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 우승파트너 박규현과 선의의 대결, 최고 기록 향해 한 발 더 전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오준성이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을 우승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오준성이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을 우승했다.

오준성(17미래에셋증권)이 드디어 한국탁구 챔피언에 올랐다. 오준성은 충남당진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제77회 신한SOL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팀 동료 박규현(18)을 꺾고 우승했다.

2006년생인 오준성은 현재 만 17세의 주니어선수다. 지난해 하반기 고등학교 학업 대신 미래에셋증권에 전격 입단했으며, 1년을 갓 지나 일찌감치 종합선수권자가 됐다. 오준성의 우승 기록은 종합선수권 남자단식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안재형, 유남규, 박강현 등이 실업 1년차 때 우승 전적이 있으나 아직 10대 중반인 오준성이 기록을 다시 썼다. 오준성의 부친으로 종합선수권대회 남자단식 최다우승자인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감독도 개인단식 첫 우승은 만 22세 때인 199953회 대회에서 기록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오준성이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을 우승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오준성이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을 우승했다.

전날 끝난 남자복식을 함께 우승했던 파트너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맞대결한 결승전은 드라마틱했다. 박규현이 파워를 앞세워 두 게임을 먼저 따냈지만, 오준성이 중반 이후 반전을 일으켰다. 차분한 디펜스를 바탕으로 적재적소에서 역습을 감행하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4게임 듀스 접전을 이겨낸 뒤에는 급격하게 승부가 기울었다. 결국 오준성이 32(8-11, 4-11, 11-6, 13-11, 11-3)의 역전드라마를 쓰면서 종합선수권자가 됐다. 복식 우승을 더해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만 두 개의 우승트로피를 모두 가져갔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박규현도 준우승으로 선전했다. 복식 우승, 단식 준우승.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박규현도 준우승으로 선전했다. 복식 우승, 단식 준우승.

오준성의 우승이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남자탁구 중심축이 보다 젊은 선수들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오준성은 일찍부터 완성형에 가까운 탁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세대 에이스로서 기대를 모아왔다. 이번 대회 우승은 차세대를 넘어 이미 에이스 반열에 올라섰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더구나 오준성의 결승 상대였던 박규현도 오준성보다 한 살이 많은 18세의 영건이다. 전날 4강전에서 오준성과 박규현은 역시 많은 기대를 받고 먼저 성장했던 전직 챔피언들 조대성(21)과 우형규(21)를 각각 이기고 결승에 올랐었다. 보다 어려진 남자탁구 대표주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볼만해졌다.

그 때문인지 오준성의 우승소감은 단순히 이번 한 대회만을 담지 않았다. “직전에 열렸던 유스 챔피언십에서 연습한 만큼 기술이 나오지 않아 속상했는데, 종합대회로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 최고 대회를 우승한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오준성은 11월 말부터 12월 초 슬로베니아 노바고리차에서 열린 ITTF 월드 유스 챔피언십 단식 8강전에서 우승자 린시동(중국)에게 졌고, 단체전도 일본에 패해 동메달로 만족했다. 종합대회 우승으로 한국 챔피언이 된 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한국탁구를 대표하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오준성이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을 우승했다. 우승 직후 인터뷰 모습.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오준성이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을 우승했다. 우승 직후 인터뷰 모습.

사실 오준성의 2023년은 파란만장했다. 4월의 국가대표선발전을 자력으로 통과하며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고, 7월에는 주니어대표팀 일원으로 아시아 유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박규현과 함께 금메달을 땄다. 10월에는 한국 평창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기대보다 일찍 탈락하며 국제무대의 쓴맛을 봤고, 바로 이어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반대로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 남자탁구 역대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다. 사이사이 열렸던 WTT 컨텐더에서 중국과 유럽의 강자들에게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둔 것도 여러 번이었다. 11월 월드 유스챔피언십을 거쳐 12월 종합선수권대회에 도달했으며, 챔피언으로 마무리했다. 종합대회 우승은 오준성에게 2023년의 가장 멋진 마무리로도 소중한 의미가 있는 성적이었다.

챔피언으로 한 해를 마감하게 된 오준성의 각오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이 어린 챔피언의 시선은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우선은 당장 있을 세계선수권대회 대표선발전에서 선발권에 들어야 한다. 내년 부산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다. 앞으로 있는 모든 큰 대회를 빼놓지 않고 나가고 싶고, 그러려면 잠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역대 최연소 종합선수권자 오준성이 개척해나갈 역사가 기대된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오준성이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을 우승했다. 시상식 직후. 시상자는 최영일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오준성이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을 우승했다. 시상식 직후. 시상자는 최영일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그리고 여전히 아빠가 있다. 오준성은 늘 아빠가 세운 기록들을 깨나가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말해왔다. 오상은 감독이 워낙 출중한 기록들을 세웠으니 사실 그것만으로도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종합선수권대회에서도 오상은은 단식 6, 복식 5, 혼복 4회 등 개인전에서만 15회나 되는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오준성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복식 2연패와 단식 우승을 이루면서 한 발 다가섰다. 오래 남아있을 선수생활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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