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전지희는 8강 진출했지만 난조 시달려

이정우의 서브를 김혁봉이 받게 되는 짝수 게임이 그나마 유리하게 흘렀다. 김정의 타구를 이정우가 공격으로 연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는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포어핸드 결정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 양하은의 공을 김혁봉이 대부분 강한 공격으로 받아치면서 이정우의 공격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었다. 쇼트로 힘들게 막아낸다 해도 기다리고 있던 김정이 매섭게 몰아쳤다. 한국 선수들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이길 방법을 찾기 힘들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세계 챔피언은 역시 강했다. 북한 김혁봉-김정 조.

혼복 세계챔피언조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정우-양하은 조는 북한의 김혁봉-김정 조에게 제대로 힘 한 번 못 써보고 완패했다. 예상대로 양하은의 약한 공격력이 약점이 됐다. 상대의 반격을 공격으로 연결하기 위해 이정우는 자주 돌아서려 애썼으나 무리한 시도는 타점을 늦게 만들었다. 쇼트로 대응할 때는 남자선수 못지않은 공격력을 가진 김정이 날카로운 반격으로 남한 선수들을 무력화했다. 불리한 시스템으로 시작한 첫 게임을 힘없이 내주고 두 번째 게임을 듀스 끝에 만회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약점을 간파한 북한 선수들이 더 이상 틈을 주지 않았다. 3게임도 첫 게임처럼 빠르게 끝났고, 4게임은 초반 시소를 넘어 랠리에 적응한 북한 선수들이 후반을 압도했다. 3-11, 13-11, 4-11, 7-11. 이정우-양하은 조의 완패였다.
 

▲ (수원=안성호 기자) 기대를 모았던 이정우-양하은 조가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 혼합복식 준비과정은 사실 차질이 많았다. 애초 한국대표팀은 이번 대회 금메달 유력후보로 혼합복식을 점찍었었다. 절대1강 중국이 그나마 가장 덜 신경을 쓰는 종목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에서 은메달과 금메달을 따냈던 이상수-박영숙 복식조는 선발과정에서 배제했다. 이상수의 선발전 탈락이 이유였으나 검증된 복식조를 추천하지 않은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국제무대 노출 또한 김혁봉-김정 조와 같은 다른 유력 복식조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한국대표팀은 새롭게 구성한 이정우-양하은 조와 국내무대에서만 발을 맞춰봤던 김민석-전지희 조로 혼합복식에 출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정우-양하은 조는 세계 최강조의 높은 벽만을 실감했다. 16강전에서 태국 조를 꺾고 8강에 올랐지만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는 김민석-전지희 조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쪽 발가락 이상으로 김민석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대표선수로서의 ‘투혼’을 요구하기에는 몸 상태가 지나치게 좋지 않다. 게다가 김민석-전지희는 8강전에서 일본의 강호 니와 코키-히라노 사야카 조를 만난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민석-전지희 조는 8강에 올랐지만, 김민석의 부상이 깊다.

지난해 한국탁구는 사실 혼합복식 하나로 ‘ 먹고 살았다.’ 이번 대회도 혼합복식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그러나 개인전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큰 기대종목이었던 혼합복식은 가장 먼저 ‘아픈’ 탈락을 기록했다. 오후에 치러질 남자단체 결승전을 앞두고 대표팀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한 것도 아쉬운 일이다. 다시 불씨를 키울 방법은 물론 남아있는 남녀단식과 남녀복식에서 아쉬움을 털어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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