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Tennis News Best 10 for 2015

2015년 한국탁구계가 기억해둘 만한 소식들을 다시 모았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에는 더욱 밝고 희망찬 소식들로 넘쳐나기를 소망한다.
 

01. 양하은, 쉬신과 함께 금메달! 이상수-서현덕 복식 동메달!
       2015 제53회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제5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가 2015년 4월 26일부터 5월 3일까지 8일간 중국 쑤저우에서 치러졌다. 이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은 양하은이 중국의 쉬신과 함께 한 혼합복식에서 금메달, 이상수-서현덕 조가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양하은-쉬신 조는 쑤저우에 가서야 첫 손발을 맞췄지만 짧은 시간에 완벽한 호흡을 완성해냈고, 결국 서로 다른 국적 파트너가 세계선수권 복식 금메달을 딴 첫 사례가 됐다. 우리나라만을 기준할 때 1989년 도르트문트대회 유남규-현정화 조 이후 26년 만의 혼합복식 금메달이며, 1993년 예테보리대회 현정화의 여자단식 이후로는 22년 만에 뚫어낸 금맥이었다. 중국 에이스의 도움이 배경이 됐으나 한국탁구계가 새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할 메달이었다.
 

▲ 각별한 금메달이었다. ‘한중연합’ 양하은-쉬신 조. 월간탁구DB(ⓒ안성호).

이상수-서현덕 조의 남자복식 동메달은 양하은(대한항공)의 혼복 금메달을 제외하면 한국 선수단 유일의 메달이었다. 같은 삼성생명 소속으로 국내에서도 자주 짝을 이뤘던 두 선수는 원활한 호흡을 과시하며 유럽과 남미의 강자들을 꺾고 4강까지 올랐다.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최강조합’ 쉬신-장지커 조에 패했지만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채 두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대비 훈련을 했던 대표팀은 애초 성적보다 올림픽 발판 마련에 목표를 두고 있었다. 강문수 총감독은 “강인한 한국탁구를 회복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었다. 그런 면에서 ‘세대교체 주역’들이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은 것은 망외의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격차를 확인했지만 적어도 도전의 의지만은 가득 채우고 돌아온 세계선수권이었다.
 

▲ 이상수-서현덕 조는 남자복식에서 귀중한 동메달을 따냈다. 월간탁구DB(ⓒ안성호).

쑤저우 세계선수권대회는 사실 세계탁구의 ‘빛과 그늘’이 그대로 드러난 무대였다. 극한까지 도달한 중국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가 내내 탄성을 불러 일으켰지만 더 벌어진 중국 외 선수들과의 격차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남자단식 마롱, 여자단식 딩닝, 남자복식 쉬신-장지커, 여자복식 류스원-주위링 등 각 종목 우승자 자리에는 ‘당연한 듯’ 중국선수들이 서있었다. 혼합복식 역시 쉬신이 금메달을 나눠갔으니 실질적으로는 중국이 전 종목을 석권한 셈이었다. 그늘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남아있는 한 줄기 빛이라도 포기해선 안 될 일이다. 한국선수들을 비롯한 도전자들의 충만한 의지가 새해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02. 최종 승자는 ‘두 마리 토끼’ 다 잡은 전지희
      
대표선수들, 치열했던 올림픽 출전경쟁

2015년에는 브라질에서 열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나가기 위한 대표선수들의 경쟁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대한탁구협회가 2015년 10월 ITTF 세계랭킹으로 올림픽대표를 정하겠다고 공표한 이후 선발 가시권에 있던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쳤다. 특히 결승점이 임박했던 9월에는 네 번의 월드투어와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유독 많은 국제대회가 집중되면서 절정을 이뤘다.

초미의 관심 속에 결정된 올림픽대표는 남자는 애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상위 3명에 정영식(10월 12위, KDB대우증권) 주세혁(17위) 이상수(19위, 이상 삼성생명) 등 줄곧 상위권을 지켜왔던 선수들이 그대로 랭크됐다. 결국 단식은 정영식과 주세혁, 단체전은 그 둘에다 이상수를 포함한 세 명이 리우올림픽 출전 멤버로 최종 확정됐다.

여자부도 멤버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상위권 안에서 작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맹추격을 벌여 양하은(대한항공)을 추월한 것. 전지희는 9월 월드투어에서 단식 우승을 두 번(아르헨티나, 칠레)이나 달성하는 등 양하은보다 꾸준히 높은 성적으로 포인트를 쌓은 끝에 한국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여자부는 결국 10월 랭킹 10위에 오른 서효원(렛츠런)과 전지희(12위)가 단체전과 단식에 모두 나가게 됐다. 한 달을 못 버티고 추월당한 양하은(13위)은 단체전만 출전한다. 경쟁에서 앞선 전지희는 이후 포스코에너지컵 한국실업탁구대회와 종합선수권대회 여자단식을 연속 석권하면서 한국 최강자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뜨거웠던 올림픽 출전경쟁의 최종 승자는 결국 두 토끼를 모두 잡은 전지희였던 셈이다.
 

▲ 전지희는 연말 그랜드파이널스에서도 3위에 올라 상승세를 증명했다. 뜨거웠던 올림픽 출전경쟁의 최종 승자였다. 월간탁구DB(ⓒ안성호).

남자 정영식과 주세혁, 여자 서효원과 전지희는 2016년 4월경에 예정돼 있는 아시아예선을 대비하고 있다. 지역예선에서는 남녀 11명의 단식출전자를 우선 선발하는데 우리 선수들의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이상수와 양하은은 예선 없이 단체전만을 준비하고 있다.
 

03. 또 남자실업 탁구단? 결론 안 난 에쓰오일 해체사태
      
탁구인들 반대운동 눈길… 결실 볼 수 있을까!

2015년 11월 23일 오후, 근근이 4강 체제를 유지해오던 남자실업탁구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4강의 한 축이었던 에쓰오일이 전격 해체를 결정하고 이듬해 3월까지만 팀을 운영하겠다고 공표한 것. 2010년 창단해 남자실업무대에 활력을 불어넣어왔던 에쓰오일은 단 5년 만에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표면적 해체 이유는 모기업 경영사정. 유남규 감독은 “주요 인력을 준비 중인 프로젝트에 집중시키기 위함”이라는 해체 이유를 회사로부터 통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3대 정유회사 중 하나로 꼽히는 에쓰오일이 특정 프로젝트 때문에 팀을 없앤다는 것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였다. 그보다는 에쓰오일의 2대 주주였던 대한항공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대한항공 회장)과 관계가 멀어진 것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 에쓰오일의 해체소식을 당면한 탁구인들이 힘을 모았다.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월간탁구DB(ⓒ안성호).

에쓰오일 탁구단이 공표대로 해체될 경우 남자실업팀은 삼성생명, KDB대우증권, KGC인삼공사 단 3개 팀만 남게 된다. 국군체육부대와 몇몇 시군청 팀들이 있지만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이벤트를 개최하기 힘든 구도다. 약해진 내부 경쟁으로는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실업탁구연맹 소속 모든 지도자와 선수들이 에쓰오일 탁구단 해체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한국실업탁구연맹은 현정화 렛츠런 감독을 긴급대책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TF팀을 구성하여 조직적인 대응을 다짐했으며, 같은 달 27일 오후 경북 영주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포스코에너지컵 2015 한국실업탁구대회’ 개막식 직후 ‘에쓰오일 탁구단 해체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면서 ‘반대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직후 종합대회 등 또 다른 행사들이 이어지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있지만 이전까지의 무기력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전개여서 기대를 모았다.
 

▲ 에쓰오일 선수단은 해체를 앞둔 상황에서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월간탁구DB(ⓒ안성호).

한국탁구의 근간을 뒤흔든 에쓰오일 탁구단 해체사태는 위기감을 절감한 탁구인들이 힘을 모으면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어 있는 상황이다. 구단 프론트와 탁구계 인사들이 적극적인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정대로 해체수순을 밟게 될지, 팀의 명맥을 다시 이어가게 될지 탁구인들은 초조한 심정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04. ‘스타 탄생’ 박강현! 실업 첫 해 종합선수권자 등극!!
      
제69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우승

실업1년차를 보내고 있던 박강현(삼성생명)이 2015년 한국탁구를 결산한 KB국민은행 제69회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2015.12.16.~20, 단양국민체육센터)에서 ‘스타 탄생’을 알렸다. ‘탁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남자단식을 석권했다. 더구나 준결승전에서 세계 최고 수비수 주세혁(삼성생명), 결승전에서 국내 최강자이자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정영식(KDB대우증권) 등 리우올림픽 단체전과 단식에 모두 출전하는 대표선수들을 연파했다.
 

▲ 박강현이 실업 첫 해 챔피언에 오르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월간탁구DB(ⓒ안성호).

박강현은 경남의 탁구명문인 반림중과 창원남산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삼성생명에 입단한 신예다. 탁구선수 출신 부 박희열 씨, 모 정미정 씨의 ‘탁구피’를 이어받아 경남남산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라켓을 잡았다. 왼손 셰이크핸드 공격 전형으로 범실이 적고 힘 있는 드라이브를 구사해 무궁한 가능성을 인정받아왔다. 삼성생명에 입단한 뒤에는 더욱 일취월장했다. 실업 첫 해 3월 37위로 출발했던 실업랭킹이 마지막 12월에는 11위까지 상승했다. 2016년 국가상비군 선발전을 7위로 통과해 국가대표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그리고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 탁구를 시작한 이후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를 통틀어 생애 처음 차지한 개인단식 우승을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달성했다.
 

▲ 파워로 무장한 박강현,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 월간탁구DB(ⓒ안성호).

실업 1년차에 종합선수권자가 된 박강현의 탁구인생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소속팀 이철승 감독은 “워낙 힘이 좋고 범실도 적어 성장 가능성은 앞으로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목도한 팬들도 “2020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고 있는 박강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05. 신인들 활약 눈부셨던 2015년
       
장우진, 김민혁, 이시온, 안재현, 김지호

박강현의 챔피언 등극 이전부터도 2015년은 신인들의 활약이 눈부셨던 해였다. 우선 남자실업1년차 김민혁(삼성생명)이 전국종별 정상에 올랐다. 대통령기에서는 단체전과 단복식도 석권했다. 여자부에선 이시온(KDB대우증권)이 돋보였다. 동기 이슬과 함께 팀의 2014년 종합선수권 단체우승을 견인하더니 대통령기 단식 정상도 꿰찼다. 아시아선수권 대표로도 뛰었던 이시온은 연말 대표선발전을 2위로 통과하면서 2016년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에도 출전한다.
 

▲ 장우진이 ‘최강’ 장지커를 두 번이나 꺾었다. ‘국제용’ 선수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월간탁구DB(ⓒ안성호).

국제무대에서는 장우진(KDB대우증권)이 눈부셨다. 파타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최강자 장지커(중국)를 두 번이나 꺾으며 ‘국제용’의 위력을 뽐냈다. 메이저시리즈 오스트리아오픈에서 한국 유일 4강을 기록했고, 코리아오픈에서도 4강에 올랐다. 연말 대표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장우진은 다음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에서 다시 한 번 중국의 아성에 도전할 채비를 하고 있다.

유망주들의 격전장인 고등부도 갓 진학한 1학년 선수들이 질주했다. 남자부 안재현(대전동산고)은 첫 대회였던 학생종합을 시작으로 전국종별, 학생종별, 전국체전 등등 지난해 치러진 고등부 공식대회 개인단식을 모조리 우승했다. 여자부 김지호(이일여고)는 개인전 우승은 학생종합과 학생종별 두 번에 그쳤지만 실업선수들과 치른 대표선발전을 당당 3위로 통과하며 세계선수권대회 대표가 됐다. 여고생 자력 국가대표는 현정화(현 렛츠런 감독) 이후 30여 년만의 일이다.
 

▲ 30여 년 만에 탄생한 자력 여고생 국가대표 김지호. 월간탁구DB(ⓒ안성호).

신인들의 성장은 참신한 자극이 된다. 기존의 강자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견제하며 스스로도 발전의 길을 찾는다. 2015년은 침체기에 접어든 한국탁구의 경기력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진 한 해였다.

<아듀 2015! 한국탁구 2015년 기억해둘 만한 열 가지 이야기(2)>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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