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가대표 상비군 및 2016 세계선수권 파견 최종선발전

고등학교 1학년 김지호(이일여고)가 국가대표가 됐다. 21일 단양국민체육센터에서 끝난 2016 탁구 국가상비군 최종선발전을 14승 6패 3위로 통과했다. 황지나(KDB대우증권), 유은총(포스코에너지), 김민희(렛츠런) 등등 대표(상비군)출신 선배들을 연파했다. 더 높은 순위인 2위로 함께 국가대표에 선발된 이시온(KDB대우증권)도 이겼다.

3위는 대표 후보인 상비군을 넘어 바로 ‘국가대표’를 의미한다. 이번 선발전은 이미 자동 선발돼 있는 올림픽대표선수들 외에 나머지 엔트리(남 2명, 여 3명)를 성적순으로 채우기로 한 세계선수권대회 파견 선발전을 겸했기 때문이다. 김지호는 이로써 내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치러지는 2016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 당당히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올림픽대표 서효원(렛츠런)과 양하은(대한항공), 최종선발전 1, 2위 박영숙(렛츠런)과 이시온(KDB대우증권) 등 한국 최고 선수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 함께 간다.
 

▲ (단양=안성호 기자) 김지호가 국가대표가 됐다. 30여 년 만에 자력으로 선발전을 통과한 여고생 국가대표다.

김지호의 국가대표 자력 선발은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지는 일이다. 일찍부터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세계 정상에 수차례 올랐었던 현정화(현 렛츠런 감독) 이후 고등학생 선수가 자력으로 국가대표팀에 든 첫 경우다. 김무교, 류지혜, 이은실, 석은미, 양하은 등등 많은 선수들이 학생 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모두 유망주 육성을 위한 추천을 통해서였다. 김지호처럼 선배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스스로 올라선 경우는 최근에 없었던 일이다. 침체의 늪을 쉽게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여자탁구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실제로 김지호는 이번 선발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차전 10승 3패, 2차전 10승 1패, 최종전 14승 6패를 기록했다. 쟁쟁한 실업선배들이 앞을 막아섰지만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공격력으로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갔다. 테이블 가까이에 붙어 서서 적시에 터뜨리는 포어 백 양 핸드 드라이브가 선발전 내내 위력을 발휘했다.

오른손 셰이크핸더 김지호는 일찍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온 유망주다. 군산대야초등학교와 이일여중을 거치는 동안 또래들 중에서는 적수를 찾을 수 없었다. 상급학교에 진학한 올해도 단숨에 고교랭킹 1위로 올라서며 이름값을 유지했다. 특히 진학 이후 첫 대회였던 중고종합에서 개인단식 우승을 일궈내며 중학교 시절 3연속 우승에 더해 4연속 개인전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쓰기도 했다. 학년별 기량차가 뚜렷한 학생부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기록이다.
 

▲ (단양=안성호 기자) 공격력이 눈에 띄게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을 이겨냈다.

학생종별(우승), 전국체전(은메달), 대통령기(준우승) 등등 각종 대회에서 항상 마지막 경기까지 ‘탁구’하며 고교 최강자 자리를 지켜온 김지호지만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모두 나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의 맹활약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도 많다. 뚜렷한 강점에 비해 아직 보완할 것이 많은 ‘미완의 대기’라는 시선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었다. 주변의 의구심을 스스로 이겨낸 고등학교 1학년 김지호의 활약은 그래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일여고에서 김지호를 지도하고 있는 문보성 코치는 “지호가 올 전국체전 개인전 결승에서 아깝게 패한 뒤 심리적인 상처를 크게 입었었다. 이후 단체전 때 힘든 상황에서도 팀 우승을 이끌어내며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갔다. 이번 선발전 1, 2차전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 올 때마다 미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끌고 가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정신적으로 강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최종전에서 선배들의 견제를 뚫어낸 힘이다.”라고 말했다.

김지호는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 선수다. 공의 구질도 무겁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누구보다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할 수 있는 기본 베이스가 탄탄하다. 작은 체격과 비교적 느린 풋-워크 등이 종종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아직 앞길이 창창한 나이인 만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김지호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중국의 류스원은 김지호보다 크지 않지만 테이블 앞에서는 누구보다도 큰 거인이다. 김지호라고 해서 그러지 못하란 법은 없다.
 

▲ (단양=안성호 기자) 한국 탁구의 미래를 띄운다. 여고생 국가대표 김지호에게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지호가 실업의 선배들을 차례차례 꺾으며 태극마크를 성취해내는 모습을 지켜본 실업팀 지도자들은 “이전에 비해 공격 빈도가 매우 높아졌다. 안정적인 디펜스를 바탕으로 앞서가는 경기를 한다. 특히 컨디션에 따라 오르내림이 있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복 없이 꾸준한 점은 큰 장점으로 꼽을만하다. 느린 발과 아직은 부족해 보이는 근성을 조금만 더 보완한다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평가한다.

마지막 경기까지 치열하게 치러진 풀게임 접전을 극복하고 국가대표 선발을 최종 확정한 김지호는 “작년에는 2차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2차전을 1위로 통과하면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과의 시합이라 상비군 선발 정도만 목표로 하고 나왔는데 국가대표까지 될 수 있어서 기쁘다. 기술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세계대회에서 주전으로 뛰기는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훈련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금까지 세계 정상에 올랐었던 한국탁구의 전설들은 대부분 학생시절부터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던 인물들이다. 유남규가 그랬고, 현정화가 그랬다. 가깝게는 유승민이 있다. 약 30여 년 만에 탄생한 자력 선발 여고생 국가대표 김지호가 그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을까. 아직 어린 고교 1학년 선수의 앞길을 더 밝게 밝혀주는 것은 물론 탁구인들에게 주어져있는 몫이다. 내년 2월의 쿠알라룸푸르에 벌써부터 남다른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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