬들 모두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타 스포츠에서도 상대를 수치스럽게 하는 과도한 세리머니는 서로 조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것은 선수가 가진 기본적인 매너일뿐만 아니라 경기에 패한 상대선수를 배려하는 동업자정신이 담겨있다.
  김동현을 이기고 8강에 오른 츄앙츠위엔은 이후 4강전에서는 북한의 박신혁을 만나 승리했다. 8강 진출자들 중에서는 가장 약한 상대를 만났으니 운도 좋은 셈이다. 그리고 츄앙츠위엔은 4강전에서 판젠동(중국)을 만난다. 판제동은 세계2위 선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자주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이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마지막 날 오전 열한 시에 치러지는 남자단식 준결승전은 17세에 불과한 판젠동을 상대하는 츄앙츠위엔이 결승에 오르기 위해 또 어떤 신경전을 펼칠 지에도 관심이 쓰이는 경기다. 물론 옆 테이블에서 치러질 쉬신과 주세혁의 경기에 더욱 많은 시선이 쏠리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경기 전에 이 한 마디만은 꼭 해두고 싶다. 타이완의 에이스 츄앙츠위엔이여, 선수(選手) 전에 먼저 선수(善手)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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