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10월 2일 오후 경기 종합

10월 2일에도 계속된 인천아시안게임 탁구 개인전은 오후까지 인상적인 경기들이 자주 펼쳐졌다. 약자들이 강자들에 대한 힘찬 도전을 계속하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도 많은 박수와 함성으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3번 테이블에서 벌어진 쉬신과 첸치엔안의 남자단식 본선 3라운드 16강 경기. 애초에 두 선수의 경기는 큰 관심을 받은 경기는 아니었다. 쉬신은 세계랭킹이나 역대전적에서 첸치엔안에 크게 앞서있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경기는 처음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첫 게임을 첸치엔안이 듀스 끝에 12-10으로 따내고, 2게임마저 11-6으로 따내자 세계1위 쉬신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 흐름 자체가 첸치엔안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 버리고 만 것. 쉬신의 까다로운 서비스는 첸치엔안의 절묘한 리시브에 막혀 3구 공격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쉬신의 드라이브도 첸치엔안의 호수비에 막혀 실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 (수원=안성호 기자) 쉬신이 대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명승부를 연출한 첸치엔안. 이전까지 단 한 게임도 이겨보지 못했던 쉬신을 최종 7게임까지 몰고 갔었다.

쉬신은 3게임을 11-5로 따냈지만 4게임을 또 다시 듀스 끝에 10-12로 내주며 게임스코어 1대 3까지 밀리고 말았다. 이제 한 게임만 더 잃으면 이번 대회 최고 시드권자이자 현 세계1위 쉬신의 탈락이 가능해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쉬신의 탈락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대표팀 역시 경기 결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개인단식 대진표상으로 쉬신은 우리 에이스 주세혁과 4강에서 만나게 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5게임부터 쉬신은 조금씩 냉정을 되찾았고, 특유의 파워와 스피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5게임을 11-3으로 따낸 후에는 6, 7게임을 연이어 따내며 결국 벼랑까지 몰렸던 경기를 4대 3(10-12, 6-11, 11-5, 10-12, 11-3, 11-7, 11-8)으로 뒤집었다. 쉬신으로서는 마지막까지 몰린 경기를 역전시킨 진땀 승리였고, 첸치엔안에게는 이번 대회 최고 이변이 될 뻔한 경기를 놓쳐버린 아쉬운 한판 승부였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동현이 아깝게 이번 대회 모든 일정을 접었다. 잘 싸웠으나 아쉽게 패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츄앙츠위엔은 김동현을 이기고 올라갔다. 하지만 매너 없는 경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바로 옆 5번 테이블에서 벌어진 츄앙츠위엔(타이완)과 우리나라 김동현과의 경기도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단한 접전이었다. 김동현은 게임스코어 1대 3으로 뒤진 상황에서 5게임을 13-11로 따내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마지막이 된 6게임에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몇 번이나 듀스어게인을 거듭하다가 15-17로 졌다. 경기 뒤 가진 인터뷰에서 김동현은 “90일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자신도 있었는데 경기에서는 단식도 복식도 결국 잘하는 상위랭커에게는 모두 진 것이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대회는 처음이었는데 이기는 방법을 알 만하니까 다 끝났다. 아쉽지만 빨리 추슬러 다음 일정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주세혁은 일본의 강자 미즈타니와의 메달결정전을 앞두고 있다.

이미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선배 주세혁은 중앙의 1번 테이블에서 경기를 가졌다. 홍콩의 장티안위에게 4대 0(11-6, 11-8, 11-1, 11-9) 완승을 거두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후배 김동현의 아픔을 어느 정도는 달래준 경기였을 것이다. 김동현은 앞서 달려간 선배들을 바라보며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남아있는 아시안게임 일정 동안 한국의 남은 시합들을 열심히 응원하는 게 먼저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민석-이정우 조가 열심히 싸웠으나 중국의 최강조에 석패했다.

한편 남자단식에 이어 치러진 남녀복식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남녀 4개조 모두가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며 큰 아쉬움을 남겼다. 남자부 김민석-이정우 조는 중국의 최강 조 마롱-장지커와 풀게임 접전을 벌이는 명승부를 펼쳤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여자부 박영숙-양하은 조 역시 중국의 ‘공격수비조합’ 류스원-우양 조에게 졌고, 이은희-전지희 조는 홍콩의 리호칭-음웡남 조에 패했다. 이로써 2일 저녁 경기를 앞둔 현재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남자단식 주세혁, 여자단식 서효원, 양하은, 혼합복식 김민석-전지희 조만 남은 상태다.
 

▲ (수원=안성호 기자) 박영숙-양하은 조와 이은희-전지희 조도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오후 여섯 시부터 시작되는 혼합복식 4강전에서 김민석-전지희 조가 리호칭-장티안위 조(홍콩)를 상대로 결승진출을 노린다. 이어 저녁 일곱 시부터는 남자단식 주세혁이 미즈타니 준(일본)과 8강전에서 만나 메달권 진입을 노리며, 여덟 시부터는 서효원과 양하은이 각각 주위링(중국)과 이시카와 카즈미(일본)을 만나 8강전을 벌인다. 특히 이번 대회 최고 스타 주세혁과 단체전에서 이시카와에게 패했던 양하은이 설욕에 도전하는 한일전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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