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탁구 단체 결승전, 중국에 석패

한국 남자탁구대표팀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탁구 남자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30일 오후 수원체육관에서 진행된 중국과의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대표팀은 주세혁, 이정우, 정상은이 차례로 나와 마롱, 쉬신, 장지커와 맞섰으나 0대 3 패배에 그쳤다.
 

▲ (수원=안성호 기자) 은메달을 목에 건 한국탁구 남자대표팀이다. 대한탁구협회 조양호 회장과 박주봉, 정현숙 부회장이 함께 했다.

처음부터 ‘플러스 알파’였다. 한국 대표팀이 전날 타이완을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을 때 중국을 이길 거라고 기대하는 팬들은 많지 않았다. 중국은 현재 세계 남자탁구를 좌지우지하는 최강 3인방 ‘쉬신(세계1위), 마롱(세계3위), 장지커(세계4위)’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팬들은 우리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바랐고, 그로 인해 성적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플러스’를 기대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주세혁이 특유의 화려한 수비플레이로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 (수원=안성호 기자) ‘탁구 괴물’ 마롱도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결국 승리.

그 바람 그대로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펼쳤다. 1단식 주자 주세혁은 ‘탁구괴물’ 마롱과 맞서 대등한 플레이를 펼쳤다. 엄청난 회전과 함께 낮게 깔려 들어가는 특유의 커트를 구사하며 간간히 역습을 섞었고 게임마다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펼쳤다. 1, 2게임을 아쉽게 9로 내줬지만 3게임에서는 듀스 끝에 12-10으로 승리하며 체육관을 메운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 (수원=안성호 기자) 유남규, 류궈량 감독의 지략싸움도 뜨거웠다. 양 팀의 신중하고도 치열했던 '벤치'.

아쉬운 건 4게임이었다. 폭발적인 역습으로 리드를 잡아가며 게임포인트에 먼저 도달했으나 마롱의 추격을 허용했다. 듀스가 끝없이 이어졌다. 주세혁이 철벽처럼 버텨내며 끊임없이 역습 기회를 엿보는 동안 천하의 마롱도 긴장하며 자주 범실을 범했다. 그러나 마지막 스코어는 15-17. 마롱의 직선 드라이브를 타고 들어온 공은 주세혁의 라켓을 튕기고 코트를 벗어났다. 끈질기게 추격전을 벌인 주세혁이 4게임을 잡아냈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시합이었다는 점에서 미련이 남지 않을 수 없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이정우가 2단식 주자로 나섰지만 쉬신의 벽은 너무 높았다.
▲ (수원=안성호 기자) 현역 최강자! 세계1위 쉬신이 중국의 2단식 주자였다.

2단식과 3단식에 연이어 나온 이정우와 정상은도 잘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주세혁의 경기 때 소리를 높였던 관중들의 함성도 패배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점차 낮게 잦아들었고, 왼손 펜 홀더 이정우는 같은 펜 홀더지만 이면에도 러버를 장착한 쉬신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정상은은 무지막지한 장지커의 아우라가 버거워 첫 경기를 단 1점만 따내는데 그쳤지만, 2, 3게임에서는 9점과 7점을 따내며 선전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김민석 대신 중책을 떠맡은 정상은은 한국남자대표팀의 단체전 마지막 경기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정상은은 패했지만 또 다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수원=안성호 기자) ‘클래스’가 다른 플레이를 선보인 장지커. 중국의 금메달을 확정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유남규 감독은 “예상했던 오더가 적중했다. 주세혁이 첫 경기에서 승리했더라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까웠다. 막판 주세혁의 체력이 떨어진 것이 결국 전체 승부의 패인이 됐다. 반격 타임에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기술적으로 좀 더 연구하고 보완한다면 중국도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1, 2번 주전들 외에도 4, 5번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최소한 중국 외에 다른 나라에게는 패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현재의 주전들이 노쇠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고 우리 젊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 이상으로 충실한 노력을 해준다면 2년 뒤 리우올림픽에선 더욱 선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단체전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 (수원=안성호 기자) 패했지만 작지 않은 소득이 있는 결승전이었다. 플러스 알파!
▲ (수원=안성호 기자) 경기 후 선수들을 격려한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

또 한 번 화려한 수비플레이로 온 국민을 매료시킨 주세혁은 “첫 경기를 이겨 후배들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는데 결국 그러지 못해 아쉽다. 이기고 있었던 4게임을 놓친 것이 아깝다. 대개 시합을 오래 하다보면 후반엔 지치기 마련이지만 이번 경기는 관중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저도 그렇지만 후배들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갖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단체전은 끝났지만 개인전이 남아있다. 개인단식 첫 경기에서 지난 세계대회 때 패했던 북한의 최일을 만난다. 방심할 수 없다. 단체전처럼 계속해서 후회 없이 활기찬 플레이를 해나갈 것이다. 계속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남자단체 시상식 장면. 은메달을 목에 건 한국탁구 남자대표팀이다.

처음부터 ‘플러스 알파’였다. 목표였던 결승 진출을 이뤄낸 남자대표팀은 중국과의 승부에선 패했지만 가까운 훗날을 향한 자신감을 수확했다. 정상은, 김동현 같은 젊은 새 얼굴들이 아시안게임과 같은 비중 있는 국가대항전을 만족스럽게 치러내고 있다는 점도 각별한 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주세혁의 말대로 아직 아시안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내일부터는 개인전 경기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밝은 표정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그 기분 그대로 개인전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치러낼 수 있기를 바란다.

▶ 2014 인천아시안게임 탁구 남자단체전 결승전 결과

대한민국 0대 3 중국
주세혁 1 (9-11, 9-11, 12-10, 15-17) 3 마롱
이정우 0 (3-11, 5-11, 6-11) 3 쉬신
정상은 0 (1-11, 9-11, 7-11) 3 장지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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