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그야말로 ‘불금’이었다.

  이상수(삼성생명, 세계62위)와 박영숙(KRA한국마사회, 세계78위)이 금요일 밤에 찬란한 금빛 메달을 목에 걸었다.

5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계속된 제21회 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한국의 이상수-박영숙 조가 일본의 니와 코키(세계19위)-히라노 사야카(세계32위) 조를 4대 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스코어 11-7, 11-9, 11-4, 11-9.

▲ (부산=안성호 기자) 이상수-박영숙 조가 마침내 금메달을 땄다!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강자들을 꺾으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두 조가 맞붙은 결승전은 의외로 싱거웠다. 지난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전까지 완벽한 호흡을 보이다 정작 결승전에서는 지나친 긴장으로 초반 페이스가 흔들렸던 경험이 있는 이상수-박영숙 조는 작심한 듯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였다. 일본은 ‘10대 천재’ 니와 코키의 패기와 노련한 히라노의 근성을 들고 나왔지만 ‘닥공 남매’의 파괴력 앞에서는 어떤 것도 무기가 되지 못했다. 게임마다 끈질기게 따라붙긴 했지만 어떤 랠리에서도 끊임없이 선제를 잡아나가는 한국의 공격력 앞에서 결국은 빈틈을 보였다.

▲ (부산=안성호 기자)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렇게 두 손을 치켜들 것이다.

  마지막이 된 네 번째 게임 10대 9 상황, 니와 코키의 리시브를 받은 이상수의 강한 드라이브가 상대 코트를 꿰뚫는 순간! 우승이었다. 박영숙은 하늘에서 바라보셨을 아버지께 금메달을 바치려는 듯 품 속에 간직한 아빠의 사진을 꺼내들고 하늘을 향한 세리머니를 펼쳤고, 이상수는 그런 파트너를 뜨겁게 포옹했다. 불타는 금요일의 찬란한 금메달이 그렇게 한국 탁구로 왔다.

▲ (부산=안성호 기자)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파트너! 파트너!!

  이상수-박영숙 조의 혼합복식 금메달은 한국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획득한 열한 번째 금메달이자 혼합복식만으로는 네 번째 금메달이다. 1988년 일본 니가타대회와 1990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대회에서 유남규(현 남자대표팀 감독)-현정화(KRA한국마사회 감독) 조가 2연속 우승을 일궈냈었고, 2007년 중국 양저우 대회 때는 오상은(KDB대우증권)-곽방방(은퇴) 조가 혼복 금메달을 목에 걸었었다.

▲ (부산=안성호 기자) 중국과 일본의 강자들을 아래에 세우고! 가장 높은 곳에 섰다.

  6년 만에 금메달을 일궈내는 현장을 역대 금메달리스트들도 함께 했다. 특히 유남규 감독은 직접 벤치에 앉아서 고비마다 금메달 노하우를 전수했다. 박영숙의 소속팀을 이끌고 있는 현정화 감독 역시 관중석에서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경기장을 메운 관중의 환호성이 함께 한 것도 물론이었다. 모두의 성원은 그리고, 금메달로 하나가 됐다.

  박영숙은 경기가 끝난 뒤 “목표였던 우승을 이뤄내 너무 너무 기쁘다.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지난 세계대회 결승전 때는 오히려 내가 긴장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 대회 결승전 때는 내가 상수보다 긴장을 많이 해서 실수가 많았다. 상수가 잘 받쳐줘서 이길 수 있었다. 고맙다.”고 우승의 공을 돌렸다.

▲ (부산=안성호 기자) 품 속의 아빠 사진을 꺼내들고! 박영숙이 눈물겨운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파트너 이상수는 “세계대회 은메달 이후 기대치가 높아져서 연습과정 때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지만 끊임없는 연습으로 극복해냈다.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 것만 충실히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파트너에게 시상대 맨 위에 올라가게 해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이상수-박영숙은 중국과 일본의 강자들을 아래에 세우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한국의 혼합복식조다.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