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탁구 단체전 시작, 첫 경기가 명운을 좌우한다!

(월간탁구/더핑퐁=한인수 기자) 개인전을 마무리한 리우올림픽 탁구가 현지 시간 12일 오전(한국 12일 밤)부터 단체전에 돌입한다. 남녀단식을 소득 없이 마무리한 한국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이를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단체전도 한국팀 대진은 그리 좋지 못하다. 남녀 모두 초반을 무사히 풀어가더라도 4강전에서 중국을 만난다. 4강전 이전까지도 부담스러운 상대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첫 경기부터 남자는 개최국 브라질, 여자는 악연이 있는 루마니아와 싸워야 한다.
 

▲ (더핑퐁=안성호 기자) 루마니아를 상대로 단체전 첫 승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탁구대표팀. 왼쪽부터 서효원, 전지희, 양하은.

12일 밤 열 시(한국 시간)에 먼저 1라운드에 돌입하는 여자대표팀의 첫 상대 루마니아는 2014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 단체 16강전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겼던 팀이다. 팀 랭킹으로는 한국이 7위로 10위인 루마니아보다 근소한 차로 앞서 있지만 ‘트라우마’를 안고 싸워야 한다. 당시에도 한국은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가 풀-매치접전 고전 끝에 역전패를 당했었다.

루마니아의 주전 엘리자베타 사마라, 몬테이로 도데안 다니엘라, 쇠츠 베르나데트는 2014년 당시에도 그대로 주전으로 뛴 선수들이다. 한국도 서효원(렛츠런파크·29)과 양하은(대한항공·22)이 당시 패전의 멍에를 썼던 선수들이다. 새롭게 가세한 전지희(포스코에너지·24)만 당시 승부와 무관하지만 팀워크가 중요한 단체전에서 동료가 흔들리면 정상적인 경기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객관적인 전적 비교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세계랭킹으로는 한국 선수들이 모두 우위에 있지만 각 선수별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 루마니아 선수들에게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경우는 서효원(세계18위) 한 명뿐이다. 조커로 투입되는 양하은(세계26위)은 특히 상대 에이스 엘리자베타 사마라(세계29위)에게 4전 전패로 약했다. 오더(출전선수 순서) 상 만날 수도 있는 쇠츠 베르나데트(세계78위)에게는 3승 1패로 앞서있지만 ‘1패’가 가장 중요한 일전이었던 도쿄 세계선수권, 그것도 승패를 결정짓는 마지막 5단식에서 나왔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 (더핑퐁=안성호 기자) 루마니아는 유럽 토종선수들만으로 구성됐지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왼쪽부터 엘리자베타 사마라, 몬테이로 도데안 다니엘라, 쇠츠 베르나데트.

게다가 우리의 강점으로 삼고 있는 복식에서도 유독 루마니아 선수들을 상대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금년 6월 일본오픈에서 전지희-양하은 조가 엘리자베타-쇠츠 조에게 오히려 2대 3으로 패한 적이 있다. 경기내용상으로는 치열한 접전이었으나 이기진 못했다.

결국 한국이 루마니아를 이기려면 단식만 두 경기를 뛰는 에이스 서효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식 두 경기를 모두 가져온 뒤 전지희-양하은 조의 복식과 둘이 각각 나서는 단식 1경기씩에서 1점이라도 승점을 따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이전에 접전을 펼쳤던 복식에서 설욕전을 펼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복식에서 이긴다 해도 서효원이 흔들리면 승리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

루마니아는 유럽선수권을 석권한 적이 있는 왼손 셰이크핸더 엘리자베타 사마라가 에이스지만 오른손잡이인 나머지 두 선수 중 한 명과 복식에서 호흡을 맞춰야 하므로 단식은 한 경기만 뛸 가능성이 높다. 그 한 경기가 4전 전승을 하고 있는 서효원, 또는 한 번 싸워서 이긴 적이 있는 전지희와 만나도록 하는 상황이 한국에게는 그나마 유리한 오더다. 기량으로는 분명히 앞서지만 좋지 못한 기억이 있는 양하은 대 쇠츠 베르나데트의 5단식 대결도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 (더핑퐁=안성호 기자) 꼭 이기자! 에이스 서효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일전이다.

여자대표팀의 김형석 감독은 “루마니아가 첫 경기 상대로는 반갑지 않은 팀이지만 우리가 이기지 못할 팀은 아니다.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 효원(서)이와 지희(전)가 단식을 뛰면서 감각을 유지하고 있고, 하은(양)이도 다시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드시 이기고 다음 싱가포르전을 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김형석 감독 말대로 루마니아는 부담스럽지만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아니다. 특히 한국 여자탁구는 2014년 도쿄 세계선수권 루마니아전 패배로 세계 4강권에서 밀려난 이후 아직까지도 상처를 다 회복하지 못했다. 그동안 막혀있던 혈로를 뚫어낼 제물로 올림픽 단체전 첫 경기에서 다시 만나는 루마니아만큼 적합한 상대도 없는 셈이다. 싱가포르, 중국 등 훨씬 강한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사연 많은’ 첫 단추를 제대로 꿸 수 있다면 이후 우리 선수들의 상승세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 경기가 명운을 좌우한다.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의 리우올림픽 단체전 1라운드 대 루마니아전은 한국 시간으로 12일 밤 열 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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