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단체 결승전

‘하마터면’ 일본이 중국을 잡는 대이변을 연출할 뻔했다.

예선라운드에서 한국, 8강전에서 홍콩, 준결승전에서 싱가포르 등등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의 탁구강국 거의 모두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라온 일본은 중국과도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30일 오후 수원체육관에서 치러진 인천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단체 결승전에서 일본은 첫 주자로 나선 후쿠하라 아이(세계14위)가 중국의 딩닝(세계2위)을 꺾었고, 이어 나온 이시카와 카즈미(세계8위)도 현역 세계1위 류스원에게 첫 게임을 잡고 접전을 펼치는 등 세계탁구 ‘절대1강’ 중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후쿠하라 아이가 첫 단식을 잡으며 중국을 긴장시켰다.
▲ (수원=안성호 기자) 딩닝이 단체전 속 ‘이변’의 제물이 됐다.

특히 한국, 싱가포르와의 연속된 풀매치접전에서도 전승을 거두며 일본을 결승까지 견인했던 ‘아이짱’ 후쿠하라 아이는 또 한 번 ‘깜짝쇼’를 펼치며 일본 최고 탁구스타의 위용을 뽐냈다. 현존하는 여자탁구 최강 괴력의 소유자인 딩닝의 드라이브를 빠른 스피드와 박자로 극복해냈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이었다. 후쿠하라의 선전에 ‘갑작스런’ 긴장을 시작한 중국은 2단식에서 류스원이 첫 게임을 내주고 잠시 흔들렸으나 곧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예의 빠른 스윙과 임팩트로 이시카와를 몰아붙였고, 경기는 애초 예상되던 판도로 흘렀다. 류스원이 무난한 승리를 거둔 뒤, 3단식에서 주위링이 승점을 챙겼고, 4단식에 다시 나온 딩닝이 컨디션을 회복하며 이시카와 카즈미를 꺾었다. 3대 1로 승리한 중국의 ‘예정된’ 우승이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류스원이 승리하며 분위기를 돌렸다.
▲ (수원=안성호 기자) 이시카와 카즈미도 선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 날 후쿠하라를 필두로 한 일본이 보여준 선전은 체육관을 찾은 관중들의 커다란 갈채를 받았다. 게다가 일본은 3단식 주자로 모두가 예상했던 히라노 사야카가 아닌 히라노 미우를 내면서 일순 장내를 술렁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올해 만 14세에 불과한 10대 선수를 다른 시합도 아닌 아시안게임 결승전이라는 빅게임에 냈다는 것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일본의 자세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수원=안성호 기자) 중국의 3단식 주자로 승기를 휘어잡은 주위링.
▲ (수원=안성호 기자) 일본은 어떻게 3단식 주자로 히라노 미우를 내보낼 수 있었을까?

사실 일본은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얻을 것은 다 얻었다. 도쿄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세계 2위의 지위를 분명히 했다.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를 다 이겼다. 그것도 자국 최고스타 후쿠하라의 활약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일본 언론들의 취재 열기도 불을 뿜었다. 객관적인 열세가 분명한 시합에서 승리를 위해 진을 빼기보다 훗날을 기약하는 모습까지 보였다는 점에서 일본은 단순한 패자가 아니었던 셈이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8강에 머문 한국여자탁구는 최강 중국의 실력 이전에, 세계2위의 자리에서 1위에 오르기 위한 미래를 예비하는 일본에게 더 많은 자극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 (수원=안성호 기자) 우승은 중국이 했으나 일본도 패자는 아니었다. 이시카와 카즈미와 히라노 사야카.

▶ 인천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단체 결승전 결과

중국 3대 1 일본
딩닝  1(6-11, 9-11, 11-3, 13-15)3 후쿠하라 아이
류스원  3(3-11, 11-6, 11-7, 11-8)1 이시카와 카즈미
주위링  3 (11-8, 11-4, 11-3)0 히라노 미우
딩닝  3(11-6, 11-7, 11-5)0 이시카와 카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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