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순’으로 돌려보는 8강전, 대 니와 코키-히라노 사야카(일본)

▲ (수원=안성호 기자) 수고했다! 선수들을 환영하고 있는 김형석 감독.

발가락 이상으로 단체전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단식 출전도 김동현에게 양보했던 김민석이 반전을 일으켰다. 1일 오후 두 시부터 시작된 인천아시안게임 탁구 혼합복식 8강전에서 한국 팀 첫 개인전 메달을 확보했다. 경기를 끝내고 나오는 김민석의 표정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시합이 끝나자 통증이 배가되는 듯했다. 경기 직전 진통제를 맞고 뛰지만 약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분은 좋은데 다리가 아파서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이 한 마디로 모든 걸 설명했다. 파트너 전지희가 옆에서 그의 등을 토닥였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민석-전지희 조가 혼합복식 동메달을 확보했다.

게임 5
운명의 5게임. 김민석이 히라노의 리시브를 속공으로 연결하며 첫 포인트, 전지희의 5구를 받은 히라노의 반구가 네트를 튕기며 2득점, 히라노의 서브를 테이블 위 백스핀 리시브로 받아낸 김민석 3득점, 4점, 5점. 초반에 승부를 내야 했던 한국의 공세가 성공했다. 5-0, 엔드체인지. 시스템이 바뀌면서 집중이 필요했다. 5-2. 김형석 감독이 작전을 불렀다. 5-3, 6-3. 김민석의 높은 반구가 행운의 에지로 이어지며 7-3... 플릭! 드라이브! 마지막 순간 김민석의 임팩트가 빛을 발했다. 기회가 오자 전지희의 드라이브도 살아났다. 계속해서 공격하고 연결하며 기회를 제공했다. 10-6, 결국 김민석의 강력한 파워드라이브가 상대 코트를 꿰뚫으며 마지막 포인트를 장식했다. 11-6, 이겼다. 동메달 확보!
 

▲ (수원=안성호 기자) 전지희가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냈다.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게임 4
경기가 길어지면서 한국팀 벤치는 김민석의 상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초반에 일찍 승부를 내야 했던 우리 조가 불리한 시스템인 4게임까지 끌고 오면서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우려대로 4게임은 초반에 1-5까지 벌어졌다. 이기기 위해서는 전지희의 더 많은 역할이 필요해졌다. 연결이 아닌 공격, 결정이 필요했다. 쉽지 않았다. 6-9! 다시 따라갔다. 8-9, 8-10, 9-10, 히라노의 실수가 도왔다. 10-10. 김민석의 드라이브가 코트를 넘어갔다. 10-11. 마지막 순간 다시 깊은 코스로 반구된 공을 김민석이 너무 멀리 넘겼다. 10-12. 게임스코어 2대 2. 한국팀 벤치에 정적이 흘렀다.
 

▲ (수원=안성호 기자) 니와 코키-히라노 사야카 조가 한국 조의 제물이 됐다.

게임 3
3게임은 히라노의 공을 김민석이 받는 시스템이었다. 히라노는 영리했다. 넓게 뛰기 힘든 김민석의 상태를 간파하고 구석구석을 찌르고 들어왔다. 임팩트에 힘을 싣기가 어려워지자 니와의 공격이 매서워졌다. 전지희가 힘을 냈다. 받아내기 버거워진 니와의 공을 혼신의 힘을 다해 결정했다. 다시 시소게임이 전개됐다. 결국 몇 차례 김민석의 불가피한 실수가 나왔다. 다리의 뒷받침 없이 상체를 눕혀 날린 드라이브가 아웃됐다. 8-11. 유리한 게임에서 당한 패배여서 더 아까웠다.
 

▲ (수원=안성호 기자) 관중들이 뜨거운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게임 2
전지희의 공을 니와가 받는 차례가 되자 경기 양상은 시소가 됐다. 계속해서 포인트를 주고받았다. 여전히 한국은 속전속결이 필요했지만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기회를 잡은 일본도 공격적으로 나왔다. 공격과 공격이 맞부딪쳤지만 아무래도 일본에 더 많은 찬스가 갔다. 순식간에 7-10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김민석이 힘을 짜냈다. 8-10, 9-10, 10-10! 듀스가 되자 다시 일본 선수들이 당황했다.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엔 ‘아픈’ 김민석이 몇 발짝이나 뛰어가며 드라이브를 날렸다. 대역전승 12-10. 2게임도 이겼다.
 

▲ (수원=안성호 기자) 아이고 이쁜 것! 이렇게 잘해주다니!! 박지현 코치가 전지희의 볼을 ‘흐뭇하게’ 꼬집고 있다.

게임 1
김민석은 랠리가 길게 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다리 상태 때문에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임팩트에 집중했다. 전지희도 그걸 알고 있었다. 자신의 타구 차례가 올 때마다 강한 반구로 김민석의 공격기회를 열었다. 우리 선수들의 초반 공세에 일본 선수들이 당황했다. 일찍 끝났다. 11-4. 김민석은 경기 전 “다리 상태가 좋지 않지만 메달 결정전이어서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잘 걷지도 못할 만큼 힘들어보였으나 막상 경기에 들어가서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김민석의 투지에 전지희도 화답했다. 첫 아시안게임의 긴장을 털고 자기 몫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도드라졌다.
 

▲ (수원=안성호 기자) 다음 상대는 홍콩의 리호칭-장티안위 조다. 중국 판젠동-첸멍 조를 이기고 올라왔다.

혼합복식 4강전은 내일(2일) 오후 여섯 시에 치러진다. 상대는 홍콩의 리호칭-장티안위 조다. 중국의 강호 판젠동-첸멍 조를 이기고 올라왔다. 결승에 올라가면 세계 챔피언조인 김혁봉-김정 조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김혁봉-김정 조는 일본의 기시카와 세이야-후쿠하라 아이 조와 준결승전을 벌인다. 유승민 코치는 해볼 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석이가 단체전과 단식을 포기한 건 잘한 선택이었다. 진통제를 맞으면서 뛰고 있는데 세 시간 정도는 통증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더 좋은 결과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탁구계는 새벽에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으로 뒤숭숭한 상태지만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들은 모든 신경을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 (수원=안성호 기자) 상승세인 후쿠하라 아이가 기시카와 세이야와 함께 세계 챔프의 아성에 도전한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혁봉-김정 조가 중국의 우양-저우위 조를 꺾고 4강에 올라 우승후보의 위용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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