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웠지만 얻은 것 많았던 16강전, 다음 승부가 기대된다!

대한민국 여자 탁구대표팀이 리우올림픽 단체전에서 부담스러웠던 첫 상대 루마니아에게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12일 밤 열 시(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센트로 파빌리온 3경기장에서 열린 단체전에서 한국은 전지희(포스코에너지·24)의 1단식, 전지희-양하은(대한항공·22)의 3복식, 서효원(렛츠런파크·29)의 5단식을 승리해 3대 2로 이겼다.
 

▲ 승리의 순간! 힘겨웠지만 결국은 승리를 지켜낸 서효원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천신만고 끝의 첫 승이었다. 1단식 주자 전지희(세계11위)가 상대 에이스 엘리자베타 사마라(세계29위)를 3대 0으로 완파할 때만 해도 승부는 한국 쪽으로 쉽게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2단식에서 믿었던 에이스 서효원(세계18위)이 상대팀 복병 몬테이로 도데안 다니엘라(세계58위)에게 0대 3으로 지면서 승부는 원점이 됐다.

그런데 1, 2단식이 끝나고 복식 멤버를 적은 오더가 제출되면서 한국 벤치에는 잠시 당황스런 기색이 흘렀다. 루마니아가 복식조로 둘 다 오른손인 몬테이로 도데안-쇠츠 베르나데트 조를 출전시켰기 때문이다. 당초 복식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왼손 전형 엘리자베타 사마라는 복식이 아닌 단식을 택했다.

올림픽 단체전은 오더(출전선수 명단)를 두 번으로 나눠서 제출한다. 1, 2단식 주자를 먼저 내고, 3복식 명단을 2단식이 끝난 후 5분 안에 제출하도록 돼있다. 한국은 수비형 서효원의 존재로 전지희-양하은 복식조가 고정이지만, 다른 국가는 상황에 따라 복식멤버를 유동적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게다가 상대팀 복식조 명단을 미리 알 경우 4, 5단식 주자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 오더를 낼 수 있다. 고정된 복식조가 있는 한국으로서는 단체전 전략에서 일종의 ‘핸디캡’을 안고 싸우는 격이다.

루마니아는 실제로 한국의 핸디캡을 적절히 이용했다. 4단식 주자로 엘리자베타 사마라를 내세운 것은 우리의 4단식 주자가 양하은이라는 사실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사마라는 이전까지 국제무대 상대전적 4전 4승으로 양하은에게는 ‘천적’에 가까운 선수였다. 4단식에서 확실한 승리를 챙긴 다음, 복식과 5단식을 놓고 50%의 승률에 기대보겠다는 루마니아의 승부수였던 셈이다.
 

▲ 한국의 교두보는 그래도 복식조였다. 중요한 승부처를 지켜낸 전지희-양하은 조. 사진 국제탁구연맹.

하지만 결과적으로 루마니아의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다. 아니, 통할 뻔은 했다. 전략대로 4단식에서 엘리자베타 사마라가 양하은을 이겼으니까. 하지만 한국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복식조와 썩 좋지 못한 컨디션 속에서도 마지막 5단식에서 결국은 승리를 지켜낸 서효원이 있었다. 복식조와 서효원은 연속 듀스접전을 벌이는 등 힘겨운 승부를 펼쳤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

서효원은 맏언니로서의 부담감이 무거운 듯 고전했지만, 결국은 팀을 승리로 이끌며 에이스의 역할을 완수해냈다. 4단식에서 패하긴 했지만, 올림픽 첫 경기를 뛴 양하은도 복식에서 원활한 호흡을 보이며 가벼운 마음으로 분위기 적응을 마쳤다. 루마니아는 이 날 유독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몬테이로 도데안 다니엘라를 4단식에 내지 않았고, 올해 일본오픈에서 전지희-양하은 조에게 이긴 바 있었던 엘리자베타 사마라-쇠츠 베르나데트 조를 내지도 않았다. 단체전 첫 경기에서 숙원이 있는 팀을 만나 긴장했던 한국은 오히려 루마니아의 선택에 도움을 받은 결과가 됐다.

루마니아는 2014년 도쿄 세계선수권 16강전에서 한국을 이겼던 상대다. 그 후로 오랫동안 세계 4강권 진입에 실패하고 있는 한국에게 부진의 시점에 있는 루마니아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상대였다. 2014년에 뛰지 않았던 전지희 외에 서효원과 양하은의 표정에 긴장이 역력했던 이유다. 쉽지 않았지만 한국 여자대표팀은 원하는 결과를 냈다. 오랫동안 팀을 무겁게 했던 앙금도 털어냈다.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4단식은 패했지만 복식에서 제 몫을 해내며 무난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양하은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8강에 오른 한국 여자팀의 다음 상대는 싱가포르다. 펑티안웨이(세계4위), 위멍위(세계13위), 저우위한(세계32위)이 뛰는 팀이다. 같은 시간에 치러진 16강전에서 싱가포르는 아프리카 대표 이집트를 3대 0으로 간단히 제압했다. 루마니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팀이다. 하지만 단체전은 멤버들 각각의 기량 외에도 팀-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분위기도 중요한 요소다. ‘원한’을 털어낸 한국 여자탁구가 상승세를 이어 싱가포르와 명승부를 벌일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힘겨웠던 승부였지만 얻은 것이 많았던 16강전이었다.

리우올림픽 탁구 여자단체전 1라운드(16강전) 결과

대한민국 3대 2 루마니아
전지희 3(11-6, 11-7, 11-7)0 엘리자베타 사마라
서효원 0(6-11, 9-11, 9-11)3 몬테이로 도데안 다니엘라
전지희-양하은 3(12-10, 9-11, 13-11, 11-8)1 몬테이로 도데안-쇠츠 베르나데트
양하은 1(8-11, 11-7, 10-12, 9-11))3 엘리자베타 사마라
서효원 3(11-13, 14-12, 12-10, 9-11, 11-7)2 쇠츠 베르나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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