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입상권 진입 실패한 남녀복식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앞으로도 몇 년 동안은 계속해서 만나야 할 상대입니다. 이번 대회도 경기 전부터 많은 준비를 하고 왔고, 그래서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많은 선수들이므로 앞으로도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될 걸로 보입니다.”

  세계 최강조합 마롱(세계1위)-쉬신(세계2위) 조가 한국의 이상수(삼성생명, 세계62위)-정영식(KDB대우증권, 세계53위) 조와 대결한 남자복식 8강전이 끝난 직후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경기에서 한국의 복식조는 중국 최강자들에게 0대 3의 완패를 당했다. 기대했던 경기력의 반도 펼쳐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이 한국의 젊은 선수들을 맞수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 (부산=안성호 기자) 이상수-정영식 조가 남자복식 8강전에서 아쉽게 패했다.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 한국은 ‘영건들’만으로 엔트리를 채워 출전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탁구를 지켜왔던 오상은(KDB대우증권)이나 주세혁, 유승민(이상 삼성생명) 등의 모습은 테이블에서 볼 수 없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뒤 지난 파리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이어 연속으로 향후 한국 탁구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안방에서 치러지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에 어느 때보다도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당연지사다.
 

▲ (부산=안성호 기자) 최강조합다운 경기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쉬신-마롱 조.

  대회는 이제 중반을 넘어섰지만 시험의 결과는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단체전에서 3위에 오르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개인전에서는 단복식 모두 중국 선수들에 막혀 입상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서현덕(삼성생명)-김동현(S-OIL) 조도 싱가포르의 중국계 선수들 가오닝-양지 조에 패해 복식 8강에서 탈락했고, 개인단식에서는 조언래와 김동현(이상 S-OIL)만이 32강에서 다음 경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상수(삼성생명)-박영숙(KRA한국마사회) 조가 결승에 진출한 혼합복식만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 (부산=안성호 기자) 중국 CCTV가 현지에서 대회를 취재했다. 인터뷰 중인 중국 선수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이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영건들을 비교적 높게 평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눈앞의 성적을 기준으로 세대교체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는 시선이 많지만, 탁구 초강대국 중국은 이미 한국 남자탁구의 중심이 현 대표팀 주전들에게로 이동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인상이다. 어쩌면 정영식이 얀안을 이겼고, 이상수와 서현덕이 마롱과 쉬신을 상대로 초접전을 펼쳤던 남자단체전 준결승 이후 경계심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최강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도전자들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열쇠는 이제 한국 탁구계에 쥐어져 있다. 젊은 선수들을 믿고 완전한 힘을 실어줄 것인가. 아니면 계속해서 또 다른 시험을 해나갈 것인가. 중국탁구의 독식으로 전 세계에서 하락하고 있는 탁구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국을 넘어설 수 있는 나라가 나와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앞으로도 몇 년간은 계속해서 만나야 할 선수들!” 한국의 영건들이 과연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부산에서 치러지고 있는 제2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 그 해답의 실마리가 있는 것 같다.

  한편 개막 6일째를 맞고 있는 이번 대회는 7월 5일 오후 현재 여자단식 8강전이 진행 중이다. 16강전에 출전했던 서효원(KRA한국마사회, 세계16위)과 석하정(대한항공, 세계18위)은 세계 톱랭커들인 딩닝(중국, 세계1위)과 이시카와 카즈미(일본, 세계9위)에게 각각 패하고 아쉽게도 더 높은 단계로 진출하지 못했다. 여자단식 8강전이 모두 끝나면 오후 여섯시부터 이상수-박영숙 조가 일본의 니와 코키-히라노 샤야카 조를 상대하는 대망의 혼합복식 결승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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