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아시아 주니어&카데트 탁구선수권대회 개막 코앞

‘탁구여왕’ 현정화와 유승민 IOC선수위원이 후배들을 향해 절절한 응원을 보냈다.

현정화 렛츠런파크 감독은 “나는 선수생활 동안 오로지 ‘세계제패’라는 목표에 집중했다. 후배들도 태극마크에 어울리는 국가관을 정립하고 뛰어줄 것”을 당부했다. “국가를 대표해 뛰고 있다는 사명감이 함께 할 때 막연한 책임감만으로 준비하는 선수와는 훈련의 고통을 이겨내는 정도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위원 역시 “기회는 아무한테나 오지 않는다.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왔었는지도 모른 채 지나가고 만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준비가 되어있을 때 기회는 찾아오며, 비로소 본인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투철한 노력을 주문했다.
 

▲ 현정화 렛츠런파크 감독은 TV중계해설을 맡아 선수들과 함께 한다. “계속해서 신명나는 승전보를 전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월간탁구DB(ⓒ안성호).

이들이 선배로서 진심을 담아 보낸 응원은 2017 아시아 주니어&카데트 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주니어대표 선수들을 향한 것이다. 29일 충남 아산시 이순신체육관에서 개막하는 올해 아시아 주니어선수권은 강원도 횡성에서 열렸던 지난 2007년 대회 이후 10년 만에 우리 안방에서 열리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 주니어&카데트 탁구선수권대회는 아시아 각국 18세 이하(주니어)와 15세 이하(카데트) 유망주들이 출전해 기량을 겨루는 ‘미래’ 들의 각축장이다. 아시아가 세계 탁구 최강국들이 집중된 대륙인만큼 이 대회는 곧 ‘탁구 스타 등용문’ 구실을 해왔다. 현재 남녀탁구 세계랭킹 1위 마롱, 딩닝(이상 중국)도 바로 이 대회를 거쳐 ‘세계 챔피언’으로 발돋움한 선수들이다.

한국탁구 역시 이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며 ‘미래’를 다져왔다. 특히 대회가 막 창설된 초창기에는 한국이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다. 1, 2회 대회 남자단체전을 연속 석권했고, 1, 2, 3회 대회 여자단식을 한국이 모두 우승했다. 당시 활약했던 선수들이 바로 유남규, 김택수, 현정화, 홍차옥 등 한국탁구 전성기를 구가한 주인공들이었던 것을 보면, 이 대회 활약상이 향후 선수생활에 끼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현재 미국에서 연수중이지만 시간을 내 아산을 찾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이번 대회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월간탁구DB(ⓒ안성호).

현정화 렛츠런파크 감독은 바로 1986년 열렸던 2회 대회 여자단식 우승자다. 아시아 주니어무대를 석권한 직후, 같은 해에 치러진 서울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발탁돼 한국의 단체전 금메달에 기여했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 1993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금메달 등 화려한 전적을 쌓아올리며 ‘세계선수권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해냈다.

유승민 위원도 아시아 주니어대회 챔피언 출신이다. 1997년 남자단체전 우승 멤버였고, 1999년 제7회 대회 때는 단식과 복식을 모두 우승했다. 유 위원 역시 이 대회 정상을 발판으로 국가대표로 활약을 시작해 세계제패를 이뤄냈다. 2002년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금메달,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 등의 바탕에는 주니어시절 쌓아올린 자신감이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커다란 자부심과 자신감을 안겨준 아시아 주니어대회 우승이 이후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기반이 되어주었다.”고 말했다. 주니어무대 석권 이후 세계 정상을 경험한 선배로서 이 대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후배들에게 가슴 절절한 응원을 보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한국탁구에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노메달 이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시 세계 정상을 꿈꾸기 위해서는 현재 청소년 유망주들이, 먼저 길을 걸어간 ‘영웅’들이 그랬던 것처럼,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있는 한국에서의 아시아 주니어&카데트 탁구선수권대회에 더욱 신중한 눈길이 쏠리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 한국 주니어대표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태릉에서 강화훈련을 해왔다. 개막을 앞둔 현재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태릉선수촌 승리관 벽면에는 ‘정상을 향한 투혼’이 아로새겨져 있다. 월간탁구DB(ⓒ안성호).

현정화 감독과 유승민 위원은 대회가 치러지는 현장을 찾아 후배들을 직접 격려할 예정이다 현정화 감독은 “이번 대회를 중계하는 SBS의 해설위원을 맡아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소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IOC선수위원으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유승민 위원은 “아무리 바빠도 후배들의 경기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탁구를 세계 최강으로 이끌었던 두 선배는 “우리 선수들이 신명나는 승전보로 한국탁구의 침체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아 당부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29일 개막해 다음 달인 7월 4일까지 6일간 치러진다. 남자 14개국 93명, 여자 15개국 86명 등 총 179명의 각국 유망주들이 이미 입국해 결전을 준비 중에 있다. 최근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일본오픈에서 성인선수들을 꺾고 우승한 쑨잉샤를 비롯한 세계 최강 중국의 강호들, 무섭게 성장한 일본탁구의 성인 국가대표로도 뛰는 키즈쿠리 유토(주니어 세계랭킹 2위)와 키하라 미유 등 주목할 만한 강자들이 정상을 노리고 있다. 한국대표팀은 안재현(대전동산고, 주니어 세계랭킹 3위), 김지호(이일여고, 주니어 세계랭킹 12위) 등 남녀 각 6명의 주니어대표와 남녀 각 6명의 카데트 대표선수들이 출전한다.

한국 탁구의 미래를 짊어진 청소년 대표선수들이 선배들의 바람대로 신명나는 승전고를 울릴 수 있을까. 대회 개막이 다가올수록 현장의 긴장감도 배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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