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서 홍콩 리호칭-장티안위 조에 4대 1 승리

프랑스 파리에서 치러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에서 우승했었던 북한의 ‘세계챔피언’ 김혁봉-김정 조가 수원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탁구 혼합복식도 석권하고 뜻 깊은 금메달을 따냈다. 작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포함 권위 있는 국제대회에서만 3연속 우승이다.

남녀 선수간의 공수균형에서 남다른 강점을 보이며 혼합복식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김혁봉-김정 조는 이번 아시안게임 탁구경기에서도 ‘찰떡 호흡’을 선보였다. 개인단식 출전도 마다하고 혼합복식 경기에 집중, 우승을 위협하는 강자들을 하나하나 제거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혁봉-김정 조가 환상의 호흡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8강전에서 중국의 저우위-우양 조, 4강전에서 일본의 기시카와 세이야-후쿠하라 아이 조를 이겼다. 대회 폐막 하루 전 치러진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홍콩의 리호칭-장티안위 조를 4대 1로 꺾었다. 리호칭-장티안위 조는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김민석-전지희 조를 이기고 올라온 강호. 북측 선수들이 남측 친구들의 설욕전을 대신 펼쳐준 셈이다.

경기는 게임마다 접전이 펼쳐졌다. 첫 게임부터 듀스였고, 2게임도, 3게임도 듀스였다. 팽팽하게 이어진 경기는 여자선수의 공격력에서 갈렸다. 김정은 김혁봉에게 기대지 않고 적극적인 공격으로 포인트를 가져오며 고비마다 승기를 가져오는 수훈을 세웠다. 상대 리호칭을 압도했다. 김혁봉 역시 든든한 뒷받침으로 ‘혼복 챔프’다운 위력을 과시했다. 1, 2게임 승리 뒤 세 번째 게임은 내줬으나 북한 선수들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어진 4, 5게임을 주도하며 마지막엔 결국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12-10, 12-10, 10-12, 11-6,11-6.
 

▲ (수원=안성호 기자)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는 김혁봉-김정 조.

북한 선수들은 응원 효과도 톡톡히 봤다. 세 종목 결승전이 치러지는 이 날은 유독 많은 관중이 체육관을 찾았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가 없는 대신 순수하게 탁구를 즐기던 팬들은 같은 민족 북측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경기 내내 “김혁봉” “김정”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간히 “코리아”도 섞였다. 경기를 모두 마친 북한의 전체선수단이 체육관을 찾아 외친 “잘한다!”도 물론 큰 힘이 됐을 것이다. 결국 그들에게는 ‘미지의 땅’이었을 ‘남쪽’에서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혁봉과 김정은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을 향해 감사의 인사로 손을 흔들었고, 경기 내내 응원을 보내던 남쪽의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파리에서 박영숙-이상수가 김혁봉-김정 조에게 패하고 금메달을 내줬던 한국은 이번 대회 혼합복식에서는 김민석-전지희 조가 동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북은 지켰고, 남은 한 계단 내려섰다.
 

▲ (수원=안성호 기자) 혼합복식 시상식. 북한 조가 우승, 남한 조는 3위.

시상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혁봉과 김정은 “작년 2013년 5월 세계대회에서 금메달로 조국에서 많은 배려를 받았다. 이번 금메달로 보답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금메달 소감을 밝혔다.

아쉽게 동메달에 머문 김민석은 “단체전을 뛰지 못해서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준결승전에서 만난 홍콩 조가 까다로웠다. 이기고 있던 경기여서 후반에는 욕심이 좀 앞선 것이 아쉽다. 이번 아시안게임 부상으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는데 지금부터라도 몸 관리 철저하게 해서 2년 뒤 리우올림픽은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민석-전지희 조도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지희도 “한국에 온 뒤 처음 나간 국가대표여서 긴장을 많이 했다. 금메달은 못 땄지만 메달을 따서 민석이 오빠에게 감사하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석 오빠가 주사를 맞아가면서까지 잘해줬기 때문에 나도 잘하고 싶었는데 그만큼 못한 것 같아서 아쉽고 미안하다. 이제 다가오는 올림픽을 대비해서도 연습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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